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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날들이 너무 그리워요. 돌아가고 싶어요.

지구별 여행자 가이드(2)

by 우뚝이


당신은 그리운 순간이 있는가?

가장 먼저 언제가 떠오르는가?


그립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립다는 것은 돌아갈 수 없다는 말과 같다.

돌아갈 수 있다면 그건 그리울 수가 없다. 다시 하면 되니까.


잠깐이나마 추억에 잠겨 현재를 사는 힘이 될 수 있는 그리움은 환영이지만, 날 과거에 취하게 하고 현재를 서글프게 만드는 그리움은 너무 아프다.


어떤 이에게는 가족과 함께하는 단란한 밥시간이 그립고, 어떤 이에게는 20대 청춘이, 어떤 이에게는 건강했던 그때가 참 그리울 것이다. 다만 돌아갈 수 없어질 때에 우리는 그리움이란 명목하게 슬픔을 느끼게 된다.

'상실'의 슬픔 말이다.


너무 그리워 사무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돌아갈 수 없어서 미칠 거 같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그립다는 것은 내가 행복했다는 증거


: 그리움은 내게도 행복한 시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평생을 그리움 없이 살아가는 삶만큼 고단한 것이 또 있을까? 내가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은, 현실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과거엔 참 좋았다는 얘기다.

그러니 나도 꺼내어 볼 수 있는 좋았던 장면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 나 그때 행복했구나'


비록 지금의 나는 그렇지 못하여 자꾸 과거가 그리워지더라도, 꺼내볼 과거라도 행복했던 삶은 얼마나 애틋한가. 당신도 행복했었다. 사무치게 그리울 만큼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 당신 참 행복하게 살았구나. 그거면 됐다.


2. 모든 건 유한하다. 지나간다. 사라진다.


: 세상의 진리 중 하나는 , 모든 건 사라진다는 것이다.

돈도, 명예도, 사람도 그리고 나 자신도. 언젠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만남에 앞서 미리 이별을 염두에 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행복했던 순간도 단 0.1초 만에 과거로 변해버린다.

좋았던 그 사람과도, 죽고 못살던 그 사람과도 언젠가 헤어진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이미 정해진 운명을 살고 있다. 죽는다는 종착지를 향해서 간다.

그렇기에 지나간 것은 당연하며, 다시 오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어쩌면 자연의 이치이며 순리이다.

단지 우리 인간이 너무 감성이 깊고 지능이 높아서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것뿐이다.

어떠한 행복도, 어떠한 슬픔도. 유한하다.


3. 그때처럼 좋은 순간이 또 올까?


: 글쎄. 여기에 대한 것은 확답할 수가 없다. 어떤 그리움은 대체가 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벽히 대체는 못하더라도 그에 준하는 순간들은 언제든 올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지나고 나면 당신은 지금 이 순간조차도 그리워할 것이다.

당신은 이미 살고 있다. 그리워할 시절을 지나고 있다.

그리움은 항상 과거니까. 지나고 나서야 느끼는 감정이니까.

지금 못 느끼는 지금의 그리움도, 시간이 지나면 느껴질 것이다. 당신은 지금 그리울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구별 여행자들은 그리움 때문에 씁쓸해지기도 하고, 그리움 때문에 과거에 살기도 한다.

배낭에 그리운 시절을 한가득 넣어놓고 자꾸 꺼내 보고 또 꺼내 보고 눈물짓는다.


'아,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지만 이조차도 행복이었던 것이다. 배낭 가득 짊어지고 올 수 있었던 , 돌아가고 싶었던 순간이 그토록 많은 것이니까.


하지만 배낭이 너무 무거우면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조금은 , 조금은 흘려버리자.

앞으로 남은 내 그리울 순간들을 위한 공간도 조금은 열어두자. 그리움이 내 어깨를 짓눌러 무거워지지 않도록.


그땐 그랬지


어쩔 때는 좋은 기억조차 털어버려야 할 때가 있다.

지금이 그렇다. 그땐 그랬지. 참 좋았었어.

잘 가. 안녕. 행복했던 순간들아.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별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잊어야 한다.

그 순리를 따를 때 우리는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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