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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May 09. 2024

이별은 어려워

나태주 '인생'


우리 아이들은 오래전부터 

고양이를 너무 키우고 싶어했다.


털 많이 빠져서 안돼, 

쇼파 긁어놔서 안돼 등등 

나는 여러 이유를 대면서 반대했다.


아이들은 

길고양이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몰래 간식을 가져다 주기도 하면서

고양이를 키우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어린이 날이 다가오고 

문득 아이들과 햄스터라도 키워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 근처 마트에 갔다.


햄스터를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 본건 

처음이었다.


너무 크게 자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렇게까지는 

크지 않는다고 했다.


햄스터 수명이 

1~2년 정도 된다는 

문구를 보았다.


오래 살다가 

떠나는 것도 두렵지만 

고작 1~2년이라니.


오래 전 반려견과의 이별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기 때문에 

다시 반려동물을 키우겠다 

마음을 먹기까지는 

오랜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얼마 못산다는 걸 알면서

키운다는건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햄스터를 키워보겠다는 

마음을 접고 마트를 나왔다.




인생은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다.

사람과의 사이 뿐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것들과 그렇다.


헤어짐을 미리 알수 있다면

좀 더 그 순간에 충실할 수 있을까?


아직도 이별은 낯선 느낌이다.

나이먹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냥 다들 참는거였다.


지금 내 옆에 있는 모든 것들

모든 사람들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있을 때 잘해야겠다.


나 또한

다시 보고싶은 사람은 못되더라도

이별이 기다려지는 사람은 

되지말아야지. 


오늘 하루도 내일이 되면 

지나고 없는 날이 되겠지?

지금 이 시간 행복하게 보내자. 

쓸데없는 생각 고만하고!




화창한 날씨만 믿고

가벼운 옷차림과 신발로 길을 나섰지요

향기로운 바람 지저귀는 새소리 따라

오솔길을 걸었지요


멀리 갔다가 돌아 오는 길

막판에 그만 소낙비를 만났지 뭡니까

하지만 나는 소낙비를 나무라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요


날씨 탓을 하며 날씨에 속았노라

말하고 싶지도 않아요


좋았노라 그마저도 

아름다운 하루였노라

말하고 싶어요

소낙비 함께 옷과 신발에 묻어온

숲 속의 바람과 새 소리


그것도 소중한 나의 하루

나의 인생이었으니까요


-나태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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