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에서 2주 동안 산모의 일상은 매우 바쁘다. 오전 6~7시에 아이들이 목욕을 하면 방으로 데려와 수유를 하는 시간을 갖고(목욕 후 신생아실에서 콜을 주는데 이건 산모의 희망에 따라 안 받을 수 있다), 8시엔 아침식사를 하고, 12시에 점심을 먹고, 3시엔 오후 간식을(두유나 우유를 곁들인 샌드위치나 빵, 떡류), 6시엔 저녁밥을 먹고, 6시 반~8시 반 두 시간 동안은 모자동실(신생아실 소독 관계로 필수임), 이후 8시 반 즈음엔 저녁간식(죽이나 수프류)을 먹으면 하루가 끝난다. 위 기본 일과 외에도 시간 사이마다 산모 개별로 마사지를 받고, 조리원에서 제공하는 모유수유, 초점책 만들기, 태열 및 아토피 관리, 신생아 마사지, 작명 등 수많은 교육(이라 쓰고 영업이라 말한다.)을 듣고, 2~4시간마다 한 번씩 유축을 한다. 매일 이런 스케줄이 가득 있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산모는 굉장히 바쁘다.
조리원에서 아기들은 태명으로 불린다. 우리 아기들은 뿌꾸와 뽀또. 뿌꾸는 아내와 함께 여행 갔던 베트남의 푸꾸옥에서 따왔다. 아내는 아직도 푸꾸옥에서의 호화스러운 여행을 잊지 못한다. 가끔 유튜브 알고리즘에 푸꾸옥 관련 영상이 뜰 정도다. 하지만 나는 '애기 태명이 무슨 관광지 이름이냐..'라고 핀잔을 줬고, 결국 '뿌리 깊은 꿈나무'라는 두 번째 뜻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아내는 뿌꾸의 태명을 묻는 사람들에게 뜻을 설명해 주기 민망하다며 심장이 뛰는 소리에서 따왔다고 둘러댄다. 뽀또는 뿌꾸를 본 후 그다음 주에 다시 본 초음파에 한 명이 더 있어 '복이 또 왔다'는 의미로 지었다.
우리는 아기가 둘이라, 오전 목욕 후 수유콜 시간에는 아내가 하루에 한 명씩 번갈아가며 받았고, 저녁 모자동실 시간에는 나도 조리원에 있기 때문에 둘을 동시에 받았다. 모자동실 시간에는 아기들 밥을 먹인다거나,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 이외엔 사실 거의 교감할 시간이 없다. 모자동실 시간이 짧아서가 아닌, 신생아는 거의 잠만 자기 때문이다.
분유를 먹이는 일도 사실 꽤 까다로웠다. 체중 대비 잘 안 먹는 것 같은 느낌에 살짝 조바심도 난다. 뽀또는 60ml를 주는 대로 거의 다 받아먹는 반면, 뿌꾸는 50ml 정도 먹고는 입을 삐쭉 내밀며 젖꼭지를 밀어냈다. 당장 배고플 땐 그렇게 입으로 짭짭 딱딱 소리를 내며 입을 벌리고 사방으로 젖꼭지를 찾으려 두리번거리면서 왜 끝까지 먹지 않는 걸까. 많은 고민을 했지만 내가 내린 결론 '급하게' 먹어서이다. 처음에 급하게 먹는 만큼 공기를 삼키는 소리가 뽀또에 비해서 더 컸고, 때문에 위에 공기가 차서 속이 안 좋아지고 분유를 안 먹는 것 같았다. 어쩌겠는가?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중간에 트림을 한 번 시키고 먹여야 한다.오래 걸리고 땀도 나지만 너희를 위해 좀 더 인내해 볼게.
젖병을 찾는 아기들의 모습은 굉장히 귀엽다. 입을 쫙 벌리고 사방을 휘휘 둘르며 빨 것을 찾는다. 이때 아기를 안고 있으면 입 근처에 있는 옷을 빤다. 미안하지만 아빠는 아무것도 줄 수 없으니 그만 빨아줄래..? 옷에 묻은 뿌꾸의 입자국이 너무 하찮고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