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좋지만 사람이 피곤한 현대인 1의 주저리주저리
올해는 이상하게 시니컬한 한 해여서, 일도, 자기계발도, 연애도 적당히 쉬었다. 그런 사치를 부리기에는 늦은 나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때에도 그 결과가 꼭 빛을 발한 건 아니라 그저 할 수 있는 있에 집중하자 하며 당면한 불안을 잠재우는 나날들이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모든 일에 열정적이었던 내가 이토록이나 모든 일에 흥미를 잃은게 노화 때문인지, 아니면 어떤 환경의 변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중 하나의 요인으로는 <스토킹 사건>을 빼먹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면식도 모르는 인간에게 스토킹을 당했다. 대학원 관련 공부를 이어가기 위해 학원에 등록했다. 옆 자리에 앉은 남자는 외관이 어딘가 음침했으나, 나조차도 피하고 싶은 저 인간에게 모두가 불친절하게 대할 것이 뻔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이 분야는 음침한 사람들이 많아서 저 인간도 그냥 지친거겠지 싶었다).
그래서 내가 한 행동은 그저,
1. 피하지 않기와 2. 펜이 내쪽으로 떨어졌기에 주워주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언제부터, 얼마간 스토킹을 한지는 모르겠으나(아마 최소 몇 달은 되었던 것 같다), 우리 집 앞에 나타나 1시간 가량 날 기다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 경찰에 신고를 했다.
자세히 적고 싶지는 않으나, 그저 내가 받은 충격은, 사소한 친절이 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별 것 아닌 친절이 역으로 날 공격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몇 년 전, 구 남자친구를 사귈 적 그에게 품은 동정심은 오히려 이별만 힘들게 만들었고, 유기 불안이 있던 친구에게 베푼 친절은 결국 내 행동을 하나 하나 다 따라하는 미친 결과와 모든 게 내 탓이라는 비난으로 돌아올 뿐, 내가 사람에게 기대한 따스함이나 의리 같은 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남들이 보면 미련할 정도로 어이 없는 드라만데, 살다보면 이런저런 일 겪지 않을 수 없겠다 싶어 큰 손실 없이 잘 끝냈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경계심은 쉽게 줄지 않아서 누구와도 가까워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오래 알고 지낸 몇 몇들과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의 관계만 지속해온 한 해였다.
시간이 약이라던가, 망각은 많은 일들을 사소하게 만들고, 다시 외로움이 마음 속에서 스멀스멀 고개를 들어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생겨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어쩐지 내가 나같지 않다.
오랜만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동성의 친근함도 귀찮게 느껴지고(원래는 오는 사람 절대 막지 않는다), 이성의 호감은 가벼운 설렘조차 일으키지 못했다. 충격이었다. 마음이 완전히 늙어버린 건지, 어떤 심리학적 용어를 붙여서라도 설명해야 할 완전한 동결 상태인건지 모르겠으나, 이제 내게 남은 건 x같이 일하는 것 뿐인가 싶었다. ㅋㅋㅋㅋㅋㅋ하아. 어쨌든 아직 인간관계의 터널을 지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래도 약간의 변화가 있다면, 2024년 한 해, 정말 타인에게 심할 정도로 경계심이 커서 와서 말만 걸어와도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했었는데, 2024년 말에 와 나는, 다시 건강한 경계를 설정해야 겠다는 다짐이 든다는 것이다.
대강 정한 몇 가지 원칙은,
1. 천천히 알아가기
2.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는 것에 책임감 느끼지 말기
3. 적정 예의 수준으로 행동하기
이다.
2025년은 새로운 다이어리에 순수한 열정과, 분별있는 친절로 즐거운 일들의 비율이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 아자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