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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동균 Jun 04. 2024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아티스티 피'

전시 활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

커버 이미지: 조동균_흔들리는 선 20_13(m20). 72.7x50cm 2020


한 줌에 있음이 있기 위해선 전 세계에 없음이 필요하다.

-작업 노트에서




아티스트 피(Artist fee)     

미술가가 창작활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미술가들이 자신의 삶을 유지하고, 창작활동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조건입니다. 사회에서 미술가의 창작 과정과 작품을 소비할 때는 적정한 대가가 지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책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논의의 배경에는 미술가가 구축한 유무형의 자산이 공공재로 관리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거래의 대상으로 취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합의는 미술의 사회적 가치와 미술가의 생계를 보호하고 장려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티스트 피’는 미술가들이 전시에 참여함으로써 사회에 문화적 기여를 하는 것에 대한 정당한 보상입니다.


‘아티스트 피’의 제도화는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됩니다. 적은 금액이라도 전시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문화가 정착되면, 미술가들은 자신의 창작활동에 대한 사회적인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아티스트 피’에 대한 이슈가 대두된 계기는 2009년 국립 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신호탄전’에서였습니다. 이 전시에 작가에게 신작을 출품한 작가에게는 작품 제작비를 지급하고, 기존에 발표되었던 구작을 출품한 작가에게는 지급하지 않자, 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 중 일부 미술가들이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아티스트 피’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미술관이 특정한 주제로 전시할 때, 미술가가 그에 합당한 작품을 출품한 것은 이를 위해서 미술가가 행한 노동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해야 하는 특수 조건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이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정리함으로써 미술가에게 일정 금액의 보수를 지급한 사례입니다.     


) 경기미술협회에서는 2021 팬데믹 기간 진행된 협회의 사업  하나로 <경기의 산하전>이라는 경기도 교부금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행사는 경기도 31 ·군에서 활동하는 미술가들이 경기지역의 산하를 둘러보고, 이를 소재로 작품을 제작하여 전시하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에서는 기존에 운영비로 책정되어 사용되던 경기도 교부금을 일부 참여 작가에 대한 ‘아티스트  지급할  있도록 항목을 변경하여 집행하는 사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경기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작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경기 청년 작가 선정전>에 참여하는 작가들에게 소정의 ‘아티스트 피’를 지급할 수 있도록 2020년부터 사업 예산 항목을 새로 편성함으로써 지속적으로 해당 전시에서 ‘아티스트 피’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단체에서 진행하는 전시에 참여하는 미술가들에게도 작가 사례비로 ‘아티스트 피를 제공함으로써 작가들에게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는 미술가에 대한 '아티스트 피' 지급의 필요성에 대하여 긍정적인 입장을 보입니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국공립미술관에서의 기획전들이 '아티스트 피'와 '프로덕션 피'를 구분해서 지급해 줄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계자들은 '아티스트 피' 등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사업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이유로 계속해서 미술가들의 열정을 희생 삼아 전시를 기획하거나 행사를 추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미술가들은 전시기획에 '아티스트 피'가 배정되어 있지 않으면, 전시 자체를 거부하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아직 '아티스트 피' 지급 관행이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률적으로 '아티스트 피'를 지급하는 것은 전시기획 기관의 예산 문제로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으나, 최저 임금과 같은 개념의 '아티스트 피'에 대한 하한선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점진적으로 '아티스트 피'에 대한 인식이 확산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나가기를 바랍니다.


(서양화가 / 조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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