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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ook H Nov 10. 2024

굿바이 여주

외로움이란 행복 찾기

이렇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집이 또 있을까.

이 집에서 사네마네 고민이 많았다.


한쪽집을 정리하긴 해야 할 텐데 그 집이 어느 집일지 갈팡질팡하길 1년이 지났나 보다.



그리고 우린 마침내 여주에 있는 집을 정리하기로 했다.


짐을 하나하나 빼고 그렇게 텅텅 비어 가는 집안을 보며 왠지 모를 착잡함과 아쉬움들이 밀려들었다.



이곳에 살면서 힘들기도 참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소중하게 느껴지는 집은 이 집이 처음인 것 같다.


밤이면 데크에 나와 별 보기를 좋아했고, 비를 바라보며 커피 마시기를 좋아했고, 맑은 햇살이 드는 거실 안 풍경을 사랑했다.


그리고 딸과 함께 이곳저곳 다닌 단골집도 이젠 안녕이구나....


양평이란 곳으로 우리의 보금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이곳엔 아버님 어머님이 키우시던 단비라는 대형견이 있다.


이 녀석이 매일 혼자서 이 큰 집을 지키고 있어 안 됐다 했는데 이젠 함께다.


이삿짐을 옮기는 며칠 내내 우린 베이커리 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사 와서 마당 정원에 앉아 시간을 즐겼다.


그리고 단비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변화된 몇 가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일 땐 생전 바깥출입을 안 해본지라 자동차에 오르기까지도 참 힘든 녀석이었는데 드디어 차에 올라 집이 아닌 산으로 산책을 나가는 일에 성공을 했다.


사실, 단비에게 차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차를 타고 간 곳이 바로 병원.... 중성화 수술을 하고자 함이었다.


그 이후 차에 대한 공포가 생겼고 동네 산책하는 것에도 두려움을 느껴 매일매일을 마당에서만 지냈던 아이다.


남편이 그런 단비의 안쓰러움을 쓰다듬어 주며 처음엔 문밖을 나가 몇 걸음, 또 몇 날며칠은 집에서 3분 거리까지, 또 며칠은 5분 거리까지.... 그렇게 단비의 세상을 조금씩 조금씩 넓혀주어 이젠 산에까지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이 집에서 우리가 돌봐야 할 것들이 많았다.

우선 아버님어머님이 정성껏 지어놓으신 집들을 그대로 보존해야 할 의무, 마당에 잔디들, 텃밭, 그리고 단비 멍뭉이... 아버님어머님의 짐들까지......


신랑은 아버님어머님의 물건 어느 것 하나 함부로 하는 게 없었다.


처음엔 그런 것들이 감당이 안될듯해 여주집에서 혼자 버티고 앉아 양평으로 건너오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한데 그것도 우리가 짊어져야 할 일이라면 해 나가야지....


일단 해보자 했다.


아버님 어머님이 연세가 드셔서 이 큰집에 짐들을 처리하기가 버거우셔서 우리에게 고스란히 맡기시고 아파트로 이사를 가셨다. 처음엔 우리 짐도 많은데 있던 짐들을 어찌하나 한숨부터 나오더니 지금은 조금씩 조금씩 치워가고 있는 중이다.


여주집 내 짐들 조금씩 빼어 양평집으로 옮기면서 하나하나 치우기 시작하니 어느새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한숨만 나오던 집안에 무질서한 짐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평온을 찾았다.


마당에 나와, 외출하고 돌아올 남편을, 온 식구들이 대문 앞까지 나와 앉아선 기다리는 중이다.


딸, 아내 외 딸린 식구가 셋이나 더 있다.

체리멍뭉이, 단비멍뭉이, 흑당멍뭉이.....


마당에서 거칠게 자란 단비의 헌 목줄부터 예쁜 것으로 바꿔주고, 동물등록을 해주었다.

이젠 내 밑으로 등록되어 있는 녀석들이 셋이나 된다.


