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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극개 Sep 13. 2024

13. 신과 사랑을 노래한 신비주의 시집 <마스나비>

잘랄 웃 딘 루미 <마스나비>

페르시아(이란) 시인인 잘랄 웃 딘 루미는 자신이 살면서 경험하고 깨달은 인생의 진리들을 시로 노래했고, 그 방대한 이야기들을 모은 작품이 <마스나비>다. 루미의 인생 걸작이자 페르시아 문화권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마스나비>는 6부로 쓰였는데, 안타깝게도 국내에 제대로 된 완역본이 없다. <마스나비> 번역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완역이 아닌 발췌 번역, 그것도 1권에서만 발췌한 것이 전부였다. 아쉽지만 1권 발췌 번역본 2개로 <마스나비>를 대신하기로 했다. 그렇게 고른 책은 <루미 시집>과 <사랑 안에서 길을 잃어라>였다. 


<사랑 안에서 길을 잃어라> 먼저 읽었는데, 이는 특이하게도 이현주라는 목사가 번역하고 첨언한 책이다. 또한 루미의 시구를 모두 번역한 것이 아니라, 해당 시에서 핵심이 되는 몇 문장을 발췌하여 싣고 그에 대한 이현주 목사의 첨언으로 구성돼 있다. 발췌의 발췌인 셈인데, 어떤 경우에도 원작 그대로를 원하는 내게는 무척이나 꺼려지는 책이었다. 하나 책을 읽기 시작하고는 점점 생각이 바뀌다가 다 읽을 때쯤엔 더없이 소중한 책이 되었다. 그만큼 루미의 잠언들이 감명 깊기도 하였는데 더 큰 감명을 준 것은 이현주 목사의 첨언들이었다. 너무 짧거나 비유가 강해서 잘 알아듣지 못하는 루미의 말들을 알기 쉽게 풀어준 것은 물론이고, 이현주 목사의 가치관과 그에 따른 해석 및 연관된 생각들이 의외로 나와 잘 맞았다. 그는 신을 스스로, 자기 내면에서 찾아야 함을 강조하는데, 이는 불교의 주요 사상이다. 실제로 그는 목사이기는 하지만 종교 다원주의자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그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종교관이 드러난다. 기독교는 물론 이슬람, 불교, 도교 등에 대한 사상들이 주를 이룬다. 이현주 목사의 포용력과 넓은 지식, 그리고 루미의 날카로운 잠언들에 감탄하며 읽어 나갔다. 


다음으로 읽은 <루미 시집> 역시 <마스나비> 1권에서 발췌한 것이었다. <사랑 안에서 길을 잃어라>는 발췌한 시에서 주요 문구를 또 발췌한 것이다 보니 루미 특유의 아름다운 산문시 자체를 감상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시가 그대로 실린 시집을 따로 구해 읽었다. 산문시를 읽는 중 이현주 목사가 발췌한 문구들이 종종 눈에 띄기도 했다. 시집인 만큼 잠언집에 비해 문학적으로는 더 훌륭했다. 또한 루미의 작문 스타일을 제대로 볼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시가 늘 그렇듯 가득한 압축과 비유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루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들이었다. 사랑과 섬김, 겸손, 믿음 등이 주요 주제였다. 특히 사랑을 노래하는 시가 많았는데, 이는 루미의 인생을 뒤흔들어 놓은 샴즈 타브리즈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에 대한 사랑과 섬김, 그리고 그가 떠난 이후의 아픔과 상실,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성찰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루미의 시를 보고 있으면 그가 모든 것을 깨달은 현자 같다가도 천진난만하고 순수하기 그지없는 어린아이 같기도, 사랑의 열병에 걸린 청년 같기도 하다. 그것은 그가 삶의 모든 것에 진실되고 진지한 자세로 임했으며, 아는 것을 실천하고 행동하려 했기 때문이리라. 그가 주는 교훈들은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지만 좀처럼 지켜내기 힘든 것들이다. 자랑하거나 시기하거나 자만하지 않고, 사랑하고 연민과 관용을 베풀 것을 말한다. 그의 시를 보고 있자면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내가 잘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을 때, 혹은 잘 살고 있다는 자만심이 들 때, 루미의 시를 보면 좋을 것이다.


이 두 권의 시집과 잠언집으로 루미의 <마스나비>를 대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렇게나마 접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훗날 <마스나비> 완역본이 나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구할 수 있는 책이 적고 그 분량도 적다 보니 감상도 내용이 부실한 것 같아 루미에 대해 정리된 자료에서 발췌한 루미의 대표적인 교훈 7가지를 적는다. 


1. 남에게 베풀거나 도움을 줄 적에는 흐르는 물과 같이 하라.

2. 연민과 관용은 태양과 같이 하라.

3. 타인의 흠을 덮어줄 적에는 밤과 같이 하라.

4. 분노와 원망은 죽은 자와 같이 하라.

5. 겸손과 겸양은 땅과 같이 하라.

6. 너그러움은 바다와 같이 하라.

7. 있는 대로 보거나, 보는 대로 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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