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고 문자를 많이 받아요. 누가 죽었다는 소식.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는 어떤 감정도 안 들어요. 그냥, 누가 죽었구나. 하는 생각만 들뿐. 저는 가끔 당신이 궁금해서 메신저 차단 목록에 들어가 봐요. 프로필 차단까지 해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프로필을 무슨 사진으로 바꿨는지조차 알 수가 없죠. 그걸 알기 싫어서 싹 다 차단해 놓은 거지만 그래도 가끔은 당신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궁금해요. 당신이 설령 죽었다고 해도, 잘 살고 있다고 해도 이제 저랑은 큰 관계가 없는 일이지만요.
당신만큼 제 꿈에 자주 나타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아직도 당신의 집에 가서, 당신과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당신과 헤어지는 꿈을 꾸고 전화하고 문자를 주고받는 꿈을 꿔요. 화해하는 꿈을 꿔요. 자주 꾸는 꿈이고, 그냥 개꿈이란 걸 확실히 알면서도 저는 항상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뒤져봐요. 당연히 당신과 관련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죠. 그런데도 가끔은 그런 일이 일어날까 싶어요.
저는 항상 당신과의 마지막을 생각했어요. 여러 일들이 쌓여서 당신이 지긋지긋하다고 느꼈어요. 언젠가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겠구나. 그 사건으로 당신과의 모든 인연이 끊기겠구나 싶었죠. 그리고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났어요.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어요. 몇 년이 지나서야 그때 우리가 나눴던 대화를 읽어 볼 용기가 났어요. 다시 천천히 읽었어요. 한 가지를 발견했죠. 나는 내가 오롯이 당신을 견디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시 보니 당신도 나를 견디고 있었어요.
어제 엄마랑 통화를 했어요. 엄마는 사람 모두 자기가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서로 참고 있는 거라고 말했어요. 오십 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서야 날개가 커졌는지, 그 사람을 이해하고 품을 수 있게 되었다고. 이제야 그 관계가 아무렇지 않다고. 엄마. 그럼 나는 누군가를 품을 그릇이 안 되는 사람인 것 같아. 저는 울적하게 말했어요.
그 순간에도 당신을 떠올렸어요. 정말 밉고, 못되고, 상처도 많고, 가시도 많은 당신. 당신은 여전히 그대로겠죠. 죽었다고 해도 그 형상은 그대로일 것 같아요. 그만큼 당신은 자기 확신이 강했고, 어떤 삶을 살지에 대한 생각과 의지가 강했으니까요. 사실 당신이 원하는 삶에 대해서 말할 때면, 나도 그 삶 옆에 있고 싶었어요. 그 확신이 어리석어 보이기도,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나는 삶에 대해 말하는 당신의 눈빛을 좋아했어요. 당신은 죽었나요. 살았나요. 나처럼 그리워하고 있지 않겠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우리는 여전히 멀어질 이유가 가득할 거고 결국엔 멀어질 거예요. 사실 나는 당신이 아니라 돌아갈 수 없는 어떤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 같아요. 그 시절의 당신이 나를 어떤 마음으로 견뎠는지, 내가 당신을 어떤 마음으로 견뎠는지 몇 발자국 떨어져서 보니 이제야 보여요. 결국 사랑이 아니었을까요?
원하는 삶을 잘 가꾸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음을 보내요. 당신의 안녕에 기도해요. 내 삶에 나타나줘서 고마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