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T야? F야?"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말이다. 어른들의 대화에서나 듣던 MBTI가 아이들의 세상까지 스며들어 하나의 놀이가 된 듯하다. 내 딸아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MBTI가 궁금하다며 눈을 반짝였다.
결국 딸아이와 함께 초등학생용 MBTI 검사를 찾아 나섰다. 아이 눈높이에 맞춘 질문에 신중하게 답하는 모습이 제법 진지했다. 몇 분 뒤 화면에 나타난 결과. 놀랍게도 딸아이의 MBTI는 내가 아닌, 엄마와 같은 ISTP였다.
그 순간, 아이와 아내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평소에도 유독 잘 통하던 두 사람에게 MBTI라는 과학적인(?) 연결고리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ISTP, '만능 재주꾼' 유형. 조용하지만 관심 분야에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이고, 호기심이 많아 탐색을 즐기며,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딸아이의 모습에서 아내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혼자 무언가에 몰두할 때의 놀라운 집중력, 세상의 원리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질문, 감정보다 상황을 차분히 판단하려는 모습까지. 어렴풋이 짐작하던 두 사람의 공통점을 MBTI를 통해 명확히 확인한 기분이다.
아내와 아이가 같은 ISTP라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때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아내의 행동이나 아이의 고집이 같은 성향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마 두 사람은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동지가 될 것이다.
물론 MBTI가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절대적 지표는 아니다. 하지만 아이와 MBTI를 이야기하며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가족의 새로운 공통점을 발견하며 웃을 수 있었던 오늘 아침의 이 작은 사건은 우리 가족에게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ISTP끼리는 역시 통하는 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자, 아내와 아이가 나를 보며 동시에 씨익 웃는다. 그 미소 속에서 두 사람의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알아가는 모든 순간이 행복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