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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믕딤 May 08. 2024

뭘 모를 때가 기운이 제일 좋아


한 중년 가수가 말했다.


"음악을 이제야 좀 알 것 같고 경력이 차서 그럴듯한데, 모르던 젊은 시절에 만들었던 엉성한 음악보다 안 팔려. 대중들 그럴듯한 음악보다, 악을 만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운을 사는 것 같아." 


모를 때만 실행할 수 있는 .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은 착각 주는 기세. 으레 말하는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건, 이 멋모르는 기운에서 오는 것 아닐까? 모르기 때문에 과감히 질문할 수 있고,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색이라도 칠해지기를 상상할 수 있다. 부족하지만, 그것을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 상태, 그것만큼 강한 기 없는 것 같다.


예전에 이런 주제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젊음의 가장 큰 장점은 좌절하고 절망하는 능력이다.


언뜻 봐서는 뭔 소리인가 싶지만, 위의 이야기에서의 '멋모르는 기운'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생각해 보면 설명이 된다. 청년들이 삶에 대해 아무리 알기 위해 애를 써도, 알만큼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해도 장년들이 그간의 세월에서 얻은 만큼의 지혜는 얻을 수는 없다. 경험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떻게 나를 망칠 것인가에 대한 이해는 어쩌면 세월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년들은 이 멋모르는 기운 때문에 쉽게 도전하고, 쉽게 모든 것을 걸고, 쉽게 실패한다. 마음에 굳은살이 없어서, 생살을 베이고는 피를 흘리고 아파한다. 그때 느끼는 생한 고통, 끓어오르는 열등감, 좌절감, 그 모든 괴로운 자극은 곧 무서울 정도로 커다란 원동력이 된다. 그 원동력을 가지고 그들은 곧 거대해질 것이다.


어린아이가 게임에 졌다는 이유로 엉엉 우는 상황을 우리는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실패에도 크나큰 자극을 받아 엉엉 울어버리고, 다음번에는 이기기 위해 기를 쓰고 달려든다. 그 게임을 이기고 지는 것이 그 아이에게는 생사가 걸린 문제기 때문이다. 그 한 번의 게임이 얼마나 하찮고 부질없는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게임을 이겨봤자, 아무런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생각. 그렇기 때문에 이기고 지나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태도. 그런 냉소는 나이에 상관없이 사람의 사고를 늙게 만든다. 실패에 너무나 익숙해져 면역이 생긴 사람들은, 상처를 덜 받겠지만 그만큼 성장도 덜 한다.


젊음은 나이와는 상관이 없다. 도전과 실패에는 나이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일일이 모든 자극에 아파하고 피를 흘려야 할까? 계속해서 엄청난 크기로 성장해야만 할까?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경험적인 판단에 의해 감정적인 판단에 의해, 가 이 것을  수 없다고 느낄 때는, 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좋은 대책이 될 것이다. 오히려 그 편을 받아들이는 것이 용기일 때가 있다.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할 수 있다고 우기면서 스스로 상처를 계속 내고 성장하려 한다면 결국에는 감당할 수 없는 자극에 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말 시시한 결말이지만, 결국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이 '멋모르는 기운'은 서론에서 말했던 것처럼 무섭고 파괴적이다. 그러나 때로는 엄청난 도약을 하게 해주는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알기 위해 애써야 하고, 모르기 위해 애써야 할지 모른다.


우리의 비정상성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스스로 비정상적이라고 정의하는 사람은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해 지나친 객관화가 이루어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비정상적임을 받아들이되, 인정을 통해 조금 자유로워지되, 가끔은 우리가 정상적이라고 착각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미친 척 그 멋모르는 기운을 눈빛에 담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무것도 아닌 삶을, 거대한 해일처럼 여겨도 보고. 감당이 안 되는 삶을, 아주 작은 티끌에 불과하다고도 여겨보기. 어쩌면 내게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어서 이렇게 길게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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