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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다 행복 스튜디오 May 22. 2024

결과 중심적인 당신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한 진짜 이유

초등학교 시절, 어른들께서는 제게 종종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제가 납득할만한 이유를 말씀해 주신 분은 없었습니다. 마치 어른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아이들에게는 교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런 어른들이 수상하다고 느꼈을 뿐만 아니라, 이 말이 제가 겪고 있던 세상의 실상과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짜로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하다면, 선생님과 부모님들은 왜 그렇게 학교 성적이나 뭔가에 상을 받아오는 것에 관심이 많으셨을까요? 왜 그렇게 결과가 좋으면 칭찬을 하시고, 좋지 않으면 꾸짖으셨을까요?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도 분명히 서로 누가 공부를 잘하는지, 누가 못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은 그거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잘 못하는 친구들은 그 친구들을 부러워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그리고 인간의 가치에 대해 학습하고 확립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른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진짜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면, 이 모든 것들이 말이 되지 않았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아, 결과가 과정보다 중요하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꽤 최근까지도 이렇게 믿고 살아왔습니다. 그게 저에게 납득이 되었고, 사회를 살아가는데 유용했습니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학교 성적에 대한 부담은 더 심해졌고, 저도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끈질기게 목표를 설정하고 그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였습니다. 우선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싶었고, 조금 지나니 명문 대학교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는 좋은 박사 과정에 합격하고 싶었고, 좀 다니다 생각이 바뀌어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싶었습니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목표를 하나하나 세웠고, 그걸 달성하면 뛸 듯 기뻤고 달성하지 못하면 화가 나고 우울했습니다. 이 모든 스텝에서 저에게 과정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고, 이 사회도 과정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주위 모든 사람들이 결과에 대해서만 논했고, 아무도 과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결과에 따라 극단적으로 요동치는 감정이 당연한 줄 알고 살았습니다. 그 끝에 저는 결국 세계에서 순위권 안에 드는 대학교에 입학하였고, 몇 년 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최고의 회사 중 하나라는 곳에 취직했습니다. 이런 성취를 하면 분명 행복할 것이라 믿으며 열심히 노력해 왔는데, 이상하게도 장기적으로 저의 행복 지수를 크게 높여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원했던 여러 가지 목표에 도달했고, 사회가 기대하는 것들을 해냈는데도 더 행복해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이에 대한 답을 한참 동안 찾지 못하고 있다가, 4년 전 요가 강사 교육을 계기로 명상을 시작하고, 기존에 갖고 있던 여러 관점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하다 어느 날 깨달았습니다. 결과가 중요하지 과정은 아무 쓸모없다는 그 생각 때문이었다는 것을 말이죠.

Photo by Keegan Houser

그렇다면, 결과 중심적인 사고가 왜 우리를 행복에서 멀어지게 할까요? 바로, 결과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저를 예로 들어보자면, 저는 시험공부를 충분히 했든 안 했든 좋지 않은 성적을 받으면 화가 났습니다. 공부 양이 부족해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경우에도, 공부를 꽤 많이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떤 쪽이든 저는 제 자신에게 화를 내며 소리쳤습니다. “이 멍청아! 왜 성적이 이모양이냐!! 너는 실패자야. 앞으로 실패한 인생을 살 거야!!”


