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진열장 안에는 추억이 가득한 물건들로 채워져 있다. 네 칸으로 된 직사각형 모양이다. 클래식 느낌의 3면이 유리로 된 우드 장. 용산으로 이사 오면서 집에 들였다. 18살 그녀! 같이 늙어 간다.
첫 번째 칸에는 친구가 러시아를 다녀오면서 사 왔다고 준 선물이 있다. 빨강과 초록색의 ‘마트료시카’ 인형이다. 큰 인형을 열면 작은 인형이 계속 나오는 재미있는 선물이다. 몸집 큰 엄마부터 중지 반 만한 아기인형까지 지칠 줄 모르고 온 가족이 줄지어 서서 시종일관 바라보고 있다.
가족들 생일에 정성껏 쓴 엽서와 카드들도 전시되어 있다. 지나칠 때 한 번씩 읽으면 마음이 뜨뜻해 온다. 어릴 적 사진도 책처럼 펼쳐지는 가죽으로 된 미니 앨범 속에 들어있다. ‘저렇게 귀여웠을 때가 있었구나 싶다.’ 미국 여행 때 사 온 중세 시대 컵도 두 개씩 4개가 양쪽에 금색으로 번쩍번쩍 빛이 난다.
두 번째 칸 벽 쪽으로는 한지에 연꽃을 그려 넣은 부채가 있다. 영어 수업을 받던 초등학생 제자가 직접 만들었다며 선물해주었다. 미니어처 양주병 시리즈 다섯 개와 캐나다 은색 장식이 달린 메이플 시럽 병 세 개가 나란히 놓여있다. 큰아이 대학 졸업 반지와 인턴쉽 했던 명함들이 두툼하다. 일본에 사는 딸을 보러 자주 다녀오면서 사 온 미니어처 초밥 모형과 부자 되라고 식당에 주로 놓는다는 고양이 인형은 어서 오라 신나게 손을 흔든다.
세 번째 칸에는 와인 잔 두 개가 가운데에 놓여있다. 그 안에는 잘 말린 작약 꽃잎이 들어있다. 소중한 사람에게 소중한 날 받아 감상하다가 넣어두었다. 각종 대회에서 받은 미니 트로피와 메달들은 틀도 없이 널브러져 있다. 마치 그간의 노고에 이젠 좀 누워 쉬라고 허락받은 양 편히. 미국에서 친구가 보내온 노랑 바탕에 빨간색 토마토와 초록색 피망이 그려진 도자기로 된 국자가 삐딱하게 기대어 서 있다.
마지막 칸에는 금가루가 들어간 얇디얇은 위스키병 하나가 노란 상표를 두르고 구석에 놓여있다. 문 앞에 당당히 세 개가 줄지어 있는 크리스탈 패도 보인다. 가족을 사랑하는 문구를 넣어 만든 남편의 어느 해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온 가족이 일본 오키나와로 여행을 갔을 때 깜짝 선물로 받았다. 다들 펑펑 눈물 콧물 다 쏟았다. 크리스탈의 투명함 뒤로 남편의 영어 이름과 같아 편의점에서 사온 싸구려 위스키병도 보인다. 빨간 글씨로 ‘Sir Edward’라고 써 있다. 아직 맛도 보지 않았다. 하이볼 해서 마시려고 사 왔는데 남편에게는 선물처럼 느껴졌는지 고이 모셔놓았다.
선물 받은 첫날 짝을 잃은 이어폰 한쪽, 첫 월급 탄 돈 봉투, 버리지 않고 보관한 사소한 물건들 속에 담긴 추억과 사랑의 마음을 진열장은 담고 있다. 그러니까 걸어온 삶의 역사를 유리 너머로 쉽게 볼 수 있다.
“사소하지만 귀한 너희들, 오래오래 보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