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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un 04. 2024

운명의 그 남자

결혼을 하기 전에는 한번 남자친구를 사귀면 진득하니 오래 만나는 편이었다.


그 때문에 많은 남자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이별이 다가올 즘이면 더 괜찮은 남자가 주변에 있었기에 특별히 소개팅 같은 걸 하지 않아도 연애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항상 계획한 것 같은 자연스러운 만남만을 가져오다가 '운명이란 게 있나?' 진지하게 생각했던 건 한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부터였다.


그 사람과 나는 어떠한 연결고리도 없었다. 그야말로 운명처럼 갑자기 만난 사이.


서로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에 신뢰도는 0서 시작됐다. 어떻게 자라왔는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성격은 원래 이런지 숨기는 게 있지는 않은지..


양파껍질을 벗기듯 만날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하나씩 보여주던 그 사람은 내가 만난 남자 중에 가장 착했고 가장 똑똑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나의 자존감을 가장 높여주는 사람이었다.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과 사랑에 빠진 나는 6년 동안 연애를 했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싫어서 결혼을 했다.


결혼이란 건 현실이었기에 마냥 사랑을 속삭이며 살 수는 없었다. 치열하게 싸우고 화해했고 울고 웃으면서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벌써 12년째같이 살고 있다.


20대 그 시절 싱그러운 모습으로 만났던 우리는 이담에 아이들이 모두 커서 독립을 하고 나면 캠핑카를 타고 전국 일주를 하는 계획을 그리고 있다.


처음 내 앞에 운명처럼 나타났던 것처럼 우리의 운명이 다하는 날까지 서로가 곁에 있어줄 수 있기를, 늙어서도 같이 티비보고 수다 떨며 재미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새벽 2시, 안방에서 자고 있는 그의 기침소리를 들으니 짠한 마음이 들어 끄적여 본다.

(좋은 말로 할 때 전자담배 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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