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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운세

by justit

오늘의 운세.
세상 일이 맘먹은 데로 굴러가지는 않는다. 오늘 빚어진 일이 내일도 유사하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벌여 놓은 일이나 기대하는 것이 성취될지를 알 수 없다. 슬그머니 쓸데없는 신비주의에 손을 댄다.
마치 숨겨진 사실을 다 알려 줄 듯이 요란을 떠는 오늘의 운세에 손을 갖다 댄다. 그래도 띠별 운세라면 연령별로 쪼개질 뿐, 동일한 운세가 어디 있느냐고 하면서 좀 더 그럴싸한 기능에 눈이 간다.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태어난 시간도 정밀하게(?) 기입한다.
평가가 괜찮다. 말도 안 되는 짓거리지만, 읊조려 놓은 결과대로 이뤄지면 좋겠다는, 또는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혹은 그리되더라도 그건 우연이다. 결정론처럼 되지는 않지만, 희한하게 일치한다. 그럼 사실과 생각이 일치하니 이것이 진리라는 말인가?
그렇게 떠들다가는 심한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알 수도 없이 구름 잡는 다의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은 그래서 제 좋을 대로 구성되어 환상을 갖게 만든다. 기쁠 일 별로 없고 확신을 기대할 일이 없는 이 무기력한
일상에서는 참 신나는 일이다.
사람은 이런 환상이 없으면 세상을 지탱하고자 하는 삶도 힘들고 그 기반마저 무너질 것이다. 어제보다는 오늘, 그보다는 내일이 더 나을 것이란 희망이 사그라들고, 그냥 그렇고 그런 심드렁한 일상이 펼쳐진다면 참 버티기 힘들다. 그런데 그것이 환상을 횡단하는 발전이 아니라, 그 자리에 머문다면 참 서글픈 일이다. 더욱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 현실과 가상의 식별 불능이 겹쳐진다면, 참 심각하다.
그래서 상상이 실제 현실로 들어와도, 정신은 현실을 잘 구성해 내지 못한다. 심지어는 잘못 보았다는 듯 밀쳐내 버리고 부정한다. 하기야 현실은 우리가 온갖 상상으로 구성해 놓은 세계이니 현실과 가상의 구별 따위란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지만 오늘의 운세를 쳐다보면서는, 분명 "이럴 리 없다. 이딴 미신 집어치워라!" 라거나, "제발 이렇게 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식별 영역을 표시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런 쓸데없는 허황된 믿음엔 냉소를 보내면서도, 현실은 어찌 이다지도 허탈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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