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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전 오 기자의 글방 May 07. 2024

지역 언론은 관심 없는 지역 소식

해외 유명 업체가 참가한 지역 국책 사업에 무관심한 지역언론


커버사진은 국가기상센터가 들어설 정부대전청사 일대 모습. 사진 출처=필자 본인


이번에 쓰는 글은 필자가 지역언론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어서 작성하게 되었다.


필자는 잠깐 대전일보 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기상청 대전 완전 이전이 늦어진다고 지적하는 기사를 2023년 1월에 작성한 적이 있다.


서울 동작구에 있던 기상청은 2021년 정부의 청사 재배치 계획에 따라 당시 대전 이전이 확정되었고 2022년 2월에 청장실과 수치모델링센터를 비롯한 지휘 및 사무부서가 대전 서구 정부대전청사 내 중소벤처기업부 빈자리로 이전했다.


다만 정부대전청사 내에 기상청 본청이 모두 들어갈 사무공간 부족도 부족하고, 관측 관련 장비 이전이 필요한 관측부서와 기상레이더센터 등은 서울 동작구에 당분간 잔류하고 정부대전청사 서남측 유휴부지 내 탄소중립 국가기상센터가 마련된 후 후발대로 이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어느 공공사업이 그러하듯 이 사업도 지연을 먹게 되었다. 당시 필자가 2023년 1월 기사에서 지적했던 내용은 기상센터 준공이 당초 예정되었던 2026년이 아니라 2027년으로 미뤄졌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는 당시 대전일보 사설로 나왔고 지역 내 타 언론사들도 필자의 기사가 나간 이후 관련 기사를 보도했을 만큼 크지는 않지만 나름 지역 이슈가 되었다.


이후 2024년 1월에는 또 기상센터 완공이 2027년에서 2028년으로 미뤄지고 2029년에 기상청 완전 이전이 이뤄진다는 보도가 대전일보를 통해 나왔다.


그런데 정작 그 국가기상센터에 대한 설계안이 나왔을 때 지역언론들은 거의 하나도 (적어도 내가 찾아본 지역언론들은) 보도를 하지 않았다. 오직 5월 7일 오늘 기준으로 건설 전문 경제지인 대한경제 한 곳만 보도했다. 물론 독자들은 공공청사 건물 하나가 뭐가 중요한지 의문점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국가기상센터는 기상청 측에서 직접 대전의 랜드마크로 만든다고 직접 공언한 적도 있고, 탄소중립이라는 특수성으로 이목을 끌었다는 점도 있다. 무엇보다 기상센터 설계현상 공모 후보 라인업을 살펴보면 지방은 물론 국내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화려하다.


설계공모 후보 면면을 살펴보면 우선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유명한 자하 하지드가 설립한 '자하하지드아키텍츠'(韓 HK건축사사무소와 컨소시엄), 또 다른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톰 메인이 이끌고 네옴시티 기본 계획을 총괄하고 있는 '모포시스 사'(韓 행림건축사사무소와 컨소시엄), 아부다비 포시즌 호텔과 런던 22 비숍게이트 등을 설계한 'PLP아키텍처'(韓 포스코A&C와 컨소시엄) 등 내로라고 하는 유명 해외 건축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단독 참가한 국내 건축사들도 이미 정부대전청사와 삼성 내 각종 대형 프로젝트들을 설계한 바 있는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이미 수많은 국내 유명 건축물을 남긴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도 참가했다.


필자는 이들 후보 작품들을 기상청 국가기상센터 설계 공모 사이트에서 봤는데 모든 후보 작품이 대전의 랜드마크가 되기에 충분한 것 같았다. 이들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해당 사이트 링크를 바로 아래에 걸어 두겠다.


https://kma-eco-nmc.kr/winner


설계공모는 4월 26일 발표했고, 대한경제에서 보도가 나간 건 4월 29일쯤이었다. 본인은 대한경제면 건설분야 메이저 신문이니 지역언론에서 보도하길 기대했었다. 그런데 오늘 5월 7일까지 보도되는 지역언론이 하나도 없다. 기상청 이전 지연은 보도했는데 그 실마리가 풀릴 설계공모작 당선은 아무도 보도 안 하니 참으로 어리둥절했다.


기상청이라는 대형 국가행정기관이 둥지를 틀, 특히 앞으로 한국의 날씨를 책임지고 세계 유명 건축사들이 앞다투어 공모한 대전의 미래 랜드마크 건물 치고는 너무 지역언론이 무관심한 것 같았다. 물론 몰라서 보도 안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거는 그것대로 무관심했다는 것이고... 게다가 수많은 대전 지역 언론과 기자들이 몰랐으면...


또 기상청이 보도자료를 안 내놓거나 브리핑을 안 해서 안 썼다는 건... 음... (참고로 기상청 본청이 있는 정부대전청사는 중앙행정기관 본청들이 모여 있는 곳인 만큼 당연히 기자실이 있고 기자실에는 메이저 지역언론을 비롯해 통신사와 메이저 중앙언론 주재 기자들이 상주해 있다... 그곳에서도 무관심했다면...)


물론 본인도 기자로써 많이 미숙하고 놓치는 점이 있었고... 지금은 얼마 안 하고 쉬고 있는 입장이라서 큰 목소리 낼 처지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이런 나름 지역 핵심 이슈에 대해서 이렇게 지역언론이나 지역기자들이 이렇게나 무관심할 줄은 몰랐다.


사소한 소식이나 보도자료는 쓰면서 이런 중요한 일을 놓치고 있는 지역언론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지역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지역언론이 사는 길이고, 지역언론의 역할인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렇게 놓치는 일이 많으면... 지역언론으로써 위상은 물론... 앞으로 지역언론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점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앞으로 이런 사례처럼 지역언론이 놓치고 있거나 무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요 지역소식이 나오면 이러한 글을 계속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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