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타인을 들여다보는 방법
"가방끈이 짧으니까 저것밖에 안 되는 거야" 이 팀장은 한 손에 든 남은 믹스커피를 홀짝거리며 한심하다는 듯 떠들었다. 권 상무가 커피나 마시면서 놀 시간이 있냐고 한바탕 깨고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다. 그리고 그 뒤를 시야로 쫓고 있는 이 팀장을 표정을 나는 지긋이 응시했다. 아, 이 사람 학력이 콤플렉스구나.
시골 의사 박경철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슬로건(Slogan)은 콤플렉스(Complex)의 반영이다. 구호는 소비되는 것이고 소비는 결핍에 근거하기 때문인데, 특히 개인의 그것과는 달리 공적·사회적 영역에서 소비되는 구호들은 더더욱 그런 경향이 있다. 즉 어떤 조직이나 단체가 전면에 내거는 새로운 구호는 대개 그 조직이 가진 최대의 약점이고, 새로 부각되는 사회의 어젠다는 그 사회에서 가장 결핍되고 간절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며 지내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슬로건은 콤플렉스라는 말이 단지 조직이나 사회적 영역에만 한정되는 것일까? 개개인 역시 자신의 약점을 무의식 중에 언어로 드러낼 때가 많다. 그 사람한테는 그 욕이 가장 본인이 들었을 때는 가장 치욕적인 내용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한정적으로 모욕적인 언사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주말 나는 몸살감기로 인해 끙끙 앓아누웠다. 앓아서 누워있는 동안에도 내 앞으로의 방향과 직장생활 등에 대해서 고민하느라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가 내가 최근에 '세상에 이완하며 살라'를 주제로 글을 쓰는 사람이란 게 떠올랐다. 그렇다. 나는 이완하며 살라고 떠들지만 정작 가장 이완되지 못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쓰는 말과 행동을 보다보면 무의식 중에 약점을 세상에 방어하기 위해 나오는 것들이 많다. 물론, 모든 언행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살펴보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에 깜짝 놀랄 것이다. 잘 관찰하다 보면 누군가를 더 이해하는데, 그리고 나 자신의 챙기지 못한 부분을 돌아보는데 도움이 참 많이 된다. 또한, 항상 입 밖으로 나가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쉽게 내뱉은 말을 보고 누군가는 나처럼 당신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