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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구르르꺄륵 May 26. 2024

먹고 자고 싸고 2시간 30분의 굴레

다 큰 어른이는 더 오래 자고 싶어요

조리원 퇴소 후 집에 돌아온 우리는 멘붕 그 자체였다. 사실 뿌꾸와 뽀또가 우리의 멘탈을 흔들었다기보다 앞으로 어떻게 육아를 헤쳐나갈지에 대한 불안감과 더 이상 조력자가 옆에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와 나는 밀린 집안일에 정신을 못 차렸다. 그동안 풀지 못한 택배들이 문 앞에 그대로 쌓여있었고, 앞 집에 사시는 분들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니냐며 경비실에 연락까지 하셨다. 택배 대부분이 육아용품들이었다. 세제, 분유, 기저귀, 아기 옷 등등 모두 뜯어 정리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동안 내가 왔다 갔다 하며 집정리를 조금 했다지만, 우리 집의 살림정리는 거의 아내의 뜻대로 되기 때문에, 아내는 내가 정리한 모양이 맘에 안 드는지 연신 한숨을 내뱉으며 짐들을 정리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뿌꾸뽀또는 배가 고프다며 칭얼대기 시작했다. 집에서 먹는 첫 밥이다! 분유를 먹이는 건 조리원에서도 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건 없었다. 집에 돌아가서 분유 탈 정신이 없을 것이라며 조리원 선생님들이 타 주신 분유를 먹였다. (그저 빛나는 선생님들..) 뿌꾸 뽀또 둘 다 80ml를 먹였지만 둘은 먹는 스타일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뿌꾸는 분유를 먹을 때 젖병 젖꼭지를 사정없이 쩍쩍 빨아대며 먹었다. 그 때문인지 분유를 먹으며 공기를 많이 삼켰고, 분유를 먹다 도중에 젖꼭지를 뱉거나, 잠들어버리는 일이 많았다.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도중도중에 트림을 시켜주는 수밖에 없었다. 공기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 트림은 정말 기똥차게 잘했다. 무슨 성인 트림 소리처럼 우렁차다. 그르어얼ㄹ러어억ㄱ  

뽀또는 꽤 잘 먹는 편이다. 젖꼭지를 빨 때도 소리가 별로 안 났고, 트림도 큰 무리 없이 했다. 그런데 공기도 별로 안 먹는 것 같은데, 왜 트림 소리는 둘 다 비슷한지 모르겠다. 그르어얼ㄹ러어억ㄱ  


밥 먹는 것보다 걱정되는 것이 또 있었는데, 바로 변비 문제다. 자고로 잘 먹는 것뿐 아니라 잘 싸는 것이 인생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일진대, 뿌꾸뽀또는 조리원에서부터 변비가 있었다. 이 놈의 변비 때문에 똥은 약간 단단하고 굴러다니는 알갱이로 나왔고, 그마저도 2~3일 동안 보기 힘들었다. 또 똥이 단단해서 똥을 싸면 아기들의 항문 주변이 자극되어 붉어졌다. 비판텐 연고가 좋다고 해서 발라주는데, 정말 조금씩 새끼손가락에 톡 찍어 묻힌 후 발라주어야 한다. (똥꼬도 너무너무도 쪼끄만 우리 뿌꾸뽀또..)

똥꼬만 빨개지는 게 아니다. 똥을 싸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뿌꾸뽀또 얼굴도 새빨개진다. 아기들은 피부층이 얇기 때문에 혈액이 어디에 몰리는지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똥을 싸기 위해 온 힘을 쓰는 뿌꾸와 뽀또.. 이것 또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아기들에겐 무척 큰 도전일 것이다. 똥꼬를 닦아주다가 자극이 되었는지 남아있는 똥들이 밀려 나오기도 하는데... 똥꼬를 자극하면 싸게 되는 버릇이 들 수 있다며 다 쌀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저귀를 갈아주라고도 한다. 하지만 언제 똥을 다 쌌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다 싸지 않았다고 항상 힘을 주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알 길이 없다. 아빠는 똥꼬를 닦다가 똥이 나와도 괜찮으니, 그냥 일단 싸주기만 해 줘.

마음만 먹으면 똥 얘기로 몇 천자는 더 쓸 수 있지만 조금 더러울 수 있으니 나중에 이어서(?) 해보겠다.


사실 부모들에게 있어 제일 힘든 문제는 바로 '잠'이다. 아기들은 위가 굉장히 작기 때문에, 잠에 깨지 않을 정도로 배불리 먹고 오래 자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2시간~3시간마다 수유를 하고, 1시간을 넘지 않는 선에서 다시 잠을 잔다. 거기다 아기들은 얕은 잠을 많이 잔다. 성인은 90분 정도의 주기로 REM 수면을 4~6회, 10~30분 정도 가진다. REM 수면이라는 얕은 잠을 자는 동안 눈동자가 움직이거나 꿈을 꾸거나 뇌의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아기들은 REM 수면의 주기가 60분 정도로 성인에 비해 짧고, 그 길이도 성인보다 훨씬 길다. 잠의 50% 정도가 REM 수면으로 채워진다. 때문에 아기들은 자다가도 움찔거리거나 눈을 계속 움직이거나 놀라서 깨기도 한다. 뿌꾸뽀또는 다행히 자다가 깨는 경우는 별로 없다. 다만 밥 먹을 시간이 되면 귀신같이 울어재낀다. 아직 태어난 지 3~4주라 2시간 30분 정도의 수유텀을 가지는데, 수유하고, 트림시키고, 기저귀 갈고 하다 보면 1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결국 밤 중에 수유를 하게 되면 1~1.5 시간 씩 잠을 끊어 자야 한다. 나와 아내는 둘 다 깨어있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한 사람이 아기 둘을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고, 우리는 한 명씩 돌아가며 불침번을 섰다. 나는 평일엔 회사로 출근하기 때문에 아내가 불침번을 섰고, 주말엔 내가 불침번을 섰다. 5일 내내 불침번 서는 우리 와이프 대단해... 아내가 불침번인 날은 이내 빈사상태가 되었지만, 나는 머리만 댔다 하면 잠을 자는 체질이라 쪽잠을 굉장히 잘 잤다. 때문에 밤 수유도 피곤하지만 버틸 수 있었다. 본인이 육아체질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쪽잠을 잘 자는지 먼저 체크하길 바란다.


이렇게 먹고 재우고 기저귀를 갈아주고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다 가있다. 뿌꾸뽀또의 배용량이 아직 너무 작아 많이 먹고 오래 자지 못해 부모들은 아기들과 함께 잠이 부족한 어른이들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너희들도 점차 배를 키워나가면 곧 밤에 통잠을 잘 수 있게 되겠지. 그 눈부신 발전의 순간과 과정에 아빠가 옆에 있어줄게. 힘내보자고~




너무 작은 뿌꾸와 뽀또. 하지만 울거나 소리를 지르면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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