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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un 24. 2024

이자를 위해 돈을 꾸어주지 말라!

'희년 함께'와 '희년 은행'을 아시나요?

“이자를 위해 돈을 꾸어주지 말라!” - 구약성경 레위기 25장 35절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자본주의를 벗어난 토지공유.

‘희년’(禧年, year of jubilee)의 가치인 토지정의 회복. 

주거 빈곤에 처해있는 청년들에게 ‘희년’(禧年, year of jubilee)을 선물하자!          


해를 거듭하면서 많은 청년들이 고금리로 인한 부채와 까다로운 대출 조건으로 주거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가난을 대물림하게 만드는 뿌리 깊은 병폐이다. 현재 청년들의 대부분의 수입이 주거 임대료나 학자금 대출 상환에 지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은 내집 마련에 대한 부담으로 다가와 결혼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년들의 부채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교회가 발 벗고 나서 만든 대안 은행인 ‘희년 은행’이 큰 화제이다. ‘희년 은행’은 2016년부터 고금리 부채, 주거 빈곤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지원하고 있다. ‘토지+자유 연구소’ 소장과 '희년함께 지도위원'을 맡고 있는 남기업 소장을 만나 '희년 은행'과 토지 이야기, 기독교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희년함께’(Jubilee & Land Justice Association)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공동체를 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기독교인이 아닌 저에겐 생소한 단어인데 ‘희년’(禧年, year of jubilee)은 어떤 뜻인가요?     

구약성경에 따르면 ‘희년’(禧年, year of jubilee:나팔을 불어 자유의 기쁨을 선포하는 해)은 50년마다 돌아옵니다. 안식년(기독교인들이 7년마다 1년씩 휴식하는 해로 1년 동안 땅을 쉬게 해 주기 위해 시작됨)을 7번 보낸 다음 해를 ‘희년’이라고 합니다. 이때는 땅도 휴경하고, 가축도 쉬고, 사람도 쉬고, 노예도 자유를 얻고, 빚을 진 사람들은 빚도 탕감받을 수 있는 모든 것이 회복되는 해를 말합니다.      


-‘희년 함께’(Jubilee & Land Justice Association)는 어떻게 만들어진 단체인가요?     

1984년 강원도 태백 ‘예수원’이라는 수도원의 외국인 신부 故토레이(한국이름 대천덕)라는 분이 수도를 하는 분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굉장히 관심이 많으셨어요. 故토레이 신부님이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이라는 책을 읽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성경의 뜻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깨닫고 1984년 우리나라에 ‘헨리 조지 협회’를 만들었어요. 일반 기독교 신도들과 참여 정부에서 정책 실장으로 활동했었던 이정호 교수 등 경제학자들이 참여하여 헨리 조지의 사상을 연구하게 됐는데 이것이 1994년도에 ‘성토모’(성경적 토지 정의를 위한 모임)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토지제도를 바꿔야 부채 문제도 해결되고 새로운 사회로 갈 수 있다는 취지로 2010년도에 ‘희년 함께’(Jubilee & Land Justice Association)로 개칭을 했습니다.                


-‘희년 정신’을 토지제도에 구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헨리 조지’의 사상을 구현하기 위해 연구를 했는데 정의로운 토지제도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부채의 늪에 빠지기 쉽고 주거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에 토지제도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희년 함께’(Jubilee & Land Justice Association)를 만든 목적은 무엇인가요?     

성령님의 힘으로 ‘희년’(禧年, year of jubilee)을 실천하고,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공동체를 세우며 온 세상 그리스도인들이 ‘희년’을 실천하도록 전하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희년 함께’(Jubilee & Land Justice Association)는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나요?     

‘희년 함께’는 기독교인들로 구성되어 있고, 후원 회원은 400명 ~ 500명 사이이고 후원을 하지 않는 일반 회원은 1000명 이상 입이다. 상근하는 직원은 3명이고 1명은 일주일에 한두 번 출근합니다. ‘희년’(禧年, year of jubilee)에 담긴 ‘부채탕감 정신’을 바탕으로 2016년에는 ‘희년 은행’을 설립하여 고금리 부채와 주거 문제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돕고 있습니다.  



   

청년들을 위한 무이자전환대출, 공동주거지원 대출사업으로 사회적 금융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희년 은행’의 선한 영향력.     


