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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에게도 친절해야 할까?

AI로 회사에서 글을 쓸 때 궁금한 것들

by 글쓰는 여행자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저마다 성격도 말 습관도 천차만별입니다. 뜬금없이 반말을 지껄이는 사람들을 보면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짜증부터 나죠. 반대로 항상 배려해주는 친절한 말투를 들으면 뭐라도 더 해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입니다. 말투만 달라져도 회사 일이 더 잘 되죠.


그런데 혹시 이런 생각 해보셨나요. “챗GPT한테도 정중하게 말하면 더 잘 알아듣지 않을까?”저도 가끔 궁금했던 내용입니다. 챗GPT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워낙 사람처럼 말하니까요.


데이터가 보여준 불편한 진실

2024년 12월,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이 이 궁금증을 직접 검증해봤다고 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동일한 질문을 다섯 가지 말투로 바꿔서 수백 번 던져보고, 결과 완성도를 확률로 체크한 거죠. 연구팀은 GPT-4o에게 250개의 질문을 다섯 가지 말투로 물어봤다고 합니다. 수학, 과학, 역사 같은 복잡한 문제들이었죠. 결과가 재밌습니다.

1. 매우 정중함(Very polite) → 보고서를 좀 작성해주시겠습니까? (80.8%)
2. 정중함( Polite) → 보고서를 작성해 주세요 (81.4%)
3. 중립(Neutral) → 보고서 작성 (82.2%)
4. 무례함(Rude) → 보고서 당장 만들어 (82.8%)
5. 매우 무례함(Very rude) 보고서 제대로 만들 수 있지? 못 하면 가만 안 둬! → (84.8%)


패턴이 명확하죠? 예의나 미사여구를 싹 빼고 직설적일수록 결과가 좋았어요. 통계 검증도 마쳤습니다. 이건 우연이 아닙니다. 연구진은 통계적으로도 이 경향이 유의미하다고 발표했어요. 여기서 한 가지 더 재밌는 건 GPT-3.5 같은 구형 모델은 정반대였다는 거예요. 정중할수록 더 잘했죠. 그런데 GPT-4부터는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최신 AI는 예의보다 자료와 지시의 명확성에 반응하도록 학습됐다고 합니다. (출처: [2510.04950] Mind Your Tone: Investigating How Prompt Politeness Affects LLM Accuracy (short paper))

펜실베니아주립대학 LLM 연구결과 논문

무례함이 아니라 명확함이 핵심이에요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세요. 이건 무례함이 더 좋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명확성’이 핵심입니다. 챗GPT가 아무리 사람처럼 대답해도, 인공지능은 기계입니다. "~좀 해주실 수 있으세요?" "~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같은 존댓말은 불필요한 노이즈예요. 과도한 예의나 감정 표현, 불필요한 말습관, 미사여구는 프롬프트의 핵심을 흐리게 만들거든요. 마치 안개 낀 날 운전하는 것처럼요.


말의 의도를 숨기거나 빙빙 돌리는 복잡한 말투도 지양해야 합니다.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죠. 충청도에서는 과속금지 안내판에 “아유, 그렇게 급하면 어제 오지 그랬슈?”라고 써 있다면서요? 그런데 이렇게 의도를 숨겨서 요청하면 챗GPT는 알아듣지 못합니다. 지시의 맥락, 문화적 배경, 의도를 파악하느라 혼선만 커지고 시간만 잡아먹을 뿐이죠.


Please 하지 마세요, 말만 길어집니다

이메일에 항상 이렇게 쓰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좀 길지만, 예의 바르죠.


“○○님, 제가 드린 자료를 참고하셔서 가능한 한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정리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이 말투를 GPT에도 그대로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좀 무례해도 돼요. 우리가 GPS에 “제가 지금 있는 위치에서 출발하셔서 가능한 한 빠르고 효율적인 경로로 목적지까지 안내해 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요.

좋은 프롬프트는 예의바른 프롬프트가 아닙니다. 해석이 다양하고 불필요한 정보가 가득한 ‘열린 프롬프트’도 아니에요. 지시와 요청이 명확하고, 검토내용이 분명한 ‘닫힌 프롬프트’죠.


GPT와 대화할 때는 문장이나 대화가 아니어도 돼요. 번호를 붙여 개조식으로 쓰거나 ( ), [ ] 같은 문장부호를 활용해 핵심만 써도 깔끔합니다. 「(1) 보고서 요약 (2) 핵심 3가지 추출 (3) 500자 이내」처럼 구조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Thanks도 하지 마세요, 지구가 아픕니다

말끝마다 챗GPT한테 “고마워”라고 붙이는 분도 계십니다. 저는 그 마음을 잘 알겠는데, GPT는 그저 전기 사용량만 잡아먹을 뿐이죠. 챗GPT는 당신의 감사 인사에 감동받지 않아요. 기분이 좋아지지도 않고요. 다음 명령어를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자, 정리해 드릴게요. “보고서 작성해줄 수 있을까요”보다 “보고서 작성해”가 더 정확합니다. “가능하시다면 분석을 부탁드립니다”가 아니라 “분석해”가 더 나은 답변을 만들어내요. 도구에게 필요한 건 정중함이 아니라 명확함이에요.


GPT에게는 불친절해도 괜찮지만, 불명확한 건 안 돼요. 자세한 건 좋지만, 쓰레기를 가득 부어 놓으면 쓰레기가 나올 뿐입니다. 하나의 목적으로 정돈된 자료가 필요합니다.


쓸데없는 예의는 빼고, 할 말만 정확하게 하세요. 명확하고 간결하게 지시하는 것, 그게 챗GPT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GPT에게는 부탁하지 말고 지시하세요. 그게 GPT와 대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참고문헌
Cheng et al., "Mind Your Tone: Examining Prompt Politeness's Impact on LLM Accuracy" (2024) - arXiv 논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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