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가이드(3)
문득 잘 살다가도 이런 생각이 든다.
' 저 사람은 벌써 저러고 있네?'
'아 나는 언제쯤 저렇게 될까?'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해지고 자기 비하가 심해진다.
난 왜 그들처럼 못할까. 난 왜 이렇게 느릴까.
비교를 하다 보니 어느새 온 세상 사람들이 비교대상이 된다.
이 사람도, 저 사람도 전부 나보단 나아 보인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우리는 자꾸 주변을 보게 된다.
내가 가진 것과 그들이 가진 것, 내가 이룬 것과 그들이 이룬 것을 끊임없이 저울질한다.
내가 이겼다 생각하면 순간적으로 우쭐하다.
내가 진 것 같다 생각하면 한없이 우울하다.
언제까지 나는 남의 삶에 내 기분을 맡겨야 하는 걸까?
: 만약 당신이 요리사가 되길 너무너무 원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당신은 축구선수로 성공한 사람을 부러워하겠는가? 아니다. 어차피 당신은 관심이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부러움이 생기지 않는다.
"아닌데요? 전 요리사가 되고 싶지만 축구선수가 부러워요! 돈을 많이 벌 거 같아서요! "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의 진정한 꿈은 요리사가 아니라 돈을 많이 버는 것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리사인지 축구선수인지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잘 아는 거 같으면서도 모른다. 당신의 가치관이 흔들릴수록 주변 상황에 좌지우지되고 흔들리기 쉬워진다. 당신이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갖고 싶고, 이것도 좋아 보이고 저것도 좋아 보이기 때문에 온갖 것이 비교대상이 된 것이다.
자신의 심지가 명확한 사람은 남이 무얼 갖든 부러워하지 않는다. 오로지 내 목표만을 원하기 때문에.
당신이 모든 사람과 비교하는 까닭은, 당신이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아직 당신을 스스로가 잘 모르기 때문에 이것저것 눈독을 들이기 때문이다.
: 나랑 같은 학교를 나온 아무개도 대기업을 갔는데, 난 왜 못 갔을까. 이런 자책을 하고 있진 않은가?
그와 나의 공통점이라곤 나이와 학교뿐이다.
그 외 자라온 환경, 겪은 사건, 경제적 배경, 목표 전부 너무나도 다른 타인이다. 그러나 우린 일부만 보고 모든 조건을 동일화시켜버린다. 같이 자라온 쌍둥이도 서로 다르게 성장하는데 말이다.
아무개와 나는 종목이 다른 스포츠 선수와 같다.
아무개는 수영선수고 나는 달리기 선수인데, 아무개가 더 빠르다고 내 달리기를 책망하겠는가? 종목이 다른데 어떻게 비교하겠는가? 우리는 지금 종목이 다른 선수들끼리 비교를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수영만 하고 수영을 위해 자랐던 사람과, 달리기만 하고 달리기 선수가 된 내가 어떻게 같아질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둘의 공통적 목표가 우승일 수는 있다. 그러나 수영선수가 우승한다고 하여 달리기 선수가 수영선수보다 체육을 못하다고 단정 지을 순 없지 않을까?
각자의 필드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는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분명 저 수영선수도 어린 시절부터 달리기를 하는 집에서 자랐다면 기량을 뽐내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고로 우리는 비교불가하다. 각자의 길이 너무도 명확하다. 아직 당신이 어떤 트랙과 종목에서 실력을 발휘할지 못 찾아서, 다른 종목 선수와 비교하는 실수를 범하는 것뿐이다.
: 거울 속 내 모습을 똑바로 보고 말해보자.
' 정말로 그 사람이 되고 싶어? 그래도 좋아? 그럼 오늘이 마지막이야. 너랑 나는 이제 안녕이야. 난 내일부터 그 사람으로 살 거야.'
이 말을 하고 나서 마음이 후련한가? 아니면 거울 속 내가 안쓰러워졌는가?
사실 당신은 어쩌면 남이 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단지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몰라서 다른 사람 삶을 기웃거린 것뿐, 정말로 그 사람이 되어서 나를 버린다고 생각하면 차마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나는 단지 잘난 '내'가 되고 싶었을 뿐
잘난 '네'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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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가 길을 잃거나 내가 어딜 가고 있는지 까먹을 즈음, 다른 사람들의 위풍당당한 발걸음이 부러워지곤 한다. 목표를 알고 저벅저벅 걸어 나가 끝내 도착한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조급해진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그대로 따라가 도착한다고 해서 내가 만족할까? 진정 버려두고 온 내 길을 찾고 싶지 않은가?
언젠간 도착한다
먼저 도착한다 하여 인생이 게임오버되듯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다. 여행에선 도착은 또 다른 시작일뿐이다.
언제나 우린 죽기 전까지 여행을 해야 한다.
고로 그 사람의 성취도 과정이고, 나의 방황도 과정이다.
언젠간 도착한다. 그렇다면 맘이 놓인다.
그 사람이 앞서 나가더라도 끝은 결국 같으니까.
중요한 건 내 트랙을 찾는 것이다.
속도는 중요치 않다.
저벅저벅 걸어갈 나만의 트랙을 찾는데 더 집중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