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향의 게임 문화 이야기
넷플릭스 상에서 K-POP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 <오징어게임3>와 함께 글로벌리 No.1의 자리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얘기다.
소니 픽처스가 제작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본 애니메이션은 공개 직후부터 미국, 브라질, 독일, 프랑스 등 무려 41개국에서 넷플릭스 영화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그 인기는 문화신드롬의 형태로까지 바뀌어가고 있다.
극 중 등장하는 가상의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HUNTRESS)’와 남자 퇴마 아이돌 ‘사자 보이즈’가 부른 OST곡들은 빌보드 싱글 차트에 무려 7곡이 동시에 진입했다. 미국 빌보드는 13일(현지시간) 차트 예고 기사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사운드트랙이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전주보다 한 계단 오른 2위로 자체 최고 순위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인터넷상에서도 이 가상의 아이돌들에 대한 댄스챌린지부터 밈, 굿즈까지 연일 화제다. 특히 세계의 10대, 20대들 사이에서 ‘케데헌’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연일 커지며 SNS와 쇼츠에서도 끝없이 소비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영화 전문매체 버라이어티(Variety)는 케이팝데몬헌터스를 ‘2025 오스카 애니메이션 장편 부문 후보에 들어야 할 가치 있는 경쟁작’으로 손꼽았다. CNN 역시 케이팝데몬헌터스의 인기에 대해 “하나의 현상이 되고 있다” 평했다.
주인공이 몬스터를 퇴마, 즉 악귀를 잡고 다른 이들을 구해낸다는 본 애니메이션의 굵직한 흐름… 사실 꽤 익숙하고 조금은 뻔한 히어로물의 구조다. 하지만 케이팝 히어로들이 성장하며 이색적인 퇴마 액션을 선보이는 이 영화 속에는 기대보다 훨씬 풍성하고 다채로운 이야기와 음악, 비주얼 콘텐츠가 담겼다. 또 영화 내내 한국의 과거와 오늘날의 문화를, 더 나아가 한국인들의 일상 면면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뤄져 ‘코리아니즘’을 세계 팬들 앞에 펼쳐 놓는다.
K-POP은 단연 요즘 ‘먹히는’ 소재일 수 있다. 하지만 성공한 K-POP 가수가 되기 위해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을 하는지, 또는 어린 나이부터 얼마나 혹독한 트레이닝과 경쟁 속에 연습생 생활을 하는지 등을 담아낸 다큐멘터리였다면 이토록 세계적인 신드롬을 만들어 냈을까? 만약 그런 콘텐츠가 나왔다면 보는 이로 하여금 K-POP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했을지 몰라도 케이팝데몬헌터스와 같이 문화적 현상까지 이끌어 내진 못했을 것이라 감히 예상해 본다. 케이팝데몬헌터스는 K-POP이라는 매력적인 소재에 촘촘하게 만들어진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을 더하고, 거기에 이들의 그 화려한 무대의 모습과, 귀를 사로잡는 음악까지 더해 ‘총 공격’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매우 감각적이고 영리한 기획이 돋보인다.
특히 주목하고, 배울 부분은 케이팝데몬헌터스가 K-POP 그리고 한국이라는 IP를 다룬 방식이다. 케이팝데몬헌터스 감독은 한국계 캐나다인인 매기 강과 크리스 아펠한스가 공동으로 맡았고, 애니메이션 내 음악은 물론 퍼포먼스와 스타일, 한국인들이 즐기는 생활 속 요소요소를 철저히 연구하고 담아내기 위해 수많은 한국 문화 전문가들과 아티스트들이 함께 참여했다. 케이팝데몬헌터스 모든 제작 부서에 한국인이 참여했다 밝힐 정도이니...외부인의 시각에서 K컬처의 매력을 읽어내되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도록 진실성을 담아 풀어내는 데 공을 들였단 얘기다. 트와이스를 비롯해 K-POP경험이 다분한 프로듀서부터 한국 배우도 참여했고,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도 주인공을 성장과 결핍 스토리에도 그간 쌓여 온 K드라마의 구조가, 요소가 반영됐다.
그야말로 우리 스스로가 아닌 밖에서 우리를 보는 시선에 입각하되, 일상 하나하나를 밀도 높게 담아낸 것. 그리하여 평소 우리는 너무나 익숙하여 당연하다 생각했던 많은 부분들이 새롭게, 그리고 유쾌하게 그려질 수 있었고 이것이 다시 더 많은 코리안리즘을 재생산하고 있다. 지나친 문화적 찬양이나 한국문화 홍보의 목적은 담기지 않았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세계 팬들이 좋아할 만한 K컬처의 매력들을 담아냈다는 점… 이것이 바로 지금 K콘텐츠와 K문화를 만들어 내는 스스로가 주의 깊게 보고 배워야 할 점이 아니겠는가.
한국 문화에 대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구르고 굴러, 너무나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에 통할 만한 슈퍼히어로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도깨비, 저승사자 등의 무속 신앙 요소를 비롯해 한국 민화 ‘작호도’를 기반한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부터라면, 국밥, 떡볶이 등의 디테일까지 너무나 많은 아이디어와 시도가 결국 그 문화를 사랑하고 경험한 이들의 <진정성>과 <외부의 시선>으로 조화롭게 소화됐다. 한국의 매력을 담은 세계적인 게임 콘텐츠 또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케이팝데몬헌터스의 성공 비법, 한 발 떨어져 분석하고 배워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