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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모카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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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라 Sep 11. 2023

비닐을 사랑한 고양이

모카의 비닐 사랑

    모카는 비닐을 사랑한다. 세상의 재질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모카에게 물을 수 있다면 단연 비닐이라고 답할 것이다. 비닐을 사랑하는 고양이는 비닐을 정말 말 그대로 '물고 핥고 맛보고 즐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재질이 비닐이라고 해서 모카가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비닐 중에서 사랑의 대상으로 합격하는 비닐이 있고 불합격하는 비닐도 있다.

   새로운 비닐이 영역에 입장하면 모카는 먼저 비닐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몇 번의 킁킁과 터치로, 3초도 안되어 사랑하는 비닐인지 아닌지 판단한다. 비닐을 사랑한다면 핥기 시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보통의 물건처럼 무관심하게 지나간다. 고양이 집사에게는 연애프로그램의 상대방 선택처럼 쫄깃한 순간이다.

   모카는 사랑하는 비닐을 핥아준다. 꽂히면 침이 범벅이 되도록 몇 분간 핥는다. 비닐은 대부분 투명하기 때문에 집사는 모카의 귀여운 모습을 몇 분 간 횡재하듯 볼 수 있는데, 모카가 비닐을 핥을 때 어떤 맛이 나는지 어떤 느낌인지 집사는 알 수는 없다. (비닐의 성분에 동물지방이 있어 선호할 수 있다고 한다.)

    비닐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모카의 인정을 받은 비닐은 재활용되기 전에 집에 더 머물며 훌륭한 사냥 지형이 되기도 한다. 신상 비닐에서 장난감을 흔들면 매일 보는 장난감이어도 모카의 흥미를 더 돋울 수 있다. 혹은 모카가 장난감 사냥감을 잡기 위해 잠시 몸을 숨기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모카에게 시시해져 버린 원뿔형 장난감은 아예 비닐을 고정하는 역할이 되어, 가끔 모카의 눈길을 받기도 한다.


    모카 말고 다른 고양이들의 비닐 사랑 소식을 종종 듣는데, 정말 알 수 없는 고양이들이다. 마음은 알 수 없지만 비닐이라는 재질이 있어 다행이다. 모카가 집들이 선물 중 포장 비닐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좋은 비닐을 가져오라는 농담도 가끔 하는데, 모카 덕분에 소소한 비닐에도 감사함과 웃음을 얻게 된다.



(참고로 모카의 비닐 핥는 행위는 강박 등 건강적 이상이 아니며, 비닐은 위생을 위해 주기적으로 교체합니다.)


비닐에서 장난감을 노리는 모카
합격한 비닐은 침이 맺힐때까지 핥아주는 모카
비닐과 함께라면 사냥능력이 올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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