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학원 교육학과(IBEC 과정) 합격 수기
대학원에 가겠다는 생각을 한 건 교직 3년 차쯤이었다. 반복되는 일과와 학교생활에 점차 루즈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매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며 나의 얕은 배움의 깊이와 한계를 체감하는 날이 많아졌다. 이런 권태기가 보통 교직생활 5년 차 정도에 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변을 돌아보면 교단에서의 리프레시를 위해 대학원을 선택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내 주변의 친한 대학교 선배들은 이미 대부분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를 밟고 있었고, 빠른 경우 박사를 마무리하고 있는 선배도 있었다. 대학 동기들 또한 학교생활이 안정되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대학원에 가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나도 새로운 배움과 리프레시를 위해 더 늦기 전에 석사를 마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대학원 입학 준비를 시작한 건 2023년도부터였다. 사실 작년 1년 가까이는 한국교원대나 서울대 파견교사를 목표로 준비했었다. 하지만 타지에 2년 동안 머물러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고, 파견에서 복귀 후 다시 이 학교에 적응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서 고민 끝에 보다 근거리의 대학원으로 알아보았다. 경인교육대학교와 일반대학교를 포함하여 총 세 개의 대학원이 후보에 올랐다. 그중 중등교사에게 알맞은 커리큘럼으로 진행되며, 내가 요즘 관심이 있는 혁신교육과 IBEC과정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전공에 원서를 접수했다. 그 결과 교직 5년 차를 맞은 올해, 운이 좋게도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혁신교육 전공 후기 모집에 합격하여 다가오는 9월에 입학 예정이다.
참고로 현직 교사의 경우 교육청 학비 지원을 받거나 특별전형에 지원함으로써 대학원에 입학이 가능하다. 많은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등록금이나 수업료의 일부분을 할인해 주거나 장학금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여 학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나 또한 현직교사로 등록금에서 50% 감면이 되며, 교육청 연계 혁신미래교육 대학원 과정에 선정되어 개인별 납부액의 일정 금액을 지원받는다.
많고 많은 대학교 중에 내가 인하대학교를 지원한 이유는 석사과정과 함께 IBEC(국제 바칼로레아 교육전문가) 연구과정을 이수할 수 있고, IB교사(DP) 자격증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IBEC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는 인하대학교, 남서울대학교, 한동대학교, 대구교육대학교 등이 있다. IBEC 과정은 크게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PYP(Primary Years Program) 과정과 고등학생 과정인 DP(Diploma Program)로 나뉜다. 나는 중등교사이기 때문에 DP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인하대학교를 선택했다. 앞서 언급한 IBEC 교육과정은 학습자의 경험과 사고력을 강조하며 국제적인 인재로 양성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는 학습자 주도성 및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신장을 중시하는 현재 우리 교육계의 패러다임과도 유사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논술 및 면접이 극대화되는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을 대비하여 다양한 영역의 질 높은 교육을 다루고 배우고 싶은 게 컸다.
내가 ‘대학입시’ 제도에 관심이 많아서 더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한다고 하니까, 특수 선생님이 왜 대입이냐며 의아해하는 동료교사들이 있었다. 그러나 ‘특수교사’이기 이전에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이므로 교육계의 각종 이슈나 굵직한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감각장애(시각 및 청각장애)나 지체장애 등 다양한 영역의 장애학생들도 비장애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대입’이 특수교사와 완전히 동떨어진 얘기는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특히나 특수교사는 장애의 유형이나 정도에서 매우 다양한 능력과 스펙트럼의 아이들을 만나기 때문에 더더욱 평생학습자(Lifetime Learner)로서의 삶을 추구해야 한다. 비록 올해는 발화도 어려운 최중도장애학생들을 맡았지만, 내가 언제 어떤 특성의 아이들을 맡을지 모르는 것이 우리 전공이다. 그래서 교과 교사로서의 전문성 향상과 더불어 대학입시까지도 대비해야 한다.
어쩌면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 특수교사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