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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이 급하다"더니

3주째 피드백이 없는 고객사

by 정 부지런이


"채용이 급하다"더니, 3주째 피드백이 없는 고객사


헤드헌터 업무의 가장 힘 빠지는 순간 중 하나는 "포지션이 급하다"는 요청을 받고 전력 질주로 후보자를 추천했지만, 정작 이력서를 보낸 뒤 2주, 3주가 지나도록 아무런 피드백이 없는 고객사를 마주할 때다.

이는 단순히 일정이 지연되는 것을 넘어, 채용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고객사의 긴급 요청


최근 경험한 한 고객사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 포지션은 약 4개월 전 처음 오픈되었고, 당시 다른 헤드헌터를 통해 합격자가 결정되었다. 기존 직원이 퇴사하고 그 공백을 메울 새 직원이 입사하기까지,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입사 예정일 2주 전에 터졌다. 최종 합격자가 갑자기 입사를 번복한 것이다. 고객사는 순식간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존 인력의 공백을 메우려던 계획이 완전히 틀어지면서 인사팀은 패닉에 빠졌다.

그들은 나에게 다급하게 연락해 왔다. 하지만 이때의 요청은 "이전 합격자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는지", "어떤 역량을 가진 후보자가 이 조직에 적합할지"에 대한 전략적 조언을 구하는 형태가 아니었다. 그저 "빨리 달라"는 속도전만을 요구했다.


전력 질주, 그리고 3주간의 침묵


이런 '묻지 마' 식의 긴급 요청은 종종 더 큰 문제를 야기하지만, 파트너로서 고객사의 다급한 상황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나는 즉시 가용한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해 적합한 후보자를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빠른 시간 안에 우수한 후보자들을 찾을 수 있었고, 요청을 받은 지 단 1주일 만에 1차로 이력서를 전달했다. 이후 몇 차례 더 적합한 이력서를 보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자들에게도 이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한 것이다.

"이 포지션은 기업 사정상 매우 긴급한 건입니다. 아마 피드백이나 면접 일정이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입니다. 일정 대응에 유연하게 협조 부탁드립니다."

후보자들은 이 말을 믿고, 다른 제안들을 잠시 보류한 채 이 기업의 연락을 최우선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첫 이력서를 전달한 지 3주가 지난 지금, 고객사는 아무런 답변이 없다. "검토 중이다", "내부 사정으로 늦어진다"는 최소한의 업데이트조차 없다. 그토록 급하다던 포지션은 그렇게 침묵 속에 방치되고 있다.


무너지는 것은 신뢰, 떨어지는 것은 평판


이 상황이 안타까운 이유는 단지 나와의 관계 때문이 아니다. 물론 헤드헌터와의 신뢰가 깨지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시장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후보자들에게 해당 기업의 평판이 실시간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보자의 경험: "급하다"는 말에 모든 일정을 조정하고 기다렸던 후보자들은 무엇이 되는가? 그들은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끼며, 해당 기업을 '일 처리가 아마추어 같고 무책임한 조직'으로 기억할 것이다.

소문의 확산: A급 인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 회사, 이력서 넣었는데 3주째 답도 없더라", "급하다고 해서 지원했더니 감감무소식이다"라는 경험담은 업계에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이런 부분은 소문이 날게 뻔하다.)

미래의 손실: 이렇게 한번 '프로세스가 엉망인 회사'로 낙인찍히면, 나중에 정말 좋은 인재가 필요할 때 그들은 이 기업의 제안을 외면할 것이다.


'급할수록' 필요한 것은 '관리'다


채용 과정에서 변수는 늘 존재한다. 입사를 번복한 후보자를 다시 설득 중일 수도 있고, 내부 사정으로 채용 자체가 보류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내부 사정으로 검토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1주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라는 단 한 줄의 안내 메일을 보내는 것은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급하게 인재를 찾아야 할수록 채용 프로세스는 더 투명하고 신속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객사가 잃고 있는 것은 단순히 몇 명의 후보자가 아니라, 잠재적 인재 시장 전체의 신뢰다. 적절한 대응과 관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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