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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음표 Aug 26. 2024

외계인

내 몸은 '정상'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정상인'들의 언어로 나는 자폐인이다.


맨정신으로 감당할 수 없는 학대를 당해 

‘정상인'들이 모르는 틈으로 몇 번 던져졌다가 

매번 다시 기어나왔다. 


그러다 보니 정신장애인이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다.


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정상'이 아니라는 눈치를 채자마자

자신들의 공간에서 나를 치우고 싶어한다.


인간 대 인간으로 나를 알기 전에

장애부터 알고 들어간 사람들은

내가 유능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를 거부한다.

안간힘을 써서 거부한다. 


그들에게 나는 동등한 인간이 아니다.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낮은 기준에 묶어두고

영원히 자신들을 우러를 아이로 길들이고 싶어한다.


따뜻한 배려를 가장한 경멸과 혐오가 내 미래를 갉아먹는다.

할 수 있었을 일도 머뭇거리면서 결국 못 하게 만든다.

충분히 잡을 수 있었을 기회도 

너한테는 무리라는 말로 구슬려 결국 놓치게 만든다.


나는 아파도 기회를 잡아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는 사람이다.

무리일 것 같아 기회를 놓치면 더 비참해지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상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너는 아프니까 대학은 간신히 졸업만 하면 돼

(아픈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C, D만 겨우겨우 받아도 잘하는 거야

(자폐가 있다고 지능을 의심해?)


낙제할 것 같으면 교수한테 가서 빌어 

(따라했다가는 큰일 날 소리)


매 순간이 비참해도 이대로 잘 유지만 하면 돼 

(누구 좋으라고)


비장애인 청년이 꿈을 가지고 노력하면 갓생 사는 청년이 된다.

나라는 청년이 꿈을 가지고 노력하면 주제도 모르는 망상병자라고 조롱당한다.

내 앞에서는 말을 돌릴지 몰라도 속 보이는 차별이다. 


따져물어도 믿는 사람은 없었다.

사회성이 없어서 좋은 마음으로 해준 말을 괜히 오해한다는 소리나 안 들으면 다행이었다.


‘정상인'들이 겁준 것과 달리 대학 공부는 어렵지 않았고

불완전하게나마 학습권만큼은 보장받았지만

대학에서도 장애학생은 사람이 아니었다.

공부하는 데 써야 할 체력과 정신력을 장애인 차별에 빼앗기다 휴학했다.

내가 ‘감히’ 자존심을 세우면

내가 ‘감히' 공부할 권리를 찾으면

내가 ‘감히’ 도움을 가장한 더러운 손길을 뿌리치면


‘정상인'들은 외계인이라도 마주친 것처럼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얼버무리다가

무조건 다 괜찮다고 우기다가

이기적인 x라고 몰아세우다가


무슨 문제라도 터지면 

웃는 얼굴로 나를 치우고 

문제를 ‘해결’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간다


자기들 생각에 사람이 아닌 것이 사람처럼 살려고 하니 당황한 걸까

나는 그들을 이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 나 외계인이다

사람이어도 사람이 아닌 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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