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무 말 대잔치 07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적습니다.
제 글을 보시는 분들께선 다 아시시라 생각합니다만, 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카페와 베이커리 등을 소개하고 있죠.
제법 오래 하다 보니 어느샌가 주변에서 인플루언서라고, 컨텐츠 크리에이터라고 알듯말듯한 기묘한 이름으로 불러주더군요.
덕분에 적지 않은 수입이 생기기도 하고, 많은 인연을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참 감사할 일이겠지요. 그저 동네에서 빵만 찾아 먹던 사람에게 일을 맡기기도 하고, 조언을 구하기도 하니 말입니다.
꾸준히 많은 매장을 다니고, 많은 빵과 커피, 디저트를 먹다 보면 그래도 경험이라고 알음알음 알게 되는 것도 생깁니다. 그 덕분에 많은 일도 할 수 있게 되었고요.
그러한 일 중에선 광고 마케팅에 관한 일이 많습니다.
인스타그램도 페이스북이 그랬듯 마케팅을 하기 좋은 플랫폼이 되었으니까요.
다른 인플루언서 분들도 이럴까 궁금합니다만,
저는 이 일을 할 때면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일로 촬영을 갈 때면 평소보다 두 배, 세 배는 많은 컷을 담느라 몇 시간씩 소모하는 건 당연하고, 그 사진의 셀렉과 후보정 그리고 업체가 원하는 텍스트를 게시물에 적는데도 또 며칠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런 결과물에 실수나 퀄리티가 조금 떨어지는 점이 보일 때는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가 찾아오고요.
물론 일반적인 시급과 비교하면 훨씬 시간 대비 소득이 클 텐데, 그런 걸로 왜 불만인가 싶으신 분도 있겠고, 업체 쪽에서 납득할 만큼의 일을 다 해줬으면 퀄리티 등으로 스트레스받을 것도 없지 않으냐는 분도 있겠죠. 실제로 주변에도 이런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는 인플루언서 지인은 거의 없긴 합니다.
마케팅에 대해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겪어본 마케팅은 철저하게 단점은 숨기고 장점만을 부각하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제 스타일 상 일반적인 피드에도 단점을 거의 적지 않는 편입니다만, 묘하게 일로 할 때는 그 단점을 가리고 장점을 뽑는 작업이 그렇게나 힘이 듭니다.
네, 저는 이 일에 지쳤습니다.
마케팅에 도저히 재미를 느끼지 못하다 보니 이젠 그냥 카페를 가고 사진을 찍는 것에도 흥미를 잃었습니다. 요즘엔 공간을 소개하시는 분들이 참 많죠. 그분들을 제가 다 알지는 못합니다만, 멀리서 볼 때는 인스타그램에 열정이 저보다는 많으신 듯 보입니다. 이렇다 보니 그런 분들을 따라갈 수도 없겠더군요. 물론 따라가고 싶지도 않고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만 점점 강해집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소개는 그런 것이었을까요?
그저 컨텐츠라는 이름 아래 단발성으로 소비되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만드는 일었을까요?
언제부턴가 저는 이런 일을 하는 제가 멋져 보이지 않습니다.
자꾸만 속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망가져 가는 그런 느낌만 듭니다.
결국 다른 작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꽤 긴 시간이 필요한 작업인지라 과연 완성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법이니 어쩔 수 없겠죠.
이 글에도 억지로 다짐을 담아볼까 합니다. 부디 내가 원하는 길을 걸을 수 있기를...
정말 아무 말 대잔치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다 쓰고도 뭔 소린지 모르겠네요.
개인적인 긴 글을 적을 곳이 여기뿐이라 그래도 적어봅니다.
태생이 내향적인 사람이 어쩌다가 인플루언서가 되고 마케팅도 하고 카페도 운영하게 된 걸까요?
저에겐 타인과 함께하는 그 어떤 행위도 모두 일처럼 느껴지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엔 정말 많은 사람 속에서 살고 있네요. (이것도 제 기준이라 외향적인 분이 보기엔 적겠죠.)
저와 막 알게 되신 분들은 제가 MBTI에서 I 성향이라는 것에 놀라시더군요. 흔히 말하는 아싸 중에 인싸, 인싸 중에 아싸 정도 되는 후천적으로 열심히 기른 사회성에 기대어 사람을 만나다 보니 그런가 봅니다.
얼마 전에 가게에 찾아오신 지인 분들이 그런 말을 하셨습니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너는 참 똑같다고.
사실 그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의문이 먼저 생겼습니다. 인플루언서가 되면 달라져야 하는 걸까 하고요.
팔로워 숫자가 제 현실을 그렇게 크게 바꿔놓진 않았는데 말이죠. 물론 요새는 10만 좀 넘는 정도로는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미는 시대이기도 하니 아직 미약하기도 합니다만.
업계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고, 인플루언서 지인이 많아지는 것도 제겐 별다르지 않았습니다. 제가 인스타그램을 그만두면 그분들과 볼 일이 있을까요? 제게 인스타그램 속 세상은 그저 좀 더 현실과 가까운 신기루일 뿐이네요.
조금 멀리 떠나서 연락도 일도 줄이고 몇 달 정도 지내다 올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디서 INFP가 모든 성향 중 가장 금전적인 수입이 적다던데 제가 딱 그 케이스 같기도 하고요.
이런 글을 적는 것 자체도 부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텐데 말이죠.
배가 덜 고파서는 아닌데 참 묘하네요.
전 지금 정말 절박하디 절박한 현실을 감당하느라 매일 불안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거든요.
보시는 분들도 덩달아 기운이 처지지 않을까 싶어 우려되네요.
실제로는 이렇게 심각하게 적을 삶도 아닌데 글만 길게 늘어놨네요. 다들 비슷하게 사는데.
23년도 벌써 이렇게 다 지나고 날이 몹시 추워졌죠.
달콤한 디저트와 향미 좋은 커피, 따뜻한 빵을 드시면서 힘든 일도 털어버리시고,
꼭 정말 꼭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아, 사진은 뭐냐고요?
그냥 글만 적긴 좀 그래서 최근 제가 가장 좋아하는 두 곳인 마타사와 누아즈데테의 사진을 넣어봤네요.
음식 사진 보면서 기분이라도 좋아지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