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었던 서산으로 여름휴가라는 명목하에 세 식구가 출발했다.
우리의 여행지는 늘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해수욕장이란 타이틀만 들어도 나에겐 너무 복잡하고 머리 아픈 장소였다.바글바글한 사람들 속에서 휴가란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 북적인다.그런 많은 인파 속에 휴식이란 게 가능할까.
휴가라는 최종 깃발을 선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싸우는 전쟁터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인기 많은 곳의 해수욕장들은 늘 우리에겐 기피대상 1위인 곳이었다.
해서 우린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고성 끝으로만 향하다가 그곳에도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이 몰렸고 3~4년 전부터 우린 인기 없는 서해로 향하기 시작했다.
서해 몇 곳을 다녀보다가 작년 가을 이곳을 처음 와보고는 석양의 아름다움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던 그 광대한 노을을 다시 한번 보려고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가듯 우린 다시 그곳에 서있었다.
노을이 명소인 이곳.
사진작가들이 일부러 찾아오기도 한다는 곳이었다.
장엄하고 숙연해지는 그 큰 노을 앞에 내가 서있음에 - 늘 하늘아래, 자연 곁에 있으면서 내가 살아 숨 쉬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듯 - 그렇게 타오르는 석양의 조명을 받으며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지를 몸짓 하나에, 발 짓 하나에, 그리고 표정 하나에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음에 감동에 또 감동을 낳았던 순간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이의 관심을 충분히 끌만한 바다생물들도 무수히 많았고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작고 귀여운 여러 생물들이 후다닥 진흙 속으로 숨는 소리와 함께 녀석들의 움직임이 시각적으로도 신비롭게 와닿았다.
바글바글 바쁘게 움직이는 게들과 망둥어들의 모습에 딸아이와 반려견이 신나선 쫓기 바빴다.
애니메이션에서 보아왔던 망둥어란 물고기를 실제로 와서 보니, 그들의 뻐끔 거리는 커다란 입모양과 귀여운 생김새에 한참을 눈을 꿈뻑이며 관찰 수준으로 마주했다.
딸아이는 언제나 자극에 예민했고 호기심으로 뭐든 관심 있게 바라보았으며 능동적으로 늘 바삐 움직였다.그렇게 오늘도 야무지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딸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2박 3일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F아내와 T신랑
사람의 인성은 고생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여행을 가서 힘든 상황들이 많이 연출됐음에도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신랑은 딸아이를 대했다.
처음 엄마의 뱃속에서 나와 인간의 세계에 발을 디딘 그 순간에도 나는 딸아이의 축복보단 어리둥절함이 더 컸다. 그때도 역시나 남편은 사랑스러운 눈길로 근력이 없어 축 쳐진 아픈 아이를 대하며 딸아이가 다칠까 조심조심 두 손 가득 살포시 안아 올려 자신의 가슴팍에 소중히 품었다.
그렇게 자상하기만 한 남편을 만나 결혼생활이 행복할 것만 같았지만 우리에게도 뭔가 어긋남으로 공허해질 때가 있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모두 밖으로 배출해야 하는 아내와 그 이야기 하나하나 세심히 들어주는 남편이 만났을 땐 역시나 뭔가 맞지 않는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오르곤 했다.
mbti - f성향이 가득한 아내는 작은 것 하나에도 감성 가득한 언어들로 쉴 새 없이 뱉어대며 긴 문장들을 구사해 떠들어 보였고, t성향의 남편은 어떻게 넌 이 상황에서 그렇게 진지하고 심오한 이야길 하느냐 의아해하며 아내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다른 부부들보다 대화도 많고 사이도 좋으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서로가 다른 성향으로 어긋남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신랑을 대하며 나의 감성 가득한 언어들이 신랑을 향해 마구 배출될 때 부담을 줄수도 있겠구나란 생각과 함께 말이란 건 생각이란 짐을 만들 수 있기에 줄여야겠다고스스로를 다독인다.
이런 다름으로 인해 서운함과 혼자라는 생각에 드는 공허함? 등을 느끼며 살지만 사람이기에 느낄 수 있는 당연한 감정들이지 싶다.
시무룩해져 있는 아내를 향해 신랑은 오늘도 애쓴다.
'내가 또 뭘 잘못했나?'
아이의 쇼핑중독
아이는 매일 온라인 쇼핑을 바쁘게 한다.
그리고 자신이 장바구니에 담아놓으면 그게 결제가 되는 줄 믿는 딸내미...
결제가 안되었다 결제는 이렇게 결제창을 눌러야지만 계산완료다 해도 본인 태블릿으론 결제가 안 되니 애써 현실을 부정하며 엄마에게 다시 말해달라 목젖을 보이며 성화다.
"빨리 말해!!! 올 거지?? 내 택배!!!"
"온다고 말해줘??"
"응!! 그래!!!"
"안 와도??"
"하지 마!!! 울 거야!! 으앙~~~"
키 140에 몸무게 60이 넘는 키 작은 꼬맹이 아가씨.우리 딸은 여전히 귀여운 얼굴에 귀여운 유치원생이다.
엄마가 아빠에게 쌀이 떨어졌다 온라인으로 주문해야겠다 하면 녀석은 그런다.
"아빠! 하지 마! 내가 사줄게. 엄마! 알았지?"
그럼 자기가 쌀을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놓고는 결제했다 으스대며 아빠가 결제한 쌀이 집에 도착하면 그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