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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잎디 Jul 25. 2024

새벽 5시.  내가 새벽을 좋아하는 이유

2024년 6월 25일

 4시쯤 멀리 둔 알람을 끄기 위해 몸을 일으킨다. 어떤 날은 몸이 아주 무겁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알람이 울리자마자 몸이 가벼워서 번쩍 눈이 떠지기도 한다. 아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가보다, 생각하며 몸을 일으키고 이부자리를 턱턱 정리한다. 혼자 자는 침대는 이부자리도 내가 일어난 모양 그대로 흐트러져있다.


물을 마시고, 일기를 쓴다. 아직 장마가 오기 직전의 날씨라 창문을 열고 있으면 시원한 새벽 공기가 들어오고, 새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 새벽 4시면 새보다는 조금 일찍 일어난 건데, 밖이 아주 조금은 밝아진다 싶을 때는 어김없이 한두 마리씩 새가 깨기 시작하고 지저귄다. 한 친구가 울기 시작하니 다른 친구들도 깨기 시작한다. 새들은 자기들끼리만 인사를 나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나도 너희들의 아침인사를 들었어. 하이. 굿모닝'을 속으로 생각하며 웃는다.


새소리에 참을 수 없어 4시 50분쯤 옷을 대충 입고 산책길을 나선다. 새벽 5시 산책. 아주 조용한 시간이면서도, 밖에 나가면 생각보다 세상은 활기차다.

새벽 4시 50분 문을 나서니 마주한 하늘

문을 열고 나오니 이런 하늘이 펼쳐진다.

'아, 나 정말 나오길 잘했구나' 생각하고 발걸음을 움직인다. 빨리 공원으로 나가서 더 넓은 곳에서 하늘을 보고 싶다.

새벽 산책을 가는 길에 만난 고양이

아침에 마주한 고양이와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이다.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귀여운 고양이를 눈으로만 쓰다듬어 준다.

하늘색, 분홍색, 초록색


해가 떴다고 할 수는 없는 시간인가 보다. 해는 서서히 올라오는 중이고 달은 그 빛을 여전히 유지하며 서서히 내려가는 중이다. 하늘색과 분홍색의 조화란 더없이 아름답다. 대학생시절 호주와 유럽 배낭여행을 하면서 마주한 그 하늘을 가끔 한국에서 만나게 되는 날. 마음이 아주 따뜻해진다.


하늘색, 분홍색, 초록색


인스타그램 피드 한 줄을 하늘 사진으로 채울 정도로 나는 하늘을 좋아한다.

그래서 더욱 맑은 날을 선호한다. 하늘이  새파란 날도 좋지만 풀과 구름이 어우러진 하늘은 더없이 아름답다.

오늘의 하늘을 보며 새벽 기상의 즐거움을 온몸으로 느낀다.


새벽이 왜 그렇게 좋을까. 생각을 해본다.

아주 고요한 시간이다. 내가 생활하는 이 건물도 조용하다. 그런 와중에 종종 나와 같이 새벽에 일어나 움직이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럼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동질감. 핸드폰이 조용하고, 나를 찾는 사람이 없다. 그야말로 나와 내가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어떤 책에서는 이 시간을 갭타임이라고 표현한다. 나의 내면의 소리를 듣기 위해 갭이어를 가는 것과 같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하루 중에 갖게 되는 갭타임. 나의 새벽시간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라서 좋다.

물론 밤늦게도 고요할 수 있지만, 늦게 자는 사람은 정말 많고, 우리의 에너지는 이미 하루동안 쓰여있기떄문에 말 그대로 방전 직전이다. 글을 쓸기에도, 책을 읽기에도 조금은 힘들다. 나는 그렇다.

하지만 새벽은 자고 일어나 말 그대로 방금 막 완충한 핸드폰과 같다. 99%도 아닌 100%의 상태.


그리고 또 새벽을 좋아하는 심리적인 이유.

새벽에는 허튼짓(?)을 하기 어렵다. 내가 새벽에 일찍 일어났는데 그 시간을 숏폼이나 유튜브 보면서 낭비하고 싶지 않다. 이것들은 잠보다 덜 귀한 것이니까 이럴 시간에 더 자고 말지.. 하는 나의 심리적인 요인도 하나 작용한다.


결국은 조금 더 생산적이고, 집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새벽을 좋아하나 보다.

새벽 공원


오랜만에 새벽 조깅을 하니 몸과 마음이 신났다. 체온이 올라 몸은 뜨겁고, 그 옆을 스치며 땀만 살짝 가지고 떠나가는 선선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날들이 더 많았으면 하는 생각에 이날 결심을 한다

'브런치를 다시 심사받아야지', 그리고 '나의 새벽을 담아야지'


나에게 영감을 주는 여러 것들이 있지만 주로 새벽 그리고 책이다.

오래된 것들은 변하지 않는다. 인류는 한 번도 아침기상과 독서를 하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 좋은 것이고 추천하며, 인류와 함께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난 그런 것들을 통해서 영감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이것들을 통해 더 좋은 영감을 받으려고 한다. 자연은 언제나 동일하고, 내가 가는 공원은 언제나 동일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도, 지금 내가 이곳에서 보내는 이 시간에 지구상에 한번뿐이다. 그러므로 인생을 소중히 살아야 하고, 더욱 많은 것들을 주체적으로 느끼고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들을 한다.


지금은 7월. 장마가 이어지는 중이다. 이 장마가 끝나고, 해가 조금 비추기 시작하는 때에 다시 새벽 조깅을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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