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색을 살린 공동 작업장 모델
커버 이미지: 조동균_unveiled lines봄&가을 20-14-15(f100). 162x130.3cm 공간설치 2020
선線에
갇혔다고 느꼈을 때,
내 상상력은 자유의 날개를 달았다.
-작업 노트에서
지역 특색을 살린 공동작업장 모델
지역적 특색을 활용한 공동 작업실의 모델로 주목받는 프랑스의 ‘이씨 몽트뢰이(ICI Montreuil/ 여기 몽트뢰이)’는 파리 근교 몽트뢰이시에 있는 공동아틀리에입니다. 미술가, 디자이너, 장인 기술자 등 모두 63개 영역에 걸친 150여 명의 프리랜서들이 1,800㎡의 작업장을 공유하며, 창작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몽트뢰이시는 예술가 밀집 지역이었습니다. 많은 미술가가 모여 살았지만, 개인적으로 작업함으로써 작업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나 비용을 마련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씨 몽트뢰이’ 공동 작업장이 설립되고, 디자인, 용접, 목공, 3D프린트, 패키지 등을 한 곳에 모아 공동으로 사용될 수 있게 됨으로써 미술가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이곳에서 원스톱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수많은 스타트 업 상표가 ‘ICI Montreuil’라는 아틀리에의 이름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2012년 ‘이씨 몽트뢰이’가 생겨난 이래로 이 새로운 공동 작업장 모델은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어, 현재 ‘MAKE ICI’라는 이름의 공동 작업장이 프랑스의 3개 도시 이브리, 낭트, 마르세유에 설립이 되었고, 다른 4개의 도시에도 같은 콘셉트의 작업장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ICI Montreuil는 faire 기업가를 위한 최초의 프랑스 연대 및 협력공장 네트워크인 Make ICI의 일부입니다.
유럽에서는 미술가들이 공간을 점거해 작업장으로 활용하는 활동이 있어 왔습니다. 이러한 불법적인 점거는 당국의 철거명령을 기다리는 불안한 상태이기도 하고,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긴장을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술가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서, 도시에는 공간들이 넘쳐남에도 꼭 필요한 이들에게는 그 수요가 미치지 못하는 부조리한 상황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도시의 주변에는 짓다 만 건물, 재건축을 기다리는 빈집들, 학생 수가 줄어서 문을 닫은 학교, 사업계획 전환으로 오픈하지 못하고 있는 공공건물 등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을 미술가 또는 사회단체와 함께 각자의 의도를 펼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지역사회는 더욱더 풍요롭게 변화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프랑스의 ‘플라토 위르반(Plateau Urbain/도시 무대)’은 도시재생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비영리 기구입니다. 도시 안에 빈 상태로 방치되어 있거나 기업 파산 등의 이유로 장기간 마무리 공사가 중단되어 버려진 공간을 찾아내어, 그 공간을 다수의 사람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하는 협동조합입니다. 이 단체는 집주인과 공간이 있어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지방정부 사이에서 매개자 역할을 합니다. 처음에는 도시공학자, 건축가, 미술가들로 구성된 시민단체였고, 현재는 35명의 유급 직원과 관련 전문가, 조합원으로 구성되어 프랑스 내의 도시들뿐만 아니라 브뤼셀로까지 인근 국가로 프로젝트를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미술가들은 건축가, 도시재생 전문 인력과 결합하여 ‘도시재생 사회적 기업’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지역 사회 곳곳에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방치된 공간에 공동 작업장과 갤러리, 아트마켓 등을 설치하여 문화를 매개로 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도시농업과 장터,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다양한 지역주민들이 모여서 조화를 이루는 문화공동체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미술가들은 작업공간과 관람객, 고객을 얻고, 주민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예술적 시선, 볼거리 넘치는 예술 장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이 미술가들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사회적 응집력을 키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양화가 / 조동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