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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극개 Nov 12. 2024

18. 중세 영문학의 대표작 <캔터베리 이야기>

제프리 초서 <캔터베리 이야기>

<캔터베리 이야기>는 영문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영국 작가 제프리 초서의 작품이다. 중세 영문학을 대표하는 본 작품은 캔터베리 대성당으로 순례를 떠나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다.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등장인물은 사회자인 여관주인을 비롯해 기사, 방앗간 주인, 탁발수사, 소환리, 수녀원장, 무역상, 주임신부 등 중세 영국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는 점에서 보카치오의 <데카메론>과 흡사하다. 전반적으로 사회 풍자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며, 특히 중세의 부패한 교회를 비판하고 고발하는 내용이 많고, 거기에 세속적이고 난잡한 이야기들이 더해져 세기말적 분위기를 내는 점 역시 <데카메론>과 닮았다. 몇몇 이야기는 <데카메론>와 동일한 것도 있다. 다만 전반적인 이야기 방식이나 주제 면에서 <데카메론>이 더 짜임새가 있는 편이다. 이는 후술 하겠지만 <캔터베리 이야기>가 미완성 작품인 탓도 있을 것이다. 


대신 <캔터베리 이야기>에는 교훈적인 이야기와 종교 철학에 관한 이야기들이 곳곳에 들어 있어 단순 이야기만 늘어놓는 <데카메론> 보다는 교육적이다. 특히 마지막 이야기인 주임신부의 7대 죄악과 참회에 대한 설교가 대표적이다. 앞에서 음담패설을 비롯해 세속적인 이야기들을 잔뜩 늘어놓았던 이들이 순례지인 캔터베리 대성당에 다다르자 마음을 경건히 하고자 주임신부에게 이야기를 권하고, 주임신부는 순례의 목적이기도 한 참회를 주제로 이야기한다. 그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7대 죄악과 함께, 그것들을 극복하는 방법과 참회에 대한 깊이 있는 설교를 한다. 이 주임신부의 이야기를 통해 전반적인 기독교의 교리와 사상,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캔터베리 이야기>가 <데카메론>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매우 흡사하면서도 명확하게 구분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다양한 화자들의 개성이다. <데카메론>에서도 화자에 따라 이야기의 주제나 어투가 달라지기는 하였으나 그러한 개인적 특성은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기사나 신부와 같은 높은 계급부터 상인이나 방앗간 주인 등과 같은 하층 계급의 인물들까지 모두 모여 있다 보니 그 차이가 뚜렷하다. 이야기의 주제는 물론 문체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며, 화자들 간의 관계성도 심심치 않게 묘사된다. 예를 들면 서로를 적대하는 탁발수사와 소환리가 각자 상대 직업의 등장인물이 악당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를 하며 간접적으로 상대를 비난하는 부분이 있다. 또한 작품 시작 부분에서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여러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점 역시 화자들의 개성을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본래 <캔터베리 이야기>는 30명의 화자가 캔터베리를 오가는 길에 이야기를 네 번씩 하여 총 120개의 이야기를 넣을 계획으로 쓰이기 시작했으나, 초서는 이를 모두 완성시키지 못하고 사망하여 24개의 이야기만 남았고 그중 2개는 미완성이다. 


캔터베리 이야기는 노벨연구소 선정 100대 문학을 시대순으로 정렬했을 때 18번째 작품이자 첫 영문학이다. 현대 영문학의 위상에 비하면 매우 늦은 감이 있는데, 이로부터 약 200년 후인 1600년대에 셰익스피어가 등장하는 것을 생각하면 의미가 깊다. 초서는 영문학의 아버지로 여겨질 정도로 영문학의 기틀을 잡았고 이로부터 셰익스피어가 탄생했다고 본다. 또한 영국이 본격적으로 강대국이 되기 이전, 중세 영국의 문화와 삶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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