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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화가 이정헌 Jun 09. 2024

하이브-민희진 분쟁을 보는
아재 팬의 입장은...

어디에 서서 누구를 보아야 할까.

2024년 상반기 K-pop 바닥에서 가장 큰 뉴스를 꼽으라면 누구라도 하이브와 민회진(ADOR) 대표 간의 경영권 분쟁을 말할 것이다. 2024년 4월 25일, 민희진 대표의 역사적인 긴급 기자회견 이후 아이돌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던 사람도 ‘민희진’ 혹은 ‘뉴진스’라는 이름을 알게 되고, 정말 이상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이브 편과 민희진 편으로 나뉘어 자기 편의 당위성을 주장함과 동시에 상대편의 흠집 내기가 한동안 무차별적으로 확산하었다.

아재로서의 삶을 살면서 경험한 바로는 (라떼는 아님) 이런 분쟁은 애초부터 한쪽은 절대 선이고 상대는 절대 악일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퍼센티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양측 모두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이 있을 거다. 그렇다면 이렇게 진흙탕 싸움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아재 팬은 누구 편을 들어야 할까?     

고민할 필요가 있나.

당연히 ‘뉴진스’ 편을 들어야지.   

  

합의이혼으로 마무리되지 않아서 소송 중인 가정의 예를 들자. 구성원 중에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상처받는 것은 자녀들이다. 선택의 결정권자가 아닌 선택에 따라 삶이 바뀌는 대상일 확률이 높으니. 이 경우에는 뉴진스가 그렇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 아재들은 자기가 아는 사회적 상식과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겠으나, 그 근질거림을 참고 온전히 그 팀(들)이 덜 상처받고 더 잘되도록 응원하는 것이 아재 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지.     


다행히(?) 재판은 민희진 대표가 쫓겨나지 않는 결과가 나왔고, 더 다행인 것은 분쟁 직후 뉴진스의 컴백은 대박이 났다. 분쟁과 재판은 계속 이어질 것은 기정사실이니 불안한 성공이긴 하더라도, 아빠 웃음 짓게 하는 아래의 두 소식을 보고 들으면서 그래도 다 잘될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  

    

1. 뉴진스 그리고 르세라핌 (5월 24일)

민희진 대표의 1차 긴급 기자회견에서 민희진은 뉴진스를 성공하게 만든 좋은 엄마였지만, 자기 아이들만 최고이고, 남의 아이들은 나 몰라라 하는 나쁜 엄마의 모습도 보였다. 관련해서 여러 팀이 욕을 먹었는데, 그중 한 팀이 ‘르세라핌’이었다. (르세파림은 직전의 코첼라 사건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는데, 여기에 민희진의 인터뷰로 기름을 부은 상황.)     

2024년 5월 24일 KBS2 '뮤직뱅크' 방송 캡처

뉴진스는 복귀 첫날 한 음악방송에 출연해서 신곡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 음악방송의 진행자가 바로 르세라핌의 한 멤버였다. 아이돌 팬들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지 관심을 두고 지켜보았지만, 의외로 아무런 일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그저 인터뷰가 끝나고 퇴장하는 뉴진스에게 진행자였던 르세라핌의 멤버가 주먹을 쥐며 힘내라는 제스쳐를 보였고, 서로 반갑게 악수하며 헤어진 것이 일이라면 일이었을까.

그런데 기사로도 잘 나오지 않았던 그 작은 일이 아재 팬인 나에게는 천지개벽할 큰 사건이었으니, ‘어른들이 아무리 지지고 볶고 싸우더라도, 우리는 열심히 잘 지내볼게.’라는 메시지로 들렸고 여기서 난 이 분쟁 이후 처음으로 희망을 보았다.      

         

2. 뉴진스 그리고 에스파 (6월 9일)

민희진 대표의 1차 긴급 기자회견은 수많은 명언(?)과 명대사가 쏟아졌는데, 그중에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한몫했다.     


“에스파 밟으실 수 있죠?”     


‘에스파’는 한때 3대 기획서였고 여전히 아이돌 시장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SM의 4세대 걸그룹의 간판인 팀인데, 이번 뉴진스 복귀와 비슷한 시기에 에스파도 정규 1집으로 컴백이 예정되어 있기에 밟느냐 밟히느냐의 대결이 팬들에게는 큰 쟁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결론? 뉴진스와 에스파는 각기 다른 매력을 어필하며 각종 음원차트에서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했다. 밟고 밟히는 싸움이 아니라 두 팀 모두 자기만의 색으로 인정받는, 더할 나위 없는 해피엔딩이 되었다. 

거기에 더 좋은 소식은 두 팀이 서로 멤버를 바꿔서 각 팀의 타이틀곡인 '아마겟돈'과 '하우 스위트' 챌린지 영상을, SNS를 통해 게재한 것. 좋은 동료로 잘 지내고 있다는 인터뷰가 꾸밈으로 들리지 않는 기쁜 소식이었다.

그룹 에스파, 뉴진스 / 사진=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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