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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하는엄마 Oct 30. 2024

Yoga: Tapas(고행)

아름답지 않던 '나비자세'

나비자세   Baddha konasana


출산 후 산후요가동작으로 많이 수련되는 자세이다. 출산 전 산후요가수업을 지도할 때 나 역시도 거의 모든 수업에서 빼먹지 않던 자세인 이 자세는 산후회복에, 골반의 정렬과 회복에 도움을 준다.

앉은 자세가 나비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이름은 참 예쁘지만 수행하려 하면 참 예쁘지 않은 자세이다.

실제로 수업을 할 때도 여기저기서 곡소리들이 나오는 자세인데

그도 그럴 것이,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자세로 유지하기란

보이는 것처럼 쉽지 않다.


Badda 산스크리트어로 '받다'는 '묶인'을 뜻한다.

Konna '코나'는 '각도'를 뜻한다.

즉, 직역하면 묶인 각도자세를 뜻한다.


내 몸이 허용하는 각도를 찾아내고 흔들림 없이 묶어 유지하는 것이 이 자세의 올바른 수련법이라 늘 생각해 왔다.

사람에 따라, 현재 신체의 컨디션에 따라,

내 몸이 허용하는 각도와 묶일 수 있는 지점은 현저히 다르다. 자세를 올바르게 수행하려면 순서가 아주 중요하다.


첫 번째. 앉은 자세에서 발바닥과 발바닥이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두 번째. 발바닥이 떨어지지 않게 유지하면서 양무릎을 최대한 지면과 가까워지도록 아래로 끌어내린 뒤

허리가 말리지 않게  상체를 수평으로 유지하며 바닥으로 숙인다.


대부분 머리가 바닥에 닿지 않는다.


머리가 바닥에 닿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상체가 동그랗게 말리고, 상체를 꼿꼿하게 유지하며 내려가기에는.. 머리가 허공에서 논다. 동시에 양무릎은 지면에서 떨어져 계속 하늘 위로 승천하려 한다.


요가강사로 수업하던 시절.

이 자세를 지도할 때 위 주의점들을 계속 상기시켜 드리고 양무릎이 올라오지 않도록 뒤에서 누르거나 상체가 동그랗게 말리지 않도록 등허리를 잡아드리곤 했었다.

조금만 눌러도

"아아악. 선생님 제발 그만요."

 그 당시엔 그런 반응을 사실 쉽게 생각하고 웃어넘길 때가 많았다. 비교적 쉬운 요가동작에 속했고, 기본 중의 기본자세라 생각했기에...

'이 정도도 못 참으면 어떡합니까?'

라고 내심 생각했었으니.

 반면, 요가를 지도하던 요가강사인 나에게는 식은 죽 먹기인 자세. 

고난도 동작을 할 때 오히려 '쉼'의 자세였으니 말이다.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  " 아기 없이 혼자 입소한 산모" 였던 나는 독방에서 하는 일이 딱 세 가지였다. 

2시간마다 알람을 맞춰놓고 모유 유축하는 것과 모유가 잘 나오도록 미역국 수시로 마시기. 그리고 나름대로의 산후요가.

틈날 때마다 산후요가를 하겠다며 시작한 첫 동작이자

꽤 오랜 기간 이 동작에만 멈춰있었던 자세.

그리고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준 자세가,

바로  나비 자세이다.


예전 내가 기억하던 그 느낌일 거라 생각하고 무심코 행했던

나비자세는......

아아악.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비명과 함께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이게 안된다고?


요가강사로써 프라이드가 무너지고

그렇게도 쉬웠던 자세가 너무 어렵고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당황스러움과 어이없음을 무시하고

다시 행하고 행해보았다.

나는 어떡하면 이 동작이 '잘'되는지 아니까.


일단 호흡부터 다시 하자.


