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정상'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정상인'들의 언어로 나는 자폐인이다.
맨정신으로 감당할 수 없는 학대를 당해
‘정상인'들이 모르는 틈으로 몇 번 던져졌다가
매번 다시 기어나왔다.
그러다 보니 정신장애인이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다.
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정상'이 아니라는 눈치를 채자마자
자신들의 공간에서 나를 치우고 싶어한다.
인간 대 인간으로 나를 알기 전에
장애부터 알고 들어간 사람들은
내가 유능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를 거부한다.
안간힘을 써서 거부한다.
그들에게 나는 동등한 인간이 아니다.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낮은 기준에 묶어두고
영원히 자신들을 우러를 아이로 길들이고 싶어한다.
따뜻한 배려를 가장한 경멸과 혐오가 내 미래를 갉아먹는다.
할 수 있었을 일도 머뭇거리면서 결국 못 하게 만든다.
충분히 잡을 수 있었을 기회도
너한테는 무리라는 말로 구슬려 결국 놓치게 만든다.
나는 아파도 기회를 잡아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는 사람이다.
무리일 것 같아 기회를 놓치면 더 비참해지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상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너는 아프니까 대학은 간신히 졸업만 하면 돼
(아픈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C, D만 겨우겨우 받아도 잘하는 거야
(자폐가 있다고 지능을 의심해?)
낙제할 것 같으면 교수한테 가서 빌어
(따라했다가는 큰일 날 소리)
매 순간이 비참해도 이대로 잘 유지만 하면 돼
(누구 좋으라고)
비장애인 청년이 꿈을 가지고 노력하면 갓생 사는 청년이 된다.
나라는 청년이 꿈을 가지고 노력하면 주제도 모르는 망상병자라고 조롱당한다.
내 앞에서는 말을 돌릴지 몰라도 속 보이는 차별이다.
따져물어도 믿는 사람은 없었다.
사회성이 없어서 좋은 마음으로 해준 말을 괜히 오해한다는 소리나 안 들으면 다행이었다.
‘정상인'들이 겁준 것과 달리 대학 공부는 어렵지 않았고
불완전하게나마 학습권만큼은 보장받았지만
대학에서도 장애학생은 사람이 아니었다.
공부하는 데 써야 할 체력과 정신력을 장애인 차별에 빼앗기다 휴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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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히’ 자존심을 세우면
내가 ‘감히' 공부할 권리를 찾으면
내가 ‘감히’ 도움을 가장한 더러운 손길을 뿌리치면
‘정상인'들은 외계인이라도 마주친 것처럼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얼버무리다가
무조건 다 괜찮다고 우기다가
이기적인 x라고 몰아세우다가
무슨 문제라도 터지면
웃는 얼굴로 나를 치우고
문제를 ‘해결’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간다
자기들 생각에 사람이 아닌 것이 사람처럼 살려고 하니 당황한 걸까
나는 그들을 이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 나 외계인이다
사람이어도 사람이 아닌 외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