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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믕딤 May 06. 2024

우연히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왔을 때

물 만난 물고기


연휴가 오늘로 마무리되어간다. 정말 글만 신나게 썼던 연휴였다. 어제는 비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쳐서, 바람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며 글을 썼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잠잠했다. 날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커튼을 쳐보니 맑은 하늘에 동이 터오고 있길래 바다에 나가고 싶어졌다.


일출을 보고 싶었는데 허탕을 쳤다. 내가 사는 산속은 맑았는데, 아랫동네인 바다 쪽은 구름이 잔뜩 끼어있았다. 비록 수평선에서 가 떠오르는 그림은 못 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날이 개어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창문을 활짝 열고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해안도로를 달렸다. 랜덤으로 플레이리스트 재생을 해놓고 아는 노래가 나올 때마다 신나게 따라 불렀다. 그때 이 노래가 랜덤으로 왔다.


악뮤의 물 만난 물고기


밝고 신나는 컨트리풍 음악인데, 저번에 엄마와 통화를  때, 요즘 이 노래가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났다.


엄마가 이 노래 좋아했어?

응, 요즘 너무 좋아서 아침마다 들어. 가사가 내 새끼들 생각이 나서.


여기서 '내 새끼'들은 본인의 자녀들을 말한 것이다. 그니까 나와 언니 생각이 난다는 거다.


"꼭 물고기 같아. 너네들이."


단순한 표현이었지만 엄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단번에 았다. 언니는 지금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나는 국내지만 멀리 떨어진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비록 각자의 어려움이 있으나, 언니와 내가 비슷한 면이 있다면 "엄마, 나 떠날 거야. 나 멀리 갈 거야. 말리지 마." 하는 성향을 가졌다는 것 같다. 속 떠나는 삶을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그게 자연스럽다. 디로든 헤엄쳐다니는 물고기처럼.


엄마 그 노래 가사를 다 외우고 있다고 했다. 나는 흥얼대기만 하는데. 엄마가 그 정도로 그 노래를 좋아했구나 하면서 흐뭇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엄마가 무언가가 너무 좋다고 말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


오늘 드라이브를 하며 그 노래 가삿말이 귀에 왔다.


"너는 꼭 살아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서,
내 이름을 기억해 줘."

"너는 꼭 살아서, 죽기 살기로 살아서,
내가 있었음을 음악 해줘."


엄마는 가삿말에서 우리를 떠올렸다고 했지만, 나는 이 가사에서 엄마를 떠올렸다. 어느 , 나는 엄마에게 받은 마음이 너무 많다고 편지를 쓴 적이 있었다.


엄마, 내 마음은 그냥 갑자기 태어난 게 아니고, 길러지고 받은 마음이었어. 엄마가 나를 사랑해 주고 아껴줬던 마음 덕분에 내 마음도 바르게 길러져서 많은 걸 좋아할 수 있었어.


엄마는 그 편지를 읽고, 나중에 그런 말을 했다. 마음은 계속 그렇게 물려받아져 오는 것 같아. 나는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엄마도 엄마의 부모님에게 그런 마음을 길러져 받았겠지?


그러니까, 엄마가 이 세상에 살았었다는 흔적 중에, 가장 강력한 흔적은 엄마가 낳아 평생을 바쳐 길러온 나였다.

엄마가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게 나의 존재인 것이다. 나는 엄마를 보고 웃는 법을 배우고, 말하는 법을 배우고, 걷고 뛰는 법도 배웠던 엄마의 작은 집약체이기 때문이다.


만약 엄마가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난다고 해도 내가 이 세상을 지푸라기라도 잡아서, 죽기 살기로 살아남는다면 엄마의 가장 큰 흔적은 세상에 남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드니, 갑자기 또 살고 싶어졌다. 노래의 가삿말처럼, 지푸라기라도 잡아서 죽기 살기로 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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