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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호 Jul 10. 2024

내 회사에서 일하는 어느 흑인 여자

1. 내 회사에 흑인 여자가 왔다

      내 회사에 흑인여자 텔레마켓터가 있다. 그녀의 몸집은 거대하다. 미국에서 가끔 우리는 비정상적으로 뚱뚱한 사람들을 본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뚱뚱한 사람들을 볼 수 없다. 그녀는 그런 비정상적으로 거구인 사람들까지는 아닐지 라도 거기에 가깝다. 얼굴은 보름달같이 둥그러며 얼굴에는 검은 점들이 더러 있다.

      현재 내 사무실 안에서 일하는 직원 중에서는 그 여자가 제일 오래 일했다. 2000년 말부터 일했으니 벌써 4년 넘게 일해 온 셈이다. 그때에는 직원을 구하기 위해서 LA TIMES에 광고를 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구하기 위해 전화도 하고 팩스로 이력서를 보내기도 했다. 적당한 직원을 구하기 위해 인터뷰도 많이 했다. 그 중에 이 여자를 고른 것이다.

      경험도 많이 있고 말을 조리있게 잘했다. 지금도 그러지만 그때에도 한번 말을 시작하면 끝임없이 말이 이어진다. 상대방이 말할 틈을 주지 않는다. 보통 인간적인 대화에서는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지만 비즈니스에서는 특히 텔레마켓팅에서는 때때로 필요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거대한 몸집에서 나올 것이라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운 목소리가 나온다. 그 목소리는 섹시함에 가깝다. 또한 꾸준히 전화를 걸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어쩌다 상대방이 싫은 소리를 하거나 무시하는 투로 말할지라도 받아넘길 수 있는 비위가 있어야 한다.

      보편적으로 흑인여자들이 그것을 잘한다. 상대방이 뭐라 하건 말건 무댓보로 계속 전화를 한다. 어쩌다 상대방이 기분 안 좋은 투로 말을 하면 니가 뭔데 그렇게 말을 하느냐 하는 식으로 대처한다. 오히려 상대방을 압도한다. 그래서 그 흑인여자가 잘 할 것 같아서 텔레마켓터 직원으로 뽑았다. 

     예상한대로 그 여자는 일을 잘했다. 적어도 꽤는 부리지 않았다. 때때로 어떤 텔레마켓터들은 열심히 일을 하지 않는다. 너무 많은 휴식시간을 취하기도 하고 사적인 곳에 오랫동안 전화를 하기도 한다. 전화를 준 리스트에 전화를 다 하지 않았으면서 다 했다고 표시를 한다. 좀 의심스러우면 전화한 리스트를 살펴보면 알아낼 수 있다. 

     그 흑인 여자는 일단 전화를 하기 시작하면 쉬지 않고 계속 전화를 했다. 일은 열심히 하지만 개성이 너무 강했다. 처음 그 여자가 일을 시작했을 때는 직원이 별로 없었다. 그때에는 그녀에게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차츰 회사가 커지면서 직원을 더 채용하기 시작했다. 더 많은 텔레마켓터를 필요로 했다. 그때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직원이 들어오면 일종의 텃세를 부렸다. 자기는 이 회사에서 오래 일해왔으니 자기가 시키는 대로 따르라는 식이었다. 매니저한테 텔레마켓팅을 할 때에는 어떤 식으로 말을 해야하며, 어떤 식으로 접근해서 세일즈를 할 수 있는 가를 자세히 말해준다. 또한 규율을 따라서 열심히 일하라고 말한다. 큰 방침이야 내가 정하지만 나머지 소소한 것들은 자기가 정해서 다른 직원들에게 따를 것을 강요한다. 

     나는 그 여자에게 어떤 직위나 직책을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여자가 하는 행동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일종의 묵인을 해 온 셈이다. 그 여자가 일을 잘 처리 할 때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 헌데 그 행동이 지나칠 때 문제가 생긴다. 그 흑인 여자는 몇 명의 직원과 말썽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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