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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기정 May 10. 2024

가양주작

군포지역 유일 전통주 브랜드, 제가 마셔봤는데요

군포지역의 유일한 전통주 양조장인 가양주작의 김은성 대표가 수리산과 수암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을 촬영한 곳은 가양주작 내부에 있는 숙성실이다.

고백하자면 '알쓰'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고, 잘 알지 못한다. 세기의 명주라고 해도 그저 '내겐 너무나 먼 당신'일뿐. 다소 서투르지만 그럼에도 술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가양주작이 군포지역의 유일한 전통주 양조장이기 때문이다.


가양주(家釀酒)는 집에서 빚는 술이라는 의미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전통주는 대형 양조장이 중심이 돼 술을 빚었던 다른 나라와는 달리, 각자 집에서 빚는 형태였다. 그래서 맛도, 향도, 특성도 저마다 다른 개성 있는 술이 만들어졌다. 가양주작은 이름처럼 가양주를 만들고 지향하는 곳이다. 나름의 오랜 연구와 노하우를 토대로 자신만의 술을 빚어내던 옛날 작은 주막들처럼, 마을 공동체 안에서 전통주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모여 시작한 게 지금의 가양주작이 됐다.


중심엔 한때 폐교 직전이었던 둔대초등학교가 있었다. 아이들이 틀에 박힌 교육을 받는 게 아닌, 흙을 벗삼아 즐겁게 뛰놀며 자라길 바라는 부모들이 하나둘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이런 경향은 둔대초등학교가 2010년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더 강해졌다. 마을 전반을 교육 공동체로 만드는 게 핵심인 만큼,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마을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협동조합에선 20여개의 동아리가 활동했는데, 그 중 하나가 가양주작의 모태가 된 전통주 동아리였다. 막걸리를 빚어 마을 사람들과 나눠 마시던 게 시작이었다.


처음엔 지역 쌀을 소비하자는 취지로 반월저수지와 수리산 자락에서 내려오는 물로 농사를 지은 '수리산맑은물에쌀'로 술을 빚었다. 그러다 2019년 지금의 가양주작을 본격적으로 만들고 제품을 정식으로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지역 쌀 외에 다른 경기미도 사용하고 있다. 안팎을 정비한 이후 가양주작은 탁주인 '수리산'부터 맑은 약주인 '수암', 알코올 도수가 높게는 40도에 달하는 고급 소주 '알로이' 등을 하나 둘 선보였다.


가양주작 술의 가장 큰 특징은 몇 개월 간 장기 숙성한다는 것이다. 군포 대야미역 앞에 위치한 가양주작 사무실 한쪽엔 이를 위한 저온 숙성실이 있다. 마을 사람들이 황토 벽돌을 하나씩 날라 손수 만든 곳이다. 비용도, 시간도 많이 소요돼 보통의 주류 업체에선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장기 숙성을 고집하고 있다. 이는 "가을에 추수한 쌀로 술을 빚어 항아리에 넣은 후 겨울을 나던 게 우리네 전통주였다. 이를 재현코자 한 것이다. 장기 숙성한 술은 매우 훌륭한 음식이 된다. 가양주작의 술을 그렇게 만들고 싶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


"세계적인 명주들은 몇십년씩 숙성시킨 것도 많잖아요. 당장 먹고사는 일에만 급급했다면 수십년간 숙성시킬 수 없었을 겁니다.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렇게 제품에 집중해야 해요. 농부가 벼 이삭 베고 굶어 죽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 장인 정신을 통해서 명품, 세계적인 명주가 탄생하는 거죠." (가양주작 김은성 대표)


#가양주작 술, 실제로 마셔보니

가양주작의 탁주 ‘수리산’과 약주‘ 수암’. 둘 다 마셔봤습니다.

가양주작에서 구매한 '수리산'과 '수암'을 마셔봤다. '수리산'은 막걸리다. 알코올 도수는 10도. 시판되는 막걸리들의 도수가 6도 정도임을 고려하면 높은 편이다. '수리산'의 첫 맛은 달지 않고 상큼했다. 그러면서도 다소 가벼운 느낌이었다. 물과 쌀, 효모 등 외에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아서일까. 그런데 두 번째 모금부터는 이 막걸리의 알코올 도수가 10도라는 점이 확연히 느껴졌다. 봄과 같은 상큼함 속 묵직함이 혼재했다. 달달하기만 한 여느 막걸리에선 느낄 수 없는 매력적인 맛이었다.


'수암'은 맑은 약주다.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대한민국 주류대상을 수상한 명주다. 색은 맑은 황금빛이었다. 무엇보다 꽃내음과 같은 은은한 향이 좋았다. 가양주작에 따르면 장기간 숙성한 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런 향이라고 한다. 향이 은은하고 가벼워 맛도 새큼할까 싶었는데 첫 맛은 깔끔한 정종 같았다. 그다지 가볍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만 유달리 목 넘김이 부드러운 게 인상 깊었다. 세번째 모금부터는 왜인지 한층 새큼하고 가볍게 느껴졌다. 수암주의 알코올 도수는 14도인데, 도수가 비슷한 청하 등의 술을 마실 때보다 훨씬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었다.


수리산과 수암 모두 알코올 도수가 10도 이상이라 마신 후엔 당연히 취기가 올랐다. 그런데 시판되는 다른 술을 마실 때와는 달리 머리가 아프거나 속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장기 숙성,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장인 정신의 힘일까.


두 제품 모두 달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마니아층이 탄탄한 듯 했다.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살피니 '달지 않아 깔끔하고 좋다' '전통주 중에서 최고' '숙취가 없는 게 신기하다'는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왼쪽이 ‘수암’, 오른쪽이 ‘수리산’. 둘 다 달지 않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장기 숙성해 숙취가 없다고 한다.


#가양주작 술, 보다 쉽고 편하게 즐기려면


군포 대야미역 앞엔 가양주작 사무실이 있다. 주점을 겸하는 곳이다. 무인 판매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술이 보관돼있는 냉장고에 카드 리더기가 부착돼있어, 원하는 술을 구매한 후 즉석에서 마실 수 있다. 안주는 가져오거나 배달해서 먹으면 된다. 시간 제한이 없어 편히 술을 마실 수 있다. 무엇보다 언제든지 열려있어 가양주작 술을 맛보길 원하는 소비자들은 이곳으로 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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