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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무궁화

by 글바트로스

이국땅

그 집 정원 한가운데

봄마다

맨 먼저 피어나

긴 여름날 다 지나도록

연분홍 웃음 쏟아내던 무궁화.


딸내미처럼

아끼 주던 덩치 큰 여인,

어느 나라 꽃인지,

꽃 이름도 모르지만,

자기 나라꽃은 아니라고 했다.


뜬금없이

홀연히 무궁화 피어나던 봄날,

겹꽃처럼 숨겨진 속마음

겁 없이 드러내 놓고

억눌린 모국어로 쑥떡거리던 이방인.


그렁대는 녹색 눈물

골내는 푸른 눈물

망연한 회색 눈물

굳이 손사래 치며 귀환한 까닭,

우리나라꽃, 무궁화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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