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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치코 Jun 01. 2024

2024년 5월 국내/외 힙합씬 결산


블라세 (BLASÉ)

[Debugging]

2024.05.21

UK맨이 쓰러지지 않아

국내 힙합 씬에서 UK 드릴을 이끌던 블라세가

UK 개러지, 드럼앤베이스, 브레이크코어 등 영국의 댄스 장르를 들고 돌아오며 '영국사랑'을 이어나갔다. 경쾌한 리듬에 꾸준히 좋은 퍼포먼스를 보인 블라세와 각자의 개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피쳐링 게스트들의 합은 굉장히 훌륭했으며 본인을 컴퓨터에 

비유하며 ‘디버깅’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곡들을 

수록한 블라세는 머릿속을 스쳐간 자신의 생각들을 담아냈고 ‘Everything goes on 중간 따리 난 양 끝에 있어’ ‘난 끝까지 반칙 없이 Like I’m turtle Move steady’와 같은 자신의 성공론을 거침없이 녹여낸 것 역시, 앨범에 재미를 주는 포인트였다.



김하온 (HAON) & vangdale & 식케이 (Sik-K)

[KCTAPE, Vol. 1]

2024.05.22

카피를 넘어서 대단한 이해도로

식케이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도 ‘카피’에 대한 오명이 그를 계속 따라다니지만, 늘 정면돌파하며 새로운 음악을 들고 오는 것이 식케이만의 해결책으로 보이기도 한다. ‘KCTAPE’는 카피를 넘어 굉장한 레이지에 대한 이해도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밖에 없었는데 같은 장르의 사운드 내에서도 여러 분류의 레이지가 담겨 있는 것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KC에 합류한 Vangdale을 비롯한 프로듀서들은 굉장한 퀄리티의 비트를 제공하며 식케이와 하온의 주문을 제대로 수행했다.  레이지에 대해선 아직도 'Playboi Carti가 아니면 다 카피캣'이라는 오해가 따라다니지만 그 오해를 제대로 해소해 줄 만한 앨범이 식케이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것이 굉장히 재밌었다.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UNEDUCATED KID)

[UNEDUCATED WORLD 2]

2024.05.27

'언에듀교' 창설

자신의 앨범들을 각기 다른 성격에 따라 분류하고 시리즈로 만들며 브랜딩 한 치프키프처럼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도 (이하 언에듀) 자신의 앨범들에 숫자를 매기기 시작했다. 그중 [UNEDUCATED WORLD]는 언에듀의 최초의 성공을 의미하는 가장 기념비적인 시리즈이다. 레이지, Glo, 멜로디컬 한 플러그 등 자신을 상징하는 사운드와 더 상징적인 센스 있는 워드플레이들이 상당히 인상적인 앨범이었다. 후반부에 들어 '러브송'으로 트랙을 채운 것은 필러트랙을 늘리는 선택으로 남았지만 언에듀의 가장 큰 장점인 비트 초이스와 선을 넘나드는 수위의 가사가 다시금 힘을 발휘하며 프랜차이즈화에 성공했다.



양홍원

[SLOWMO]

2024.05.24

그래, 너네는 빨리 가

현시점에 국내힙합 씬에서 가장 열렬하며 아티스트에게 충성하는 팬덤을 묻는다면, 대부분 양홍원의 팬덤을 지목할 것이다. 항상 앨범을 재촉하고 본인들끼리 유출곡을 공유하는 모습은 마치 Carti의 팬덤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SLOWMO]의 수록곡 역시나 대부분의 곡이 양홍원 본인의 자의로, 타의로 세상에 공개된 상태였다. 비교적 느린 BPM을 가진 레게톤, 뭄바톤의 사운드 위에서 양홍원은 굳이 억지로 랩을 잘하려 하지도, 멋진 가사를 쓰려하지도 않았다. 그저 박자에 자신을 맞기며 의식의 흐름대로 벌스들을 쌓아나갔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보단 제목처럼 축 늘어져 자신이 지나온 길을 돌아본 것이다. 여러모로 양홍원다운 선택들이지만 이 앨범이 선사한 가장 자극적이고 재밌는 컨텐츠는 '양홍원단'이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을 늘어놓으며 간증시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Mach Hommy

[#RICHAXXHAITIAN]

2024.05.17

드럼리스도, Griselda도

드럼리스 장르 씬도, Griselda Records도, 모두 메인스트림에 올랐지만, 최근의 모습은 정체기에 들어간 듯이 보였다. 하지만 Mach Hommy만은 달랐다. 자신의 모국을 내세운 '아이티 4부작'의 최종장에서 그는 자신의 출신을 당당하게 내걸었고, 불모지에서 성공한 자신을 과시했다. 보장된 퀄리티의 프로덕션을 물론, 랩에서도 '도사'의 경지에 이른 듯 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여러모로 진화한 Mach Hommy의 애국심은 최근 정체된 드럼리스 씬에서도, Griselda Records와 연관된 아티스트들의 작품들 사이에서도, 완벽한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



Rapsody

[Please Don't Cry]

2024.05.17

울긴 왜 울어

전작 [Eve]로 큰 호평을 받았음에도 종적을 감추고 좀처럼 모습을 볼 수 없었던 Rapsody가 5년 만에 신보를 발매했다. 전반적으로 자신의 성장과 수용을 담은 내용이 주를 이뤘고, 소울샘플이 포함된 미니멀한 트랩과 네오소울의 사운드가 그 내용들을 조심스레 운반했다. Rapsody는 때로는 덤덤하게 속 마음을 털어놓는가 하면, 때로는 감정을 마음껏 표출하며 노려한 완급조철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완성했다. 성격적으로 Little Simz의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를 연상케도 하는 이 앨범은 Little Simz와 Noname 그 옆에 Rapsody의 이름을 적게 해 줄지도 모르겠다.



Chief Keef

[Almighty So 2]

2024.05.10

칲신 철들었다.

Chief Keef를 대표하는 다양한 앨범들이 있지만 그중 ‘궁극기’는 [Almighty So]에 해당된다. 제작 중임을 알린 지 약 4년, 발매를 예고한 지 약 1년 2개월이 지나 쿨타임을 채웠고 세상에 [Almighty So 2]가 공개되었다. 하드코어 트랩 사운드를 바탕으로  쉴 새 없이 달리는 초반부와 천하의 치프 키프가  한번 쉬어가며 다양한 사운드를 시도한 후반부의 대비는 이제는 베테랑이 된  아티스트의 상징과도 같았으며 요즘 래퍼들이 자신을 너무 따라 한다며 은퇴를 선언했던 그가 당당하게 자신의 업적을 인정하기도 했다. ‘철들면 재미없다’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가, 그는 ‘전지전능한 칲신’인데, ‘빠꾸 없던’ 사고뭉치가 세련된 갱스터가 되는 범죄영화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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