녀석들이 무지개다리 건너는 그 순간까지 후회 없이 잘해줘야지 다짐하며 그렇게 단비에게도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세상에 태어나 너의 자취가 남을 수 있도록 발도장을 꾹 찍어주었다.



그리고 엄마의 주하의 양평 둘러보기가 시작되었다.


늘 그래왔듯 딸과 엄마의 카페 탐방.....


양평 곳곳엔 숨어있는 맛집들이 참 많았다.


갤러리 카페부터 시작해 애견동반 카페들까지...

이곳의 분위기는 각박하지 않고 여유가 있어 좋았다.


개를 동반해 싫어하지도 않았고 뭐든 포용해주려 하는 카페 주인장들의 너그러움에 우리들 마음속, 양평이란 곳의 이미지가 편안하게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엄마와 주하의 일상은 그림 그리기....


엄마 책상옆엔 녀석의 책상을 두어 언제나 녀석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녀석이 언제나 미술도구를 쓸 수 있게 잘 배열해 주었다.


녀석이 그려선 엄마에게 선물이라며 주었다.


오늘도 그림을 그려 볼까나....


양평집으로 이사를 오자마자 그림 두 개가 팔렸다.


그림이 다치지 않게 뽁뽁이 포장지를 싸고 또 그 겉에 보온재를 감싸 충격흡수를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마카펜으로 작가답게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그림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고 메모지에 적어, 그림 보증서와 함께 고객에게 소중히 보내졌다.



매일매일


아침이면 늘 체리멍뭉이와 단비멍뭉이는 꼬리를 흔들며 마주한다.


오늘도 출타하는 남편님 배웅하러 다섯 식구가 쭈르르 나와 인사를 한다.

신랑이 마트를 가도 배웅을 하고 15분 거리에 아버님어머님 집으로 건너 가도 우린 신랑을 배웅한다.


남편을 너무 좋아하는 아내와 아빠를 너무나 좋아하는 딸이다.


그리고 딸과 엄만 또 멍뭉이들 차에 태워 카페로 향해 라테 한잔으로 우리의 하루를 시작한다.


작가: 허선숙/ 작품명 : Marry me

양평집에서 그린 첫 그림.


이번엔 연인 편을 시리즈로 그릴 생각이다.

만나고 헤어지고 설레고 사랑하고.....


그리는 내내 내 마음도 참 행복한 그림이다.



그리고 양평집으로 와서 두 번째로 그리고 있는 그림은 사과.


색을 좀 다르게 칠해보려 하는데 잘 될는진 모르겠다.



이곳에서도 엄마의 밤하늘 사랑은 여전하다.


한데 여주집만큼은 좀 아닌 것 같다.

왜일까 생각해 보니 여주집에서 지낼 때 외로움을 더 즐겼던 것 같다.


엄마가 그림을 그린다고 혼자서 여주집에서 지내곤 했을 때의 외로움이 더 컸다.

그 외로움을 안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마음에 평온이 찾아오고 편안해짐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그 느낌이 참 좋았다.


한데 이곳에선 그만큼의 외로움이 느껴지질 않으니 그 외로움을 느껴보고 싶어 자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고요 속에 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오늘 아침, 우린 세 식구가 엄마 작업실에 옹기종기 모여 차를 마셨다.


아직 잠이 덜 깬 딸내미가 눈을 비빈다.


오늘도 주하를 데리고 집 근처 카페를 검색해 찾아왔다.


한데 저 쬐끔한 흑당 멍뭉이 녀석의 짖음이 정말 정말 장난이 아니다.


자기가 작은 개인걸 잘 모르는 녀석 같다....


녀석 때문에 진땀 좀 빼고 앉아있으려니 웃음이 픽 났다.


너의 그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너의 그 늠름함에 기특하다 한다.



카페 사장님이 우리 멍뭉이들을 위해 고구마를 두 접시나 서비스로 주셨다.


아이들이 너무 짖어대서 미안한데 고구마 서비스까지....


다음에 또 이 카페를 찾는 게 민폐일까. 아니면 보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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