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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임줌마 May 13. 2024

이게 접니다!_추석이의 시선

#분명 코미디 프로를 보고 있었을 텐데요..

추석 : 

1. 우리 큰딸의 태명입니다.

2. 온순하고 무던합니다. 표현을 멋쩍어하지만 속이 깊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퇴근 후 현관부터 흐트러진 신발을 정리하면서 거침없이 스턴트우먼처럼 들어간다. 중문을 열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아이들 가방, 물통, 설이(우리 집 강아지) 인형 집어 들고 외친다.


"치워라~~~~~~~~" 

(좋아! 카리스마 있어쒀!)


식탁에 겉옷과 가방을 내려놓고 누구보다 빠르게 저녁 준비를 한다.

냉동실에 넣어둔 국 전자레인지에 해동 돌리고, 데우는 동안 거실에 널어놓은 빨래 걷어서 건조기 먼지 털기 누르고, 새로운 빨랫감 세탁기로 고고!!

(가끔 성질 급해서 빨래 넣기 전 세탁기 문부터 닫는 게 문제.. 정신 차려)

밀대로 간단하게 이리저리 슝슝 돌아다니며 설이가 흩날렸던 털과, 딸들 포함 여자 셋의 머리카락, 오전 내 가라앉았던 먼지를 한번 훔치고 주방으로 돌아와 국과 밥, 반찬을 옮겨 담아 저녁을 먹인다.

(밀대 씬에도 남편 머리카락은 등장하지 않는다. 분명 같이 사는데 말이다.)


저녁 먹은 아이들은 한 명은 학원으로, 한 명은 숙제하러 각자 걸음하면, 아이들 먹는 동안 먼지 털기가 끝난 건조기 속 빨래 꺼내 빠르게 개키고, 저녁식탁 치우고, 설거지하고... 정신없이 루틴화 된 저녁일과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된다.

빠르게 서두르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만날 수 있는 나의 자유를 위해!!


아이들과 같이 앉아서 밥을 먹기보단 반찬 먹으며 맥주 한 캔을 더 선호하고

때론, 반찬을 하면서 간 보기를 핑계 삼아 가스레인지 앞에서 맥주 한 캔 뚝딱 하는 그게 행복이다^--^

(남편이 늦게 밥도 안 먹고 퇴근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응~ 여보~ 바쁘면 회사에 있어도 돼~")


정신없이 휘몰아치고 나면 잠시 소파에 앉아 TV를 바라본다.(TV시청이 목적이 아니다..)

팔걸이가 있는 1인소파가 지정석인데 푹~ 감싸지듯이 기댈 수 있어서 팔걸이에 다리 걸어놓고 널브러져 있는 게 좋다. TV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화장 지우는 것도, 옷 갈아입는 것도 잊은 TV를 잠시 바라본다.

(가끔 매직아이 같기도 하다)


학원 다녀온 추석이가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화이트보드에 무언가를 그린다.

낄낄낄 거리는 이유가 궁금해서 보고 싶지만 고개 돌릴 기운도 없어 TV만 본다.

잠시 후 끄적임을 마친 추석이가 조용히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너무 쿨하게 뒤돌아 가니 몹시 궁금하다.. 한번 볼까?


"............"


이게 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랑 너무 똑같이 그렸다. 저렇게 생겼다...

(다행이다. 귀걸이를 그려줘서 내 자존심은 살렸다.)



발가락 엣지가 살아있다!



추석이 눈에 비친 내 모습은 이렇구나.. 아하하하하(영혼 없이 웃고 있음)

분명 재밌는 프로를 보고 웃고 있었을 텐데.. 아하하하하

팔자 주름이 유독 깊다. 오늘은 아이크림을 듬뿍 발라봐야겠다. 나하하하하하하~~~~~~~




덧붙이기]

사실 아빠도 그렸다. 너무 똑같이 그렸다. 도저히 올릴 수가 없다. 이 사람을 지켜줘야 한다!

남편은 추석이가 그려준 그림을 보며 아무 말이 없다. 원래도 말이 없다.

내 그림이 조금 낫다.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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