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무 말 대잔치 01
토요일.
나는 주말을 좋아하지 않아.
주말은 ‘밖에 사람이 많은 날’ 그뿐이야.
가야 할 곳을 정하지 못해 밍기적거리다
정오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 되어서야 집을 나왔지.
흐리멍텅한 날씨.
구름이 없는 하늘은 미세먼지로 뿌옇고, 햇빛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어.
마치 내 기분을 투영이라도 한 듯한 그냥 그런 날씨.
버스정류장으로 걸아가는 길은 보도블록 공사로 불편했고,
신기하게도 눈앞에서 지나간 버스는 바로 같은 게 이어서 도착했지.
뭐 그냥 그런 출발.
전부터 궁금하던 동인천의 카페 바브드묘.
예쁘네. 소품에 특히나 공을 들인 게 물씬 느껴지는 카페.
보이는 만큼 사진은 찍히지 않아,
그냥 그런 사진만 잔뜩 메모리 카드에 쌓인
그냥 그런 하루가 될 오늘.
앞자리 아주머니들의 대화 소리에 집중을 할 수 없어
근처에 작업을 할만한 카페로 자리를 옮겼어.
물론 저런 곳에서 작업을 하려던 나의 잘못이지.
언제나 욕심이 앞서는 마음은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야.
태블릿을 켜니 문서 어플이 업데이트되면서 작업해 놓은 문서가 다 날아갔어.
별게 다 속 썩이는 그냥 그런 2020년 4월 25일.
시계를 보니 4시 26분.
1분만 빨리 봤으면 각이 딱딱 맞았을 텐데 그냥 그러네.
블루노트라는 이름을 가진 카페.
맛 좋은 커피가 기분을 달래주려 노력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그냥 그래.
신포 닭강정이나 사가야지.
넌 그냥 그런 내 기분을 달래 줄 수 있을까?
뒷자리에 또 단체 손님 세 분이 앉아.
나는 이어폰을 꺼내.
역시 토요일은 그냥 그래.
싫지도 좋지도 않다는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