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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un 12. 2024

내 남자의 조건

돈돈 하던 선 본 남자의 본심.

사람마다 생각하는 괜찮은 남자의 조건은 무엇일까?

재력, 학벌, 외모, 성격, 집안, 건강 등 각자가 생각하는 조건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재력이나 집안을 중요하다고 하면 속물 같다고 욕먹을 것이고 외모를 중요하다고 하면 얼굴이 먹여주냐고 것이고 성격이 중요하다고 하면 사랑만 먹고 어떻게 사냐고 것이다.




나는 외모를 보고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는 편이 아니다.

얼굴은 아주 못 생기지만 안으면 되고 키는 나 보다만 크면 된다.  어릴 적에야 쌍꺼풀에 큰 눈, 큰 키가 이상형이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런 남자는 이 세상에 몇 명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기준을 수정했다.

집안이 풍족하지 않아도 학벌이 대단하지 않아도 자기 일에 성실한 사람이 좋았다..

단지 '성실함' 그게 내 기준이었다.

그 남자와 헤어진  뒤로 말이다.




내가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는 중요한 부분은 대화를 나눌 때의 태도이다. 특히나 단 둘이 만나는 상황이라면 태도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소개팅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상대방이 내가 생각했던 스타일의 사람이 아닐지라도 그 시간만큼은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눈을 맞추며 상대방의 얘기에 집중해야 내가 상대방과의 만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상대방의 얘기에 집중하지 않고 각자 휴대폰이나 만지작 거리거나 자신의 말만 계속 늘어놓는 다같이 있는 자리가 무척이나 불편해진다. 이런 불편함을 느끼게 되면 상대방이 억만장자라고 해도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것이다.




결혼하기 전 거제도에서 살 때의 일이다. 거제도에는 조선소가 2개나 있어서 남자는 많지만 반대로 젊은 여자가 귀한 곳이다. 그래서 거제도에 있을 때 선이 진짜 많이 들어왔다. 우리 고모는 내가 4년제 대학을 나온 똑똑한 조카라는 사실을 늘 강조하며 자랑했다. 고모부에게 선자리가 들어왔다. 마트를 크게 하는 청년 사업가라고 했다. 그런데 그 남자는 고졸이었다. 집안도 먹고 살만하고 성실해서 돈도 잘 번다며 한 번 만나보고라고 했다. 학벌이 무슨 상관인가? 약속을 잡고 만났다.




그 남자는 만나자마자 그날부터 부담스럽게 적극적이었다. 퇴근 후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집 앞으로 찾아와 얼굴을 보고 갔고 내 생일날에는 장미꽃 100송이를 안겨주며 프러포즈를 했다. 그날 이후 결혼을 하자며 우리 부모님을 만나고 싶다고 강원도 집에 인사를 가자고 졸랐다. 인사하는 게 뭐 어떨까 싶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강원도 집에 같이 갔다. 당시 우리 집은 아래 동네로 이사를 급하게 오게 돼서 집안 수리가 완벽하게 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 남자의 태도는 우리 집에 인사를 간 그 순간부터 바뀌었다.



 

고모부가 그 남자에게 내가 외동딸이라 장인, 장모 다 돌아가시면 그 집 재산은 다 딸한테 간다고 그랬다는 말을 그 남자와 헤어지고 나서 들었다. 그 남자는 우리 집 사는 모습을  확인해 보고 싶어서 그랬는지 인사를 핑계로 부모님께 가자고 계속 졸랐다. 그래서 인사를 하러 갔다. 당시는 이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집수리는 다 안 됐고 알뜰한 아빠는 집안 살림살이들도 예전 것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  술을 한잔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지만 그 남자의 표정은 그다지 즐거워 보이지 않았고 대답도 건성으로 하는 모습에 나는 화가 났지만 참았다. 겉으로 보기에 돈이 있는 집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을 것이고 물려줄 유산도 별로 없겠다 생각했는지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바쁜 일이 생겼다며 거제도로 내려가자고 했다.




매일 같이 찾아오던 남자의 발길이 점점 줄어들었다. 술에 취해서 전화를 해서는 힘들다는 말만 늘어놓으며 자기 할 말만 실컷 하고 끊어 버리고 음주운전을 해서 집 앞으로 찾아오는 날도 있었다. 결혼하자고 그렇게 닦달을 하더니  "아~ 역시 돈이었구나"를 느낀 나는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우리 집은 그렇게 가난하지 않다. 단지 알뜰하고 낭비하는 것을 싫어하는 부모님이 고장이 나지 않으면 10년이고 20년이고 물건을 바꾸지 않고 쓰는 편이다. 6칸짜리 빌라 1동도 가지고 있고 먹고사는데 지장은 없었는데 겉으로 보이는 우리 집 겉모습이 그 남자에게는 실망스러웠던 모양이다. 강원도를 다녀온 뒤로 그 남자와 나는 점점 멀어졌다. 그렇게 헤어지고 나는 지금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해서 부천으로 올라갔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남자는 거제도 부잣집 딸인 신협에 다니는 아가씨와 결혼을 했다고 들었다.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괜찮은 남자의 조건이란 내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와 기준에 맞는 남자가 아닐까?

어떤 조건을 중요한 가치로 가지느냐는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함부로 비난할 수는 없다.

그 기준이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기준일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내가 정한 그 기준이  나를 위한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도  아닌 바로 '나'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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