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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 Feb 12. 2020

십여 가지 슈톨렌 (Stollen)에 얽힌 추억

빵과 커피에 관한 에세이 06


슈톨렌

슈톨렌 (stollen)


술에 절인 말린 과일과 견과류, 향신료 등이 들어간 빵을 버터로 코팅하고 슈가파우더를 입힌 독일 전통 크리스마스 디저트. 가운데에 아몬드 가루와 설탕으로 만든 마지판이라는 페이스트가 동그랗게 들어간다.

얇게 슬라이스해 하루에 한 조각씩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베이커리에서 11월 말경부터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슈톨렌이라는 빵을 처음 접한 게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서울 어느 빵집에서 조각 또는 작은 덩어리로 파는 슈톨렌을 먹어보면서부터 였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도 작은 크기 치고는 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요즘처럼 큰 덩어리에 2 - 4만 원을 호가하는 그런 빵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나오지도 않고, 사시사철 슈톨렌을 팔기도 했었으니 나는 그저 빵의 한 종류인가 보다 하고 먹었었다.

과일  많이 들어갔다! 마지판은  뭐래?”

나는 예나 지금이나 말린 과일을 좋아한다. 요즘에야 술 향기가 풍부하게 섞인 과일을 더욱 좋아하지만 그때는 그냥 쫄깃하고 달달하게 씹히기만 하면 그걸로 만족이었다. 그런 고로 그 말린 과일이 가득한 슈톨렌에 푹 빠지는 건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옛날 빵집에서 파는 슈톨렌에 들어가는 말린 과일은 요즘처럼 다양하지도 않았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크랜베리, 건포도, 파파야 정도였지만 난 그 정도로 행복했다.

츄이구이 브레드의 슈톨렌(왼쪽 2장)과 투떰즈업의 슈톨렌 맘모롤 (오른쪽 재작년)


또한 슈톨렌에는 마지판까지 들어간다. 달달하고 고소한 앙금과도 비슷한 그것. 초콜릿을 입혀서 디저트로도 먹는 녀석이니 요것도 당연히 싫어할 수가 없는 맛이었다. 그러고 보면 당시에 팔던 슈톨렌 중에 초코 슈톨렌이라는 슈톨렌도 있었던 기억이 난다. 뭐 별다른 건 아니고 베이스가 되는 빵이 초코였고, 초코칩이 들어간다는 정도의 차이점이 있었는데... 은근히 맛있었다.

그러던 나도 시간이 지나니 다양한 슈톨렌을 접하게 되었다. 요즘 슈톨렌은 들어가는 과일부터 다르다. 살구니 프룬이니 하는 큼직한 과일부터 베리들도 일반 건포도, 크랜베리 믹스보다는 설타나 류가 많아졌고 절임의 방법도 가게마다 달라졌다. 게다가 넣는 향신료 역시도 다양해, 넛맥이니 팔각, 정향, 카디멈 등등 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많은 향신료를 가게마다 골라 쓰고 있으니, 가게의 특징을 드러내기엔 이보다 좋은 빵도 드물었다.

재작년말에서 작년초의 슈톨렌. 아이폰 사진이다.


이터_슈톨렌 태그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만들어야지~”

재작년엔 무슨 생각인지, 슈톨렌을 사 모았다. 모임도 있었고, 이래저래 많이 먹었다. 15개가 넘었다. 나 말고 다들 슈톨렌이 궁금했던 모양인지 슈톨렌 모임은 순식간에 결성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신촌 어딘가에 모여 10여 개의 슈톨렌을 나누어 먹었던 기억도. 그리고 나는 거기서 먹은 슈톨렌 외에도 몇 가지의 슈톨렌을 더 모았다.

 처지 곤란이네! 이거 완전

하나하나 사진을 찍겠다고 집에서 난리를 피웠다. 날리는 슈가파우더 때문에 방바닥은 온통 흰 가루 범벅이 되었다. 하나하나 작은 테이블에 놓고 찍고를 반복하고 이리저리 플레이팅까지 하다 보니 오전에 시작한 작업은 거의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려는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덕분에 슈톨렌은 먹기 전부터 질려버리기 시작했다. 뭘 위해서 저런 일을 했던 걸까? 그때도 무척이나 속으로 짜증을 냈던 기억이 난다.

제주의 보엠. 슈톨렌으로 유명하다.


이건 향이 강하고, 저건 향이 조금 약하네.”

사진을 찍고 난 다음엔 뒷정리와 시식이 남아있었다. 뒷정리는 적고 싶지도 않다. 다 치우고 먹기 시작하니 저녁이었다. 15가지가 넘는 슈톨렌을 한입씩 먹어가며 맛을 적었다. 점점 먹어가다 보니 미각이 마비되어 왔다. 그래도 딴에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해보겠다고 노력했다. 나름대로 항목을 만들어 점수 아닌 점수까지 적어보았다.

이젠 뭐가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다.” “다시는 내가 이거  한다.”