참... 황당하죠? 왜 이렇게 강한 감정이 일어났던 걸까요? 그리고 어떻게 이 화가 시험공부를 하며 얼마나 많이 배웠는지와는 아무 관련이 없었을까요? 또, 실패한 인생이 무엇인지는 누가 정의했고, 저는 왜 그 정의를 굳게 믿었을까요?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여기에 두 가지 케이스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공부를 덜해서 성적이 덜 나왔고, 여기에 화가 났던 케이스입니다. 그런데 시험이란 뭘까요? 시험은 우리가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수치화하여 보여주고, 그럼으로써 배움에 도움을 주는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공부 양이 부족하다면, 시험 내용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을 확률이 높고, 그러면 나쁜 성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좋지 않은 성적에 화가 났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 행동입니다. 좋은 성적을 받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비현실적인 목표였던 것이고, 이런 비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욕심에 불과합니다. 욕심은 우리를 부정적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욕심을 내어 설정한 목표는 현실적인 목표보다 달성하지 못할 확률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죠. 그럼 저는 이렇게 비논리적으로 화를 내는 대신 어떻게 하는 게 좋았을까요? (1) 제가 노력한 정도에 걸맞은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거나, (2) 목표는 그대로 두되 더 많은 노력을 했어야 했습니다. 지름길은 없습니다. 우리는 사실 마음속 깊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는지, 그리고 그에 비해 목표가 얼마나 현실적인지 다 알고 있습니다. 외면하고 싶을 뿐입니다.


두 번째 케이스는 제가 공부를 충분히 했음에도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서 화가 났던 상황입니다. 이때에는 공부 양이 충분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받을 자격이 있다 생각되었을 것이고, 그래서 이 상황이 더 불공평하다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과정과 결과 사이 무수히 많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험 날 갑자기 아파서 평소보다 시험을 못 칠 수도 있고, 작은 한 부분 빼고 모든 걸 다 공부했는데 시험 문제들이 대부분 그 공부 안 한 부분에 대한 것이면 예상보다 낮은 성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학교를 벗어난 사회에서는 결과가 이것보다 더 통제 밖으로 흔들리죠. 면접을 꽤나 잘 봤음에도 그 회사에서 다른 인재를 찾고 있어 합격을 못 할 수도 있고, 회사에서 일을 잘해도 무능한 상사를 만나 충분히 인정을 못 받을 수도 있고, 평소처럼 길을 가다가도 갑자기 뭔가에 걸려 넘어져 다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결과에 목을 매면 우리는 결과에 따라 감정이 이리저리 흔들릴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통제 가능한 "과정"이라는 것에 집중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세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예측할 수 없는 일들에 의해 영혼까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기대보다 더 좋은 결과를 받는 경우에도 같은 논리를 펼칠 수 있습니다. 이때에도 너무 강한 감정에 사로잡힐 필요 없습니다. 만약 5지선다 객관식 문제를 찍어서 맞추면, 그냥 그날 어쩌다 다섯 개 중에 맞는 답을 골랐을 뿐입니다. 조금만 공부했는데 시험이 공부한 부분에서만 나와 좋은 성적을 받았다면, 운 좋은 날이었을 뿐입니다. 결과가 어떻든 뛸 듯이 기뻐할 일이 아니고, 자랑스러움에 충만해질 일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가 과정에 집중하려고 해도 결과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행복한 삶을 위해서 우리는 결과라는 것과 어떤 관계를 맺는 것이 좋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수용". 어떨 때는 운이 좋아서 생각보다 더 좋은 결과를 받기도 하고, 어떨 때는 기대보다 안 좋은 결과를 받기도 합니다. 하나하나의 상황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습니다. 그저 결과가 어떠하든 받아들이고, 이 경험에서 한두 가지 교훈을 얻고 넘어가면 됩니다.


예를 들어, 기대보다 낮은 결과를 얻음으로써 사실 준비가 덜 되었었다는 것을 깨달아 다음에는 더 철저히 준비를 할 수 있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 어쩌다 한 번 실수를 하는 게 아니라 너무 자주 한다면 신중함을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친구보다 더 오랜 시간을 쏟았는데도 낮은 결과를 받았다면,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른 능력과 강점이 있다는 것, 혹은 내가 알지 못하는 과거에 그 친구가 더 많은 노력을 했을 수도 있을 거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수용. 간단하지만 쉽지 않죠? 만약 우리가 어떤 결과이든 진심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된다면 한층 더 높은 수준의 행복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고, 제 글이 독자분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본인이 쏟은 노력의 양에 대해 나 자신에게 솔직해져 보고, 그 후에 오는 것은 그저 받아들여보시면 어떨까요? 이 간단한 시각의 변화로 큰 해방감을 느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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