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르릉, 따르르릉 '
유독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를 옆 자리 대리님이 받았다.
" 네 여보세요? "
" 거기 OO이지? O대표 어딨어? "
꽤나 공격적인 상대방의 상기된 목소리에 당황한 대리님의 표정이 보였다.
" 지금 외부 미팅 중이셔서 저한테 말씀하시면 되세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실까요? "
" 나 OOO인데 내가 거기에 이만큼 투자했거든? "
" 아 네 OOO대표님, 저 OO대리입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 "
" 아니 내가 지금 이상한 소문을 들었는데! OO이사도 전화를 안 받고! "
대리님이 어리둥절하게 항의 전화를 응대하던 중 또 다른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 따르르릉, 따르르릉 '
다른 직원들이 외부에 나가있어 사무실에는 대리님과 나뿐이었고
기분 쎄한 벨소리에 왠지 더 받기가 싫었다.
" 네~ OOO입니다. "
" 저.. 혹시 지금.. 투자금 회수 할 수 있나요? "
내가 받은 상대는 조심스럽고 조용한 중년 여성의 목소리였다.
" 죄송한데 제가 투자금 관련해서는 담당자가 아니어서 메모 남겨드려도 괜찮으실까요? "
" 아.. 네 근데 지금 저희 아들이.. "
" 네? 아들분이요? "
" 저희 아들이 제가 여기 투자한 거 알고 화가 많이 나서요.. "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고 처음 받아 본 투자금 관련 전화에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확인 후 담당자를 통해 다시 연락드리겠다는 답변을 드리고 통화를 마쳤다.
대리님도 어찌저찌 흥분한 상대방을 진정시키고 통화를 끝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대리님과 나는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며 동공의 흔들림을 느꼈다.
" 이거.. 지금 무슨 일이에요? "
" 나도 모르겠어.. 이사님께 연락드려볼게 "
이후 통화내용을 전달드리니 대표님과 이사님은 별일 아니라는 듯
혹시 또 이런 전화가 오면 지금처럼 응대하고 메모한 번호만 전달해 달라고 하셨다.
퇴근 후 집에 가는 버스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 회사에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괜찮은 걸까..? '
마침 그 시기는 내가 대학교 진학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이 정도 모아둔 돈이면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 등록금도 낼 수 있을 것 같고
어릴 적부터 하고 싶던 꿈이 있어서 퇴사 후 관련 학과로의 대학 진학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하필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던 순간 그날 있었던 찜찜한 통화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
내 고민을 부추기고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며칠 뒤, 컨디션이 안 좋아서 오전에 병원에 다녀온 후
점심때쯤 출근을 했는데 회사 분위기가 뭔가 이상했다.
회사 사람들이 다들 한자리에 모여 모니터를 보며 얘기를 하고 있었다.
" 뭐 하세요?? "
" 어 왔어요? 몸은 괜찮고? "
" 네 괜찮아요~ 뭐 보고 계시는 거예요? "
나도 사이에 껴서 실장님 모니터를 쳐다봤다.
[ 경찰 수사 시작 된 OO기업? ]
[ OO기업, 이대로 괜찮은가? ]
[ OO기업 대표의 거짓된 주식 남용 ] - A인터넷뉴스
한 인터넷 언론사 기사 헤드라인에 우리 회사의 이름이 쓰여 있었고
기사의 전반적인 내용은 대표님이 투자 사기 의혹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아니 경악했다.
이미 기사를 접한 건지 대표님은 회사에 보이지 않았고 쎄한 느낌은 내게 더욱 크게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