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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화가 이정헌 May 26. 2024

아이돌 음악,
이제부터 들어도 괜찮을까요?

중년, 아재, 그리고 아이돌

중학교 1학년 1학기가 끝나기도 전부터 영어를 포기한 나에게 외국인 앞에 서면 울렁증이 생기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거다. 그 이후로 ‘한국어가 최고지.’, ‘우리나라에도 갈 곳이 많은데 굳이 비싼 비행기 타고 나갈 필요 없잖아?’라는 생각으로 외국어와의 접점을 최대한 만들지 않는 것으로 난처한 상황을 피해 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해답이 아니라는 것을 나도 알고 다른 사람들도 안다. 지금은 어찌어찌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기도 하는데도, 그 울렁증만큼은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 그런 나와 외국어의 관계가 옛날 음악만 고집하는 중년과 아이돌 음악과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너무 억지일까?     


‘그래, 이거야말로 진짜 음악이지.’, ‘역시 그 시절 노래가 최고야.’라거나 ‘아이돌 음악? 그것도 노래야?’ 혹은 ‘요즘 젊은 애들 노래는 뭔 소리인지 하나도 안 들려.’라고 이야기하는 중년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름 예술과 관련된 사람이 대다수인 내 주변에서도 흔치 않게 마주쳤고 직접 듣는 이야기기도 하니까. 

하지만 나는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그런 이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느낀다. 외국 여행 중에 일행과 떨어져 혼자 벌벌 떨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We will, we will rock you~’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지금까지 회자되는 그 시절 국내외 노래 중에 명곡이 아닌 것이 어디 있을까. 당연히 인정. 하지만 문화와 예술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고, 지금도 쉬지 않고 좋은 무언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문화의 변방으로 내몰린 중년들은 그 사실을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경우가 시간이 지날수록 많아진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옛날 음악을 좋아하는 만큼 요즘 음악도 열심히 듣는 나로서는 그런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 우리 아재들을 위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 아이돌 음악에 통달한 문화 평론가나 오타쿠도 아니고, 그저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인 취미 차원에서 대중 문화에 관심이 많을 뿐이다. 막상 물어보면 모르는 그룹도 많고, 아는 아이돌 그룹이라고 해도 멤버 구분을 잘 못하는 보통의 ‘아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먼저 아이돌 음악에 입문했으니, 약간의 길 안내 정도는 가능한 정도라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 ^^;;;     


거기에 ‘입문기’라는 단어가 조금 거창하지만, 타이틀은 그저 타이틀일 뿐. 전문가 정도의 무얼 할 것이 아니니 고민해야 할 만큼의 큰 의미는 없다. 수학 공식 외우듯, 아니면 한국사 연표 암기하듯 아이돌 멤버 이름과 노래 가사를 달달 외울 필요도 없다. 그냥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한 번 도전한다는 열린 마음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 시절 김민기, 김광석을 좋아하던 것처럼, 비틀즈, 메탈리카에 두근거리던 것처럼 조금씩 스미면서 느끼고, 바둑이나 낚시처럼 취미 하나가 더 생긴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무엇이든 처음이 조금 어려울 뿐이지 한 번 시작되면 그다음부터는 저절로 굴러가기 마련이다. 특히 몸을 쓰거나 머리를 굴리는 일이 아닌, 문화 예술처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럴테니.      


그러니 가보자. 

너무 겁먹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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