-‘희년 함께’(Jubilee & Land Justice Association)에서 ‘희년 은행’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희년 은행’은 어떤 은행인가요?     

스웨덴에 ‘야크’(JAK Members Bank)라는 대안 은행이 있어요. 우리 실무자들이 ‘야크’(JAKMembers Bank)라는 모델을 찾아내 같은 방식으로 ‘한국형 협동조합 은행’을 만든 것이 ‘희년 은행’입니다.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니고 저축을 하는 형태여서 참여하기가 굉장히 쉽습니다. ‘무이자 저축, 무이자 대출’을 하는 형태입니다. 일단 조합원이 되면 재무 상담을 하고 그다음 적정한 금액의 대출을 해주고 주기적으로 만나서 상환 계획도 같이 세웁니다.      


-‘희년 은행’의 중점 지원 대상이 청년층이라고 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청년들은 취업, 연애, 결혼 문제 등등 불안정한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희년’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청년’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2014년 ~ 2015년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제윤경 의원과 함께 부채가 있는 청년들을 위해 ‘부채탕감 운동’을 했습니다. 부실 채권을 사서 소각하는 행사에 동참했어요. 그런데 채권을 소각해서 채무 당사자에게 연락을 해도 당사자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아 자신의 부채가 탕감된 사실을 알지 못하고 당사자를 만나기도 어려웠어요. 주소지로 부채탕감 소식을 보내도 회신이 5%밖에 안 되니까 취지는 좋은데 효과가 떨어지더라고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 인가 고민하던 차에 제가 춘천의 한 교회에 강의를 하러 가게 됐는데 한 청년이 자기가 부채에 시달리고 있어서 너무 힘들다고 교회에서 고백을 했어요. 그런데 그 교회에서는 이런 문제를 다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관리를 부탁해서 그 청년을 만나 왜 부채가 생겼는지 알아보고 도와주게 되었습니다. 도와주면서 우리가 이런 일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모아져 ‘희년 은행’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희년 은행’과 일반 은행은 어떻게 다른가요?      

‘희년 은행’은 무이자 저축, 무이자 대출이 원칙입니다. 저축한 만큼 무이자 ‘대출권리’가 쌓입니다. 목돈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그중 주거비가 청년들이 대출금을 알아보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희년 은행’은 고금리전환대출, 청년들의 안정적인 주거 환경 지원을 위해 개인 주거지원대출, 신혼부부 주거지원대출, 공동 주거지원대출 등 주거보증금지원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출 기간은 최초 2년인데 1회 연장도 가능해 최대 4년까지로 두고 있고, 개인의 경우 최대 5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 500만 원 정도면 고금리 대출을 받지 않아도 학교나 직장이 있는 곳에 주거를 구할 수 있고 기존에 살던 집에서 계속 살 수도 있습니다. 저축한 출자금은 청년들에게 주거 공간을 마련해 주어 청년들에게 희망을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내가 저축한 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싶다면 ‘희년 은행’이 다리 역할을 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관계 금융’이라고 할 수 있죠. 대출이 필요한 사람을 직접 만나고 그 사람의 삶을 살피고 친구가 되어주고 조합원 중에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능한 선에서 그 청년의 일자리도 알아봐 주려고 합니다.      


-‘희년 은행’의 현재 재정 상황은 어떤가요?     

현재 출자 금액은 6억 1500만원 정도이고, 누적 고금리 전환대출금은 약 1700만원, 누적 중금리전환대출금은 약 2200만원, 누적 공동 주거지원대출금은 약 4억 5000만원, 누적 기본조합원대출금은 약 1억 7700만원, 누적 고금리 예방대출금은 약 1억 1800만원, 누적 목적 희년대출금은 약 7400만원입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해 고금리 사채를 써서 이자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는 구원의 빛과도 같네요. 기독교인만이 조합원이 될 수 있나요?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조합원이 될 수 있고 조합원이 되면 개인 재무 상담 후에 연령에 상관없이 대출이 가능합니다. ‘희년 은행’에 동참해 주시면 저축하신 출자금으로 청년들의 미래뿐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 사진 출처 - '희년함께' 홈페이지 >    



토지 특권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지공주의(Geoism)구현

공평과 정의를 기반으로 하는 공정국가(fair state) 모델 수립

남과 북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는 통일한국의 대안적 경제체제 연구


-성균관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셨네요?