Inhale  인헬


exhale 엑셀


깊게 들이마시고, 깊게 내쉬고


발바닥과 발바닥을 붙인 채로

양 무릎을 지긋이 아래로 조금씩 조금씩

온 지구가, 땅이 나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생각하자.


하체에 힘을 주려 하면 반대로 상체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숨을 마실 때 가슴과 허리를 좀 더 펴내어보자.


숨을 내쉴 때 내 속에 있는 것들을, 나를 방해하는 것들을

내뿜으며 그 반동으로 올바르게 내려가보자..


이제 이마가 조금씩 지면과 가까워진다.


바닥에 닿은 이마가 서늘하다... 동시에 가슴도 서늘해지며

토해내는 숨과 더불어 솟구치는 눈물을 걷잡을 수 없다.



차라리 잘 되었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아무도 보고 싶지 않다.

내 아이를 만나기 전 까진

그 누구도 대면하고 싶지 않다.



'아이 없이 홀로 입소한 산모'가 독방에서

나 자신을 차갑디 차가운 바닥과 가까워지도록 낮춰가며

고행 수련 기간을 가졌다.


바닥과 가까워진 이마와 정수리는

내가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함을 안다.

나를 낮추고 바닥을 봐야만 내가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예전의 나를 버려야지만 나는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왜 이리도 위쪽에 올려놓고 내려놓지 못하는 것들이 많을까.

나는 왜 그렇게 미련이 많을까.

아니 그 이전에 내가 '열심히 살아왔던 나'를 포기 못하는 것이  '미련'인 걸까?


'나'에 집중되어 있던 의식의 흐름이... 흐르고 흘러

최근, 아이를 면회 갔던 일이 문득 생각이 났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니큐 안에 있던 2킬로도 안되던

나의 분신.

온몸에 빨강. 노랑선들이 붙여져 있던.

호흡기선과 심장박동을 체크하는 선이라 하셨지만...

그 선들이 나는 왜 그렇게도 거슬리던지.

나비자세를 취하고 있던 내 주변에 그 선들이 얽히고설켜 나를 옥죄고 감싸고를 반복하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오로지 아이를  만날 수 있기를.

제발 이 아이가 아프지 않길. 건강한 모습으로 내 품에 안아볼 수 있기를.

'그것'만을 바라다보니 나는 나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어떤 통증도 고통도 나는 다 참아낼 수 있다.



요가 이론 중 니야마  Niyama


개인적으로 지켜나가야 할 도덕적인 수련들을 뜻하는데

 그중 타 빠스는 고행, 시련을 뜻한다.

예전 인도에 있을 때 이 수련법을 처음 접하고 배웠는데

그 당시엔 일부러 '불편함'을 찾아 나서며 그게 바로 고행이고 시련이라 생각했었다.


전 세계 요가지도자들이 모인 아쉬람에서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여 청소나 설거지를 한다거나..

대중교통이라곤 릭샤가 전부였던 (릭샤:  인도의 고전적인 이동수단)  요가마을 리시캐시에서 릭샤 없이 걸어서 이동한다거나....


그런 걸 타 빠스를 수련하는 중이라 생각했다니..

택도 없는 소리다.  어찌 그걸 수련이라 생각했나 싶다.



아무런 노력 없이 성과를 얻고자 하는 건 '요행'을 바라는 일이다.  

 출산과 동시에 자연스레 엄마가 되리라 생각했던 것 역시 '요행'을 바라는 일이었다.


나는 살면서 다시는 겪지 못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암흑의 터널을.


진정한 "타빠스"를  

그제야 비로소, 제대로 수련했다.


이 눈물이 언제쯤 그칠지, 이 고통과 통증이 언제쯤 익숙해질지 모르겠지만..

아마 통증이 무뎌지고 익숙해질 때쯤  

나비자세는 수월해질 것이고...

아이를 만나는 날에 가까워져있지 않을까..


 나는 엄마가 될 준비를, 수련을,

그제야 비로소 시작하였다.





2023. 타빠스(고행).  작자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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