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
한 바구니 사들고
귀가하는 발걸음 따라
바다 한가운데 떠 있던 섬도
삽살개처럼
기척 없이 따라왔나 보다.
돌담 옆으로
키다리 파수꾼처럼 줄 선 감나무밑,
감꽃 목걸이 만들던 꼬맹이도
어느새 다가앉으며
동그란 눈으로 말끄러미 쳐다본다.
대청마루에 앉아
긴 담뱃대 입에 물고
졸다 깨다 까치떼 쫓던 아부지
멍석위로 들깨 털던 앞수건 쓴 어매
휘어진 가지마다 익어가던 주황빛 단감
가을빛깔로 채색된 고운 엽서 한 장.
봄날 아지랑이처럼
아득히 멀리 사라진 초록유년,
가을동화 소곤대는
단감
한 바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