방충망에 먼지가 잔뜩 껴있다.
지저분한 먼지들은 자신들끼리
옹졸하게 붙어 있었다.
더러운 방충망.
지저분한 방충망.
나는 방충망을 보며 딱 그렇게만 생각했다.
***
침대에 기대 핸드폰을 했다.
그때 거울에 비친 창문,
창문 너머의 달이 보였다.
유난히 낮게 뜬 달이 신기해
그대로 창문으로 달려가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지저분할 방충망은
더 이상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방충망을 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방충망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달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달이 눈에 들어왔다.
방충망에 낀 먼지들은 그저
달을 더욱 빛나게 할 블러셔일 뿐이었다.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는
어디를 흐리게 할 것인지도 정하는 거구나.
그렇게 나는 달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