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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쌤 Aug 14. 2024

별 볼일 있는 여름, 몽골(1)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몽골 밤하늘 탐사 원정대

  몽골.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약 3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별천지의 나라이다. 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우리 학회에게는 지상낙원이자 천국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약 1년 전, 우리는 ‘몽골 밤하늘 탐사 원정대’를 꾸렸다. 매달 적금 들듯이 여행경비를 송금하고, 사전 미팅을 수 차례 거쳐 8박 9일의 일정으로 총 10인의 탐사대원이 모였다. 오지 않을 것 같던 출국날이 다가오니 가슴이 설렘으로 가득 찼다. 캐리어에 짐을 차곡차곡 담고 빠진 준비물이 있나 체크했다. 그제야 여행이 실감 났다. 내가 TV에서나 보던 은하수를 보러 간다니!



몽골의 구름은 그림자가 마치 호수처럼 보인다.

  7월 27일 토요일 새벽, 첫차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서 집결하여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로 향했다. 비행기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광활했다. 처음에는 몽골에 호수가 이리도 많은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구름의 그림자가 초원에 드리운 거였다. 공기가 맑고 건물이 없으니 구름의 그림자도 볼 수 있구나. 창밖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몽골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컸던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내려 가이드 쌤을 만났다. 한국 이름이 나와 같은 이름이었는데 동명이인을 타국인 몽골에서 보다니 반가웠다. 돈을 찍어내서 주는 듯 느린 창구에서 몽골 돈 투그릭으로 환전을 하고 바로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몽골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장을 봤는데 한국과 비슷한 물가에 당황했다. 사탕 몇 봉지와 맥주, 물, 과일 등을 조금 담으니 10만 원 정도 나온 것 같다. 그래도 타국의 마트가 신기했다.





  간식거리와 식량을 간단히 사고 비포장 도로를 열심히 달려 테를지에 도착했다. 내려서 먹은 저녁은 한국 스타일 삼겹살 구이였다. 사실 그때만 해도 몽골까지 와서 무슨 삼겹살인지 싶었으나, 지금 생각해 보면 몽골 현지식에 비해 정말 맛있는(!) 식사였다. 저녁 먹는 천막 너머로 펼쳐지는 광활한 초원에 숨이 턱 막혔다. 온통 초록색 잔디와 암석산으로 가득한 풍경을 반찬 삼아 만찬을 즐겼다.



  식사 후 이동한 곳은 야생화 자생지로 유명한 아리야발 사원이었다. 올라가는 길에 기분 좋을 정도로 촉촉한 이슬비가 내렸다. 주변으로는 노래로도 유명한 에델바이스 꽃이 많이 피어있었다. 에델바이스는 처음 보는데 신기하게 생겼다.



흰색 에델바이스 꽃



  그 외에도 빨강이나 파랑, 보라 등 색색깔의 작은 야생화가 그림같이 예뻤다. 누가 물감으로 콕콕 찍어 놓은 것만 같았다. 108개의 계단을 올라가 사원 정상에서 내려다본 산세와 능선이 이국적이었다. 스위스를 가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 있는데 언덕 곳곳으로 웨딩 사진을 찍고 있는 커플들이 꽤 많았다. 우리나라는 스튜디오 촬영을 주로 하는데, 몽골은 들러리까지 옷을 맞춰 입고 사진을 함께 찍는 것이 신기했다. 사원에서 내려와서는 거북바위도 보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생각보다 바위가 정말 크고 이름 그대로 거북이처럼 생겨서 재미있었다.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참 잘 지었다.



  1일 차에 묵은 숙소는 바양하드 캠프였다. 저녁으로는 몽골 전통음식인 허르헉을 먹었다. 허르헉은 몽골식 양고기 찜 같은 음식이다. 양을 통째로 불에 올리는데 속까지 잘 익으라고 돌을 채워서 같이 익힌다.





  양고기를 좋아해서 맛집까지 찾아가 먹는 나였지만 허르헉은 양 냄새가 심해서 잘 먹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고기 냄새를 잡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 반면 몽골인들은 고기 향 자체를 즐긴다고 한다. 또한 유목생활을 하던 민족이기 때문에 가축의 피도 중요한 열량원이자 양식인 것이다. 그래서 양을 잡을 때 피를 빼지 않고 통째로 요리한다. 저녁 식사 이후로 한국 첨성대 천문대 선생님의 천문 강의도 예정되어 있었으나 폭우로 인해 아쉽게도 물 건너갔다.

  첫날의 캠프는 게르 옆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따로 있는 숙소였다. 다소 열악한 시설에 칸막이도 없는 공중 샤워실에서 다 같이 씻고 약간은 쑥스러운 첫날을 보냈다. 분명 몽골은 비가 잘 오지 않고 건조한 곳이라고 들었는데... 그렇게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첫째 날 밤이 지나갔다.



초원 뷰,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던 믹스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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