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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Sep 04. 2024

타인의 슬픔을 마음으로 위로하고 애도하는 마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제 우연히 배우 김우빈 님이 조화를 보냈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소속사도 모르게 개인 사비를 들여자 친구분도 없는 타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 마음이었는데  그 마음이 참 귀하고 따뜻했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전국의 많은 거리에 딸을 찾는 안타까운 아버지의 심정이 현수막에 담겨 펄럭이고 있었다.


"실종된 송혜희를 찾아주세요!"


나도 지방 곳곳에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최근 지인을 만나고 들어가는 길에 광화문에서.

여러 번 이 현수막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강산이 두 번이나 훌쩍 지나고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현수막에 남아 있는 혜희씨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이 현수막을 설치하러 다니는 '아버지의 사랑이 정말 대단하다'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엄마가 되고 나니 또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아버지의 애끓는 마음이 더 배가되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보기만 해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마음으로 현수막을 멀찍이 한참 바라본 적이 있다. 꼭 찾았으면, 어딘가에 살아있었으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딸을 꼭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실어 보냈다.


아내와 사별하고 죽음 대신 딸을 찾는데 삶을 바치겠노라고 작정한 아버지는 생업을 포기하고 25년 넘게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딸을 찾는 현수막을 거리에 걸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그립고, 절박하고 힘들었을까?


감히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이겠지만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 체념, 낙담 등 많은 감정들이 교차했을 것 같은데 그 긴 시간을 아버지는 열심히 인내하며 오로지 딸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살았다.


그랬던 아버지가 어느 날, 덤프트럭에 치여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기사로 접했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가끔은 하늘이 원망스럽다. 왜 이렇게 간절히 찾는 딸을 하나님은 만날 수 없게 하는 것일까?


교통사고로 맞은 죽음은 더 마음을 울렸다. 딸을 찾아 나서는 길이었을 거란 생각에 가슴이 저미는 것 같았다.


부모가 되어보니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이 어떤지 조금이나마 알겠다.


며칠 전 아기가 곰돌이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너무 예뻐 친정엄마에게 동영상을 찍어 카톡으로 보냈다. 잊고 있었는데 어제 엄마와 통화하면서 "심장은 괜찮아?"라고 물으시는 거다. 동영상을 찍으면서 아기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매미야) 엄마 심장 아파~" 했는데, 친정 엄마는 딸의 심장이 아프다는 줄 알고 깜짝 놀라셨다는 거다. 그래서 엄마 요즘 너무 즐겁거나 웃길 때 "심장 아파."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고 했더니 "엄마 놀라게 하고 있다면서 그런 말 쓰지 말라."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니 자식이 그렇게 예쁘니?"라고 하시길래 "그러게, 엄청 힘든데 또 엄청 예쁘네!" 하니, "너도 엄마가 그렇게 키웠어."라고 하시는 거다.


그래서 내가 "지금도 그렇게 예쁜가?" 했더니 친정 엄마가 말하기를 "지금은 밉지. 매일 아프다고, 힘들다고 걱정만 시키니!" 하신다.


말은 그렇게 하시지만 매일매일 통화하는 엄마와의 대화에서 나는 아직도 딸에 대한 걱정과 사랑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런 게 부모의 마음인 거다.

그래서 이 기사에 눈물이 나고 김우빈 님의 마음에 감동했던 것 같다.


아이가 나를 보며 배시시 웃을 때 한 번은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아이를 볼 수 없다면 나는 정말 살 수 없을 것 같다.'

아이와 함께하며 아이가 주는 행복감을 느끼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런 마음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17년을 곱게 키운 딸을 하루아침에 볼 수 없게 된 아버지 마음은 얼마나 무너지는 심정이었을까?

생사를 알 수 없어 25년을 애타게 찾던 그 마음을 감히 위로해 본다.


'부디 이제 천국에서 평안하시기를...'


타인의 슬픔을 마음으로 위로하고 애도하는 마음, ​


잘 모르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죽음이 슬프고 안타까운 것은 그의 절절하고 애틋한 마음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닿았기 때문이 아닐까?


김우빈 배우님이 조화를 보내어 고인의 죽음을 위로한 것은 딸을 잃고 평생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거리를 다녔을 아버지의 안타까운 생의 마감을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부디 어딘가에서 혜희씨가 잘 지내고 있다가,

언젠가 천국에서 평생토록  딸을 그리워했던 그녀의 부모님을 만나 함께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송길용님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성장하는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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