사실 저는 같은 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에 다니다가 정치외교학과로 편입을 했습니다. 제가 기독교 신앙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학 다닐 때입니다. 고등학교 때 ‘사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앞으로 행복해질 것 같지도 않은데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늘 했어요.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기독교 학교였는데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채플(chapel:기독교 계통의 학교에서 행하는 예배 모임)시간에 목사님께 예수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도 믿음이 안 생겼어요. 삶의 괴로움은 늘 있었기 때문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동아리에 가입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서 성경에서 말하는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알고 싶어 정치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토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사회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책을 많이 읽었어요. 그러다가 ‘헨리 조지’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고 ‘예수원’의 故토레이 신부가 기독교적인 언어로 헨리 조지 사상을 소개한 ‘신학과 사회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어요. 그 책을 읽기 전에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 대안이 있어야 제대로 된 종교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성경에 놀라운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대학원 졸업 논문을 ‘헨리 조지’에 관해 쓰게 되었어요. 졸업 논문 주제는 <헨리 조지의 사상이 대안 체제가 될 수 있다>입니다. ‘헨리 조지’는 정치학 내에서는 잊혀진 사람이고 경제학 내에서도 다루지 않는 주제였는데 ‘헨리 조지’를 연구한 경북대 이종우 교수, ‘헨리 주의 진보 근거’를 번역한 김윤상 교수라는 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졸업 논문을 마쳤을 당시가 참여 정부 때인데 ‘성토모’(성경적 토지 정의를 위한 모임)라는 모임이 있었어요. 그 당시 부동산 문제가 워낙 심각해서 우리도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운동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토지 정의 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이론과 정책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참여 정부가 끝날 무렵 제가 상근 실무 책임자가 되어 ‘토지 자유 연구소’를 만들었고 소장을 맡아 일하고 있습니다.     


- ‘토지+자유 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합니다. 땅은 모두의 것이니까 땅을 가진 사람에게서 토지세를 걷어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땅이 없거나 자기 생활에 필요한 땅만 가진 사람들은 세금을 내는 것 보다 받는 것이 더 많게 됩니다. 국민의 90%가 받는 게 더 많아지기 때문에 이 제도는 한 번 도입되면 후퇴되기가 어려워요. 집이 없는 사람이나 땅이 없는 사람은 자기에게 이익이 되니까 무조건 이 제도를 지지하게 되는 거죠. 이런 토지 배당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고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사진 출처 - 토지+자유연구소 홈페이지 >



신앙을 내 삶의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사회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기여하는 것이 신앙인의 삶이다.     


-현재 기독교가 많이 타락했다고 봅니다. 기독교가 이렇게 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성서 해석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봅니다. 성경이 말하는 새로운 사회를 구약에서는 ‘거룩한 나라’라고 표현하고 신약에서는 ‘하나님의 나라’라고 표현합니다. 성경에서 땅을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어 준 이유는 누구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자기의 삶을 살게 하려는 거거든요. 그것이 성경이 말하는 이상이고 그런 사회를 만들려고 애를 쓰는것이 구원의 길인데 지금의 기독교는 그런 사회에 대한 이상이 없어졌어요. 그냥 예수님을 믿으면 구원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데 종교가 이용되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우리 아이들 서울대학교 가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다던가...신앙을 도구적으로 활용을 해요.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구원이 없다라고 해야 성경이 말하고 있는 제대로 된 해석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지금의 기독교는 그런 생각을 잃어버렸습니다.      


-기독교인들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기독교가 말하는 새로운 사회를 위해서는 사회를 위한 일에 참여도 하고 후원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하고 기여를 해야 하는데 어차피 세상은 끝나는 거니까 세상에서 물질적으로도 잘 살고 죽어서도 천국에 가면 된다고 이단과 같은 생각을 하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교인들이 많습니다. 기독교가 이런 변질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경 해석과 새로운 신앙의 형태가 나타나야 합니다. 지금의 기독교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예의 바른 노예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신앙의 노예가 되지 말고 좀 더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희년 빌딩 1층 '카페바인'에서 인터뷰 중인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 >


* 희년함께 : http://www.landliberty.org/

* 희년은행 : https://www.facebook.com/jubileebank429

* 토지+자유연구소 : http://www.landlibert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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