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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구르르꺄륵 May 18. 2024

조리원 낙원 퇴소와 함께 시작하는 육아

선생님들.. 저희는 어찌해야 할까요.

드디어 조리원 퇴소날이 다가왔다. 아내는 꿈같은 낙원에서 떠나기 싫어했지만, 이제 진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소곤소곤.. ㅇ병장님.. 근무 나가실 시간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주 간의 조리원 생활이 막을 내린다. 그동안 뿌꾸뽀또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많이 바뀌었다. 조리원 초반에 뿌꾸뽀또는 그야말로 조용함 그 자체였다. 조리원 복도를 누군가의 아기가 울음으로 채우면 나와 아내는 우리 뿌꾸뽀또는 이렇게 조용한데! 누가 이렇게 아기를 울리고 있을까? 하며 거만함과 건방짐에 취해있었다. 하지만 이런 우리를 꾸짖듯(갈!) 뿌꾸뽀또는 곧 하이톤으로 높게 찌르는 울음을 미친 듯이 질러댔고, 우리는 곧 그 꾸짖음에 크게 감명해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조리원 생활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옆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과외 선생님이 항상 상주하고 계신다는 거였다. 아기들이 너무 우는데 어떡하죠, 분유 먹는 걸 거부하는데 어떡하죠, 얼굴에 뭐가 자꾸 나는데 왜 그런 거죠 등 조리원 선생님들은 거의 신생아 육아 위키백과였다. 이런 든든한 뒷배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아내는 더더욱 좌절했다. 그건 아마도 뿌꾸뽀또의 찌르는 울음도 한몫했을 것이다. 아프다 얘들아.. 그만 울어줘 ㅠㅠ


퇴소날이 가까워오면서 나는 집에 틈틈이 들러 청소를 했다. 하루는 집안 전체의 먼지를 훔쳤는데, 주제넘게 조언을 하나 하자면, 청소가 귀찮은 분들은 우드블라인드를 쓰지 말아야 한다. 슬랏 하나하나 쌓인 먼지를 훔치는 게 굉장히 귀찮았다. 그래도 먼지에 취약한 뿌꾸뽀또를 위한 일이니까.. 온 집안의 틈이란 틈, 선반이란 선반, 액자, 벽면의 걸레받이 위까지도 다 닦았다. 아기 손님들이 오시니까 했지, 혼자 살았으면 절대 안 했다.


뿌꾸뽀또의 출생신고도 완료했다. 입원실에서 퇴실할 떼 받은 출생증명서를 가지고 집 근처 행정복지센터에서 출생신고를 마쳤다. 이름은 이미 다 지어뒀지만, 아직도 나는 뿌꾸뽀또의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한다. 대체 이 한자란 것들을 언제까지 나를 귀찮게 할까. 미리 캡처해 둔 아기들의 이름 한자를 커닝해 가며 써야 할 내용이 빼곡한 출생증명서를 다 채웠다. 비로소 이 사회에 뿌꾸뽀또의 탄생 사실을 못 박았다.


조리원을 퇴소하며 선생님들과 인사를 했다. 웃는 얼굴로 이제야 뿌꾸뽀또의 실명을 물으신다. 마지막은 진짜 이름을 불러주시며 작별인사를 했다. 아내는 선생님들과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현실을 부정했지만 결국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얘들아 엄마 잘 도와줄 수 있지?


아기들은 퇴소하는 날 BCG 예방접종을 맞았다. 결핵 예방접종으로 맞는 방법에는 총 두 가지가 존재하는데, 피부를 주사기로 직접 뚫고 백신을 투여하는 피내용과, 피부에 백신을 바르고 피부에 3 ×3으로 두 번 도장을 찍어 미세한 상처로 백신을 흘려보내는 경피용이 있다. 장단점이 있지만 자고로 남자는 한 방이다. 고민 없이 피내용을 맞았다. 뿌꾸뽀또는 주사를 맞는 순간은 빽! 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이내 진정하여 큰 소란은 없었다. 울음이 심할까 걱정했던 내가 다 뻘쭘했다.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뿌꾸뽀또시여...


접종을 마친 우리는 뿌꾸뽀또를 카시트에 싣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 카시트를 차에 설치하는 방법을 미리 시연해 봤던 나였지만, 그새 또 까먹고 뿌꾸뽀또를 실은 카시트를 차에 두고 유튜브를 찾아봤다. 안 그래도 땀이 많은 체질인 나는 진땀 뻘뻘 흘리며 카시트 설치를 완료했다. 집에 돌아가는 날씨도 뿌꾸뽀또가 처음 세상에 나와 숨을 쉬던 날과 같이 화창했다. 돌아가는 길에 뿌꾸가 덥다고 거의 15분간 울어대서 미리 귀를 단련하는 느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나도 덥다 얘들아. 카시트를 두 손에 들고 옮기느라 땀이 또 흐른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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