가뜩이나 슈톨렌이란 빵은 부분 부분 맛의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 빵인데, 종류가 워낙 많아 한 가지를 많이 먹을 수도 없었다. 나중에 가니 맛이 다 비슷해져 구별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18년 말의 슈톨렌 투어는 끝이 났고 다시는 하지 말자는 교훈 아닌 교훈만 얻었다.

작년말, 올해의 슈톨렌. 사진 퀄리티가 급 좋아졌다.(가장 왼쪽은 브레드 숨)


 샀네 근데...”

제버릇 개 못 준다더니, 작년 말에도 결국 슈톨렌을 모았다. 뭐 모았다기보다 선물 받은 것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산 것도 몇 가지가 있었다. 고새 노하우가 생긴 것인지, 이번엔 30분도 안 걸려서 사진을 찍고 먹었다. 그리고 뭘 적어야 한다는 부담도 없다 보니 한결 마음도 편했다.

각자의 빵은 각자의 특징을 가졌다. 스퀘어 이미는 파운드케이크 전문점답게 파운드케이크에 슈톨렌을 접목했다. 뺑드에코는 사장님이 단맛을 좋아하지 않다 보니 슈톨렌도 맛이 부드러웠다. 츄이구이의 슈톨렌은 찐득한 식감과 베리류의 과일이 기억에 남았다. 이번에 다시 먹어본 보엠의 슈톨렌은 작년보다 담백(?)했었다. 이몸빵의 슈톨렌도 작년과 이런저런 부분에서 많이 달라졌다. (특히 마지판) 재인의 슈톨렌 비스코티는 슈톨렌보다는 정말 맛있는 비스코티를 먹는 기분이었다.

스퀘어이미. 생활의 달인에도 나온 곳이다.


뭐라고 평가할 부분이 아니다. 슈톨렌을 상식적으로 누가 이렇게 많이 사 먹을까? 겨울,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한 덩이만 사서 얇게 잘라먹으면 될 뿐인데. 아마 어디서 무엇을 사도 그 나름대로 맛을 가졌을 것이다. 단지 슈톨렌이라는 빵이 슈가파우더를 두껍게 입히고 (물론 슈가파우더는 먹지 않아도 된다.) 럼에 절인 말린 과일이 많이 들어가고, 버터를 여러 번 코팅한 빵이 베이스가 된다는 사실만 알면 본인의 입맛에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을 테고 말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용 케이크의 위치를 슈톨렌이 일정 부분 차지했다. 아마 보존성이 높다는 것이 케이크보다는 선물용으로 좋아서인 부분이 크지 않을까? 그래도 18년의 열풍만큼은 아닌듯싶었다. 올해 말에는 더 열기가 줄어들겠지. 그래도 나는 이 빵이 좋다. 호불호는 매우 높은 빵이다. 술 향도, 향신료 향도 절인 과일도 모두 나는 그저 다 좋아한다.

이 몸이 만든빵, 뺑드에코, 재인(슈톨렌 비스코티)의 슈톨렌이다.


쉽게 구할  있는  최고지 

가까운 데서 퇴근 후 집에 가면서 살 수 있는 슈톨렌 혹은 택배로 주문해 집에 가면 도착해 기다리고 있는 슈톨렌. 그게 아마도 가장 맛있는 슈톨렌이 아닐까? 뭘 먹는다는 게 그렇다. 이래저래 복잡하게 설명을 해도 한 사람의 개인적인 감상밖에 안 되는 것이고, 본인의 입맛과 일치한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름 정보전달적인 요소가 섞인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는 내가 할 말이 맞는 건가 싶지만 말이다.


뭐 그래서 주변에 내가 맨날 말하고 다닌다. 난 인스타랑 드X게 안 맞는다고.




슈톨렌이란 빵에 얽힌 이야기를 적어보았습니다.


사실 쉽게 접할 수 있는 빵은 아니긴 한데, 그래도 요새는 제법 아는 분들도 많아졌고 재작년에 특히 유행을 탔었죠.

아직까지 파X바X트 같은 체인 빵집에 보이지를 않다 보니 아주 익숙한 느낌까지는 아니기는 하네요.


저는 신논현 쪽 오페X 케익 하우스였나 하는 빵집에서 거의 처음 먹기 시작했던 기억이 나고 그밖에 가게에 본인 이름을 적는 명장, 기능장 빵집에서 많이 사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X명과라는 논현동 빵집에서도 사 먹었는데 여기는 이래저래 좋은 기억이 많이 남아있는 옛날 빵집 중 하나네요.


요샌 슈톨렌 파운드케이크도 많아졌고, 제가 좋아하는 소울 브레드에서는 슈톨렌 크림치즈도 만드셨네요. 슈톨렌 스콘, 비스코티 등등 다양하게 활용되는 모습이라 재미나기도 하네요.


아 빼놓을 수 없는 투떰즈업의 슈톨렌 맘모롤! 제가 특히나 좋아하는 두 빵의 조합이라 너무나 반가웠었네요 이건.


그나저나 파운드케이크, 국진이 빵에 대한 글도 적을 예정인데 겹치는 부분이 많아 큰일입니다. 제가 빵에 얽힌 추억 이래 봐야 다 거기서 거기라서 말이지요. 봐주시는 분들이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바람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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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ds_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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