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고요한 어둠이 가득한 시간. '미라클 모닝'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른 아침을 시작하기 위해 저는 조용히 거실로 나왔습니다. 하루를 남들보다 조금 일찍 시작하며 책을 읽고, 생각하는 이 시간이 저에게는 큰 활력이 되어주곤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특별한 손님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네요. 2018년생, 초등학교 1학년 사랑스러운 딸입니다.
"아빠, 목말라."
비몽사몽 한 목소리로 저를 부르는 아이를 보며 살짝 당황했습니다. 아직 밖은 칠흑 같은 어둠이고, 시계는 새벽 5시를 가리키고 있었죠. 아이에게 물 한 잔을 건네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자라고 다독였지만, 아이는 쉽게 잠들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결국은 다시 거실로 나왔죠.
저는 아이를 보며 피식 웃고는, 제 할 일에 집중했습니다. 책장 한편에 꽂아두었던 책을 꺼내 소파에 앉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다시 방으로 돌아가는가 싶더니, 이내 제 옆에 누웠습니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는지 몸을 뒤척이다 다시 일어났죠. 그리고는 작은 발걸음으로 책장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아빠, 나도 책 읽을래."
제 마음속에 벅찬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제가 강요하거나 시킨 것도 아닌데, 아이는 제가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 책을 읽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잠옷 차림의 작은 아이가 거실 불빛 아래 쪼그리고 앉아 진지하게 책을 고르는 모습은 제게 잊지 못할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아이는 흔한남매 만화책 한 권을 골라 제 옆에 얌전히 앉았습니다. 녀석의 눈은 이미 책 속에 담긴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죠. 그렇게 우리는 새벽 5시의 고요함 속에서 나란히 앉아 각자의 책을 읽었습니다. 저는 자기계발서를, 아이는 만화책을 읽으며 서로 다른 세상을 여행하고 있었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이날 아침의 작은 에피소드는 저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아이가 했으면 하는 행동을 말로 가르치기보다, 부모가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지니는지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부모들은 종종 아이에게 "책 읽어라", "일찍 자라", "스마트폰 그만 봐라"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듣기보다 부모의 행동을 보고 배웁니다. 저는 이날 아이에게 "아빠는 지금 책 읽으니까 너도 책 읽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제 시간을 즐기며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아이는 그런 저의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행동을 따라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모델링(Modeling)'**의 힘입니다. 아이들은 부모를 거울 삼아 행동을 배우고, 가치관을 형성합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학습지를 100권 시키는 것보다, 책 한 권을 읽어주는 것보다,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큰 영감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제가 새벽에 일어나는 이유가 '딸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저의 성장을 위한 소중한 시간이었죠. 하지만 그 사적인 시간이 의도치 않게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성공을 위해 조급해합니다. 더 많이, 더 빨리 가르치고 싶어 하죠. 하지만 아이들은 스스로의 속도로 성장하는 존재입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고, 아이가 스스로 흥미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저희 부부는 아이에게 **'자유로운 선택'**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미술 학원, 태권도 학원 등 다양한 경험을 해보도록 권유하지만, 아이가 싫다고 하면 억지로 시키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 나누고, 관련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합니다.
강요하지 않는 교육은 아이에게 **'자기 주도성'**을 길러줍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죠. 억지로 시킨 공부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아이의 진정한 성장을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야 꾸준히 노력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번 새벽의 에피소드는 저에게 부모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아이에게 모범을 보이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을 깨달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