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무너져도 뒹굴거리며 철학을 말할래
⚠︎세무뒹철 사용법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하기
글쓴이는 멍청하다는 사실 잊지 않기
안 읽히면 자기 탓말고 글쓴이 탓 하기
01 세무뒹철 그게 뭔데
드디어 세무뒹철의 밤이 밝았습니다. 항상 생각만 하던 것을 드디어 세상에 내놓을 결심을 했습니다.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무언가 새로 시작하고 도전한다는 것에는 큰 결심이 따르는 법이니까요.
세무뒹철을 기획하고 주위 지인들에 이야기 했을 때 모두 세무뒹철이 무엇이냐 물었습니다. 세무뒹철은 ‘세상이 무너져도 뒹굴거리며 철학을 말할래’의 줄임말입니다.
이 세무뒹철의 시작은 저의 가장 친한 친구 I와 일상의 이야기를 하던 중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언제 나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술을 마시다 이야기가 나온 건지, 산책하다가 이야기가 나왔는지 아마 그럴 겁니다.
I는 굉장히 똑똑하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입니다. I와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요. 아마 주변에서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 지 알게 된다면 이해 못 하는 표정을 지을 겁니다. (실제로도 주위에서 그런 반응입니다.)
한때 잠깐 화제였던 이 주제를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가 예술 사조의 흐름에 관해서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게 I와 저의 일상입니다. 개연성은 없습니다. 질문을 하고 대답하다 보면 저희도 ‘왜 이런 이야기까지 하고 있지?’ 합니다. 근데 재밌으니까 계속합니다.
I와 언젠가 ‘세무뒹철’이라는 말을 처음 생각한 순간 그때는 웃어넘겼습니다. 하지만 일 벌이기를 좋아하는 저답게 어느 순간 이걸 그냥 넘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 컨셉의 술집을 열고 싶다고 생각도 했고, 유튜브를 해볼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약한 직장인이 되어 삶에 치이는 저는 그럴만한 슈퍼파워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인류 멸망은 어떤 시나리오로 이루어질까?”, “사랑이란 자해일까 타살일까(1)”, “왜 서비스직은 폄하 받는가”, “정상 가족에 대한 열망” 등… 이거 말고도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도 항상 철학으로 흘러갑니다.
(1) 사랑은 자해다
한번은 ‘연상vs연하vs동갑’(2)에 대해 이야기를 가볍게 시작했다가 나잇값의 정의와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연상, 연하, 동갑에 대한 고찰까지 나아간 적도 있습니다.(3) 이것도 언젠가 세무뒹철에서 다뤄보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재미를 누리는 사람이 단순히 우리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무뒹철을 시작합니다.
(2) ‘연상vs연하vs동갑’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만든 표
(3) I와의 당시 카톡
02 그래서 그게 뭔데
그래서 세무뒹철이 무엇이냐. 간단하게 당신에게 질문하는 글입니다. 세무뒹철은 지식의 전달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사유의 확장을 목표로 합니다.
제가 세무뒹철로 바라는 것은 사람들이 질문하고 생각하는 힘을 가지는 것입니다. ‘왜’라는 질문을 끊이지 않게 던지며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을 부숴보기도 하고, 뒤집어 보기도 했으면 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한다고 믿습니다.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일단 제가 잘 모르기도 하고요. 그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답을 원하지 않습니다. 저도 제 생각을 말할 뿐이지 이것이 답은 아닙니다.
제가 쓰는 글에 ‘대박이야’하고 맹신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럴 바에야 ‘난 이렇게 생각 안 하는데 네가 틀려’ 하고 악플 달아주는 게 더 기쁩니다. 물론 맞고 틀리고를 논하고 싶진 않지만요.
우리는 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시간을 보내온 사람들입니다. 아무리 소울메이트든 메가베스트프랜드(4)든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맞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각기 다른 관점에서 그 문제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4) 메가베스트프랜드
저는 이 관점의 차이가 재밌습니다. 제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깨달을 때 오는 도파민이 정말 중독적입니다. 누군가 제게 ‘그런 것을 해서 뭐하냐?’ 혹은 ‘돈 벌이가 되냐’ 하는데 철학이 돈이 되고 밥벌이가 됐다면 제가 지금 회사에 다니는 일 따위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이런 사유의 확장을 좋아하는 것은 세상을 좀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점점 더 선명하게 볼수록 괴로운 일이 없다고 하면 거짓입니다. 보고 싶지 않았던 부분까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흔히 ‘흐린 눈 하자’라고 표현하죠. 그게 안 됩니다. 더 쓰려다가 이러다간 철학이 왜 필요한지, 질문을 왜 해야 하는지 딥하게 쓰게 될 것 같아 가볍게 여기까지만 하고 이 질문은 다음으로 미루어 보겠습니다.
세무뒹철은 최대한 주에 한 번 연재를 목표로 합니다. 어느 요일에 올릴 것이라고 정하진 않았지만, 주에 한 번은 지키려고 합니다. 분량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즐기면서 써야 재밌고 좋은 글이 나온다고 생각해서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읽기를 바랍니다. 세무뒹철 사용법에도 나와있듯, 글이 안 읽히거나 재미가 없다면 그것은 글을 잘못 쓴 제 잘못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멍청한 사람입니다. 아는 것이 많이 없고, 명확히 답을 내려주지도 못합니다. 세무뒹철의 목표가 사유의 확장인 것은 ‘내가 너희의 사유를 확장해 주겠노라’와 같은 거만한 자세가 아닙니다. 일단 저부터 확장이 급합니다. 더불어 우리 모두 함께 확장되면 더 좋겠습니다.
친구와 함께 이런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각자 집으로 헤어질 때마다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로 마무리하며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철학 붐은 온다. 